추억 속에 간직되었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돌아온다. 여러 DJ가 거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밤의 디스크쇼>가 돌아오고, 31년 동안 이어져왔던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골든디스크>도 다시 복귀한다.

문화방송은 오는 20일부터 MBC 표준FM·FM4U의 개편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 개편에는 샤이니 종현·성시경·이동진 등이 거쳐왔던 심야 라디오인 <푸른밤>의 종영 등 아쉬운 소식도 있지만, 경제·스포츠 프로그램이 보강되고 1990년대를 보낸 라디오 애청자들에게 반가울 만한 조합이 돌아온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MBC FM4U의 1990년대 황금기를 이끌었던 두 라디오 프로그램이 손을 맞잡고 돌아온다. <디스크쇼>와 <FM데이트>가 그 주인공. 가수 김현철이 진행하던 시기 <밤의 디스크쇼>와 배우 고소영이 진행하던 시기 <FM데이트>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MBC FM4U의 라디오 프로그램 <골든디스크>가 27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MBC FM4U의 라디오 프로그램 <골든디스크>가 지난 2022년 3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MBC

 
김현철의 명곡 <왜 그래> 만들었던 프로그램

1981년 전설의 DJ 이종환이 부조를 잡은 것을 시작으로, 신해철, 윤상 등 우리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DJ들이 진행했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밤의 디스크쇼>. 특히 이종환이 10년 가까이 진행했던 1980년대와 달리, 많은 DJ들이 거쳐갔던 <밤의 디스크쇼>의 1990년대 시기 '전성기'를 이끈 것은 단연 김현철이었다.

1994년부터 마이크를 잡았던 김현철은 유독 앞 프로그램과의 관계도 좋았다. 당시 저녁 시간대에는 <고소영의 FM데이트>가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마치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옆집 총각'이며, '이웃분'이라는 둥 서로의 호칭이 전해졌고, 두 프로그램은 채널 뿐만 아니라 청취자를 공유하는 등 인기의 중심에 섰다.

두 프로그램의 인연은 실제 TV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김현철이 처음 진행을 맡았던 MBC의 예능 프로그램 <노래로 여는 세상>에 고소영이 출연해 '합동 무대'를 만들기도 했고, KBS의 <톱스타 인생극장>에도 동반으로 출연해 '콩트'를 선보이는 등 라디오 바깥까지 '케미'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케미'는 녹음실까지 이어졌다. 2014년 한 방송에 출연했던 김현철은 4집 < Who Stepped On It >을 준비하고 있던 과정에서, 여성의 내레이션이 필요할 때가 왔다고 전하면서 김현철은 그 때 문득 떠오른 고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던 바 있다.

그 때 김현철은 준비하던 노래를 고소영에게 들려준 뒤, '여자 입장에서 하고 싶은말을 해보라'고 주문했다고. 고소영은 노래를 들어본 뒤 '그만 만나', 네 글자의 내레이션을 했단다. 그렇게 완성된 노래는 <왜 그래>. 이별을 앞둔 남자의 감정을 그린 이 노래에서 고소영의 말은 노래를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다시 부활한 <FM데이트>와 <디스크쇼>

그랬던 <FM데이트>와 <밤의 디스크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1999년. 당시 MBC가 '새천년'에 맞추어 당시 MBC FM의 주청취층인 10대와 20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FM데이트>와 <밤의 디스크쇼>가 사라진 자리에는 <클릭 1020>, <자유지대>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생겼다. 

물론 <FM데이트>는 여성 연예인이 진행한다는 콘셉트 그대로 5년 정도 부활하기는 했지만, 대중음악 전문 프로그램이었던 <밤의 디스크쇼>는 부활하지 못했다. 도리어 오랫동안 음악 전문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었던 <FM 골든디스크>가 폐지되는 등 '음악 중심의 프로그램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만 증명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모두 손 잡고 돌아온다. 특히 <디스크쇼>는 1990년대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현철이 다시 DJ석에 앉는다. 김현철은 오후 8시부터 시작하는 <원더풀 라디오>를 이미 진행하고 있었기에, <디스크쇼>가 부활한다면 다시 진행할 DJ로서는 1순위이기도 했다.

그리고 <FM데이트> 역시 부활한다. 당대 인기 연예인이 DJ를 맡곤 했던 <FM데이트>답게 이번 <FM데이트>의 DJ는 '나미춘' 윤태진이 맡는다. 특히 윤태진은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의 2015년 방송 시작부터 함께했던 코너지기로, 8년 동안 DJ 배성재 못지 않은 청취자의 사랑을 받곤 했던 인물. 

그리고 반가운 소식, <골든디스크>의 부활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단연 팝 전문 프로그램의 부활 소식이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전 세계 팝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했던 <골든디스크>가 1년 8개월 만에 부활한다. <골든디스크>는 김기덕, 김창완, 박원웅 등 당대를 풍미했던 '명DJ'들이 나섰던 프로그램이기도 했다(관련기사 : 31년 'FM 골든디스크' 폐지... 안녕, 팝).

표준FM에서 다시 방송되는 <골든디스크>의 DJ는 음악작가 신혜림. 새벽 시간대 < JUST POP >을 진행하기도 했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코너지기로 활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혜림 작가가 가진 <골든디스크>와의 가장 큰 인연은 작곡가 이루마씨가 진행했을 때부터 폐지 때까지 <골든디스크>의 음악작가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스포츠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의 탄생 소식도 반갑다. 오후 시간대 <정영한의 플레이볼>이 이번 개편에서 새로이 생겨나기 때문. 지상파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중계 이외의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은 KBS 1라디오의 <스포츠 스포츠>밖에 없었기에, 스포츠 팬들을 위한 접점이 새로이 생겨난 셈이다.

개편된 프로그램들은 11월 20일 월요일부터 첫방송이 시작된다. 반가운 기다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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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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