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는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 추일승호가 2연승으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남자농구 조별리그 D조에서 9월 26일 인도네시아를 95-55로, 28일에는 카타르를 76-64로 각각 격파했다. 한국은 이로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통산 100승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추일승호는 30일 낮 12시(한국 시간) 2승을 거둔 일본과 조 1위 자리를 놓고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일본을 꺾고 3승을 거둔다면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지만, 패배하여 조 2위로 밀린다면 12강 토너먼트를 거쳐야 한다.
대승과 더불어 라건아와 허훈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라건아는 인도네시아전에서 짧은 시간만 뛰고도 12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가볍게 몸을 푼 후, 카타르전에서는 23점 14리바운드로 최다득점 및 이번 대회 첫 더블-더블까지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어느덧 34세가 된 라건아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바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KBL에서도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가대표팀에서 라건아의 활약과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카타르전은 라건아의 활약이 없었다면 쉽게 승리를 장담할수 없었던 경기였다. 라건아는 경 초반 한국의 야투 성공률이 떨어져 답답할 때마다 중장거리슛을 터뜨리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KBL에서도 커리어 후반으로 갈수록 3점슛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라건아는 카타르전에서 팀내에서 가장 많은 4개의 3점슛을 터드렸다. 본업인 수비와 리바운드에도 충실하여 카타르는 라건아가 버티고 있는 한국의 골밑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허훈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5년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 당시에는 아버지 허재감독의 특수한 관계로 인하여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고 본인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당당히 대표팀의 주전 가드로 올라섰다. 허훈은 인도네시아전에서 20점 7어시스트, 카타르전에서 10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로테이션의 대가인 추일승 감독은 엔트리를 최대한 고르게 활용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카타르전에서 20-10(득점-리바운드)을 기록한 라건아의 출전시간을 24분 27초로 철저하게 관리해줬다. 인도네시아전에서는 출전하지않은 하윤기를 제외하고 김종규(19점)을 비롯하여 출전한 11명의 선수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카타르전에서는 첫 출전한 하윤기가 14점 6리바운드로 건재를 과시하며 라건아-허훈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금메달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중국-이란 등이 모두 부상자와 세대교체 등으로 아시안게임에 최상의 전력을 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전 상대인 카타르는 2000년대 후반 귀화선수들을 앞세워 아시아 패권을 위협하는 전성기 멤버들이 쇠퇴하며 평균 23세 이하의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다. 다음 상대인 일본도 NBA리거 하치무라 루이가 불참하고 최근 막을 내린 2023 FIBA 농구월드컵 3승을 달성했던 멤버들이 모두 제외된 2진이다. 한국이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수 있는 전력이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꺾는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천적인 홈팀 중국을 결승까지는 피할수 있다. 한국은 8강-4강 토너먼트 상대는 대만, 카자흐스탄, 필리핀, 요르단 등이 유력 하다. 이중에서는 필리핀이 가장 위협적이지만 역시 5년전 자카르타 대회에 출전했던 NBA리거이자 에이스 조던 클락슨이 제외되며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일본에 덜미를 잡히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12강전을 한 경기 더 치르게 되어 체력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다음 상대로 우승후보 중국을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만나는 최악의 대진운을 만날 수 있다. 중국도 주전 센터 저우치도 빠져 최상의 전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객관적 전력이나 홈팀 어드밴티지에서 부담스러운 상대인 것을 마찬가지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도 최상의 전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약팀을 상대로 한 대승에 가려졌지만 인도네시아와 카타르를 상대로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은 우승후보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우려한 대로 추일승 농구의 핵심이었던 빅포워드진의 현저한 약화가 두드러졌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송교창-문성곤-여준석-최준용-이현중 등 주축 포워드들이 부상과 개인사정 등의 이유로 모두 하차했다. 양홍석-이우석-문정현 등이 있지만 2미터 내외의 신장에 공수를 겸비한 포워드 자원이 전무하다. 대표팀의 유일한 전문슈터 자원인 전성현은 아직 슛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김선형은 이번 대회에서 주전 자리를 내주고 경기흐름을 바꾸는 조커로서 기용되고 있다.
추일승호는 평균 신장이 높지 않고 수비가 약한 인도네시아-카타르를 상대로도 슛 난조를 드러내며 오픈 찬스를 자주 놓치는 답답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슈터가 아닌 라건아-허훈-김종규가 더 적극적으로 외곽슛을 시도해야했을 정도다. 과연 이런 경기력으로 2-3번 스윙맨들의 높이와 공격력이 뛰어난 팀을 만났을 때도 버텨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라건아가 아무리 건재해도 그 혼자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작년 FIBA 아시아컵을 통하여 확인한 바 있다. 한일전을 비롯하여 토너먼트까지 '플랜B'의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에 추일승호의 메달 색깔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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