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절해고도> 스틸 이미지
무브먼트
김미영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절해고도>는 그야말로 절해고도에 위리안치된 것만 같은 존재들이 자신들만의 연결 통로를 마련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각자가 유배된 섬과 섬들을 이어가며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유려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다. 1971년생, 한국나이로 50대 중년에 접어든 감독의 이력은 (개봉 전후 여러 곳에 소개된 인터뷰 등에서 찾아보면) 요즘 독립영화감독들의 전형적인 경력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감독 역시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사회적 잣대로 정해진 궤도를 스스로의 의지로 이탈해 산전수전 겪어가면서 다양한 행로(이공계통 전공 → 영화동아리 활동 → 영화전문지 기자 → 한국영화아카데미 진학 → 임권택 감독 연출부 10년까지)를 걸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경력 덕분에 청년세대의 재기발랄함 대신에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겪어본 이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작업할 수 있었을 테다. 작품 역시 별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인물의 심경과 주변 환경 변화를 특별한 해설 없이도 감각적으로 구현하는 이미지 연출이 은근히 비범하다. 영화의 템포 또한 전반부의 서서히 가라앉는 분위기 vs 후반부에서 스스로 늪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의 대비 묘사를 제대로 분리해 펼쳐 보인다.
그렇게 천천히 확인되는 꼼꼼한 연출과 함께 연기자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이제 베테랑이 되어가는 윤철 역 박종환 배우는, 마치 얼굴 표정 스틸 컷만으로도 영화의 스토리가 다 풀어질 것 같은 인상적인 이미지를 거듭 선보인다. 그리고 독립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중견 연기자 강경헌 배우의 매력적인 영지 캐릭터, 요즘 각광받는 젊은 신성 배우 중에도 두각을 드러내는 존재임에도 본 작품을 위해 과감히 삭발을 감행한 이연 배우, 역시 독립영화에서 보기 힘든 얼굴인 관록의 연기자 박현숙 배우의 깜짝 등장, 이후 드라마 주연 급으로 부상한 정수빈 배우의 반가운 발견, 현재 한국독립영화계에서 신뢰의 아이콘들이라 할 장준휘, 강길우, 이태경 배우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영화의 안정감을 지탱해준다.
영화를 보고 감흥에 잠긴다면 하나 더 참조할 게 또 있다. <절해고도>는 요즘 흔히 써먹는 원작 각색 대신 온전히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산물이다. 하지만 다른 데에서 소재를 끌어오는 대신에 흔하지 않은 도전을 행했다. 오히려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병행 생산하려는 시도다. 해당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여러 시인들이 창작한 시를 수록한 동명의 옴니버스 시집이 개봉과 함께 출간되었다. 영화를 보고 곧이어 해당 도서를 펼쳐본다면, 마치 절해고도에 갇혀서도 정신만은 자유롭게 바다 위를 떠다니는 새들을 닮고자 애써 집필활동에 나섰던 조선시대 유배자의 심정을 이해할 법하다. 그렇게 영화와, 그에게서 파생된 문집을 함께 누리는 것도 일종의 풍류가 될 수 있겠다.
| <작품정보> |
절해고도 A Lonely Island in the Distant Sea
2021|한국|드라마
2023.09.27. 개봉|110분|12세 관람가
감독/각본 김미영
주연 박종환(윤철 역), 이연(지나/도맹 역), 강경헌(영지 역)
출연 박현숙(금우 역), 정수빈(연희 역), 장준휘(경수 역), 강길우(재훈 역),
최희진(혜영 역), 이태경(담임선생님 역), 구자은(현지 역),
천방이&아롱이(천방이 역)
제작 보리와 오디 영화사
배급책임 아이 엠
공동배급 및 홍보/마케팅 무브먼트
2021 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2022 9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라이징 스타상(배우 이연)
2021 47회 서울독립영화제
2022 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3 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