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폭우로 경북 예천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해병대 군인 한 명이 사망했다. 이후 구조 작업 당시 군인들은 구명조끼도 못 입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때문에 군 검찰은 수사단을 꾸려 수사했다. 그러나 수사 외압 논란이 나오며 본진은 사라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지난 12일 MBC <PD수첩>에서는 '故 채 상병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해병대 수사 논란' 편이 방송되었다. 생존 장병 어머니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채 상병이 사망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해 취재한 내용이 담겼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박소희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방송 구성의 속뜻
-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사고에 대해선 뉴스로 접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병대 수사단장이 집단항명 수괴죄로 보직해임이 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집단항명 수괴라는 죄명이 익숙한 죄명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게 과연 무슨 일일까 하고 들여다보다 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 이 아이템은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했는데 이미 나온 내용을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고민이 있지 않았나요?
"저희는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니까 조금 더 스토리텔링이나 이미지적으로 전개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크게 고민되는 지점은 없었습니다."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나요?
"일단 채 상병이 어떤 사람인지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소문해서 그분의 지인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고향에 내려가 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나 고인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파악하려고 먼저 노력했어요."
- 채 상병은 어떤 인물이었나요?
"주변 인물들이 다 똑같이 하는 말이 항상 의리 있고 운동도 잘하고 쾌활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친구 관계만 좋은 게 아니라 선후배 관계도 굉장히 좋고 항상 어른스럽고 묵직한 친구였다고 하더라고요."
- 오승훈 아나운서가 대전 현충원에 가서 방송 초반을 진행했는데 왜 그렇게 했나요?
"일단 채 상병의 영결식 사진이나 영상은 많이 나왔었는데 현충원에 있는 모습은 많이 비쳐지지 않은 것 같았어요. 새롭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더불어 우리 방송 MC도 추모하고 시작하면 전체적으로 방송의 분위기가 잘 잡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 사고 당시 생존 장병 어머님 인터뷰로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사건 관련 뉴스 볼 때 항상 채 상병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봤는데 자세히 보다 보니까 같이 빠진 장병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장병들도 지금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함이 생겨서 알아보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에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어머니가 계셨어요. 아무래도 생존 장병이 직접 겪은 일이다 보니까 우리의 스토리텔러로서 역할 해주실 수 있겠고 생존 장병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초반에 배치한 목적이 있었어요."
- 생존장병 어머니는 어떤 상태셨나요?
"일단 어머니께서도 사고 이후로 그 아들과 똑같이 트라우마를 겪고 계셔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이셨고요. 지금 전개되는 상황 보면서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굉장히 분노해 계신 상태예요."
- 생존 장병을 인터뷰하긴 어려웠나요?
"아직 복무 중이다 보니까 언론 인터뷰를 하기는 좀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어머니께서 해주셨어요."
- 생존 장병이 군에 있으면 치료는 안 받고 있나요?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사고 이후로 부대에서 한번 심리 상담을 지원해 줬는데 그 상담이 그렇게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는 아무 치료도 이뤄지지 않았고 그거에 일단 많이 화가 나 계세요."
- 장화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던데 왜 장화를 착용하게 했을까요?
"저도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고 수사 결과가 나와야 되겠지만 저희 취재 결과에 의하면 일단은 해병대 1사단이 처음 전개한 수색 작전은 수변 위주로 하는 거였어요. 근데 수변 지역이 다 진흙이고 펄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투화 대신 장화를 신은 걸로 알고 있는데 장화를 신는 건 수변 기준일 때 안전한 건데 그걸 신고 수중으로 들어가서 문제가 불거졌죠."
- 군 내에서 장화 신으면 안 된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묵살했다면서요?
"한 현장 지휘관이 장화를 신고 입수하면 안 된다고 안전 재난 수칙에 나와 있다고 건의한 카카오톡 내용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장화 착용 공지가 내려와서 그 과정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원래 해병대는 수변 수색인데 왜 물속에 들어간 거죠?
"그 부분에 대해서 비판이 있어서 저희 소방 측에 물어봤는데 소방 측은 그렇게 협조했다고 이야기하고 해병대 측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방 측하고 조금 의견이 다르다고 수사를 통해서 결과를 밝히겠다고 입장 밝혀왔습니다."
- 구명조끼 안 입는 게 문제잖아요. 근데 일각에선 구명조끼 입으면 해병대 글씨가 안보이니 안 입힌 거 아니냐는 소리도 있나 봐요?
"저희가 방송에서 보여드렸던 그 해병대 전우회 동기분들이 집회에서 구명조끼를 안 입은 이유에 대해서 해병대 글자를 잘 보이려고 한 것 같다고 해요. 그 근거로는 평소에 임성근 사단장이 수색 지원할 때 공보 활동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인물이었고 복장에 대한 지적이 많아서 그 연관관계로 추정하는 상황입니다."
외압 관련 여러 의혹들
- 수사 외압에 대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물어보셨잖아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외압의 이야기가 나오고 직접적으로 거론된 인물이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었는데 저희가 일단 직접 질문을 해보기 위해서 국회 국방위원회를 열렸을 때 방문했었어요. 그 당시에 먼저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만났을 때는 박정훈 단장에게 다섯 차례 전화 걸어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 빼라고 한 적이 있느냐를 물어봤고 유재은 법무관리관 입장은 본인은 반복적으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저한테 입장을 밝혀왔고 이종섭 장관 같은 경우는 본인이 외압을 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고 해요."
- 전화한 건 인정 해요?
"전화했는데 혐의자, 혐의라는 단어를 빼라고 한 적이 없고 본인은 박정훈 단장에게 군사법원법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통화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임성근 사단장을 처벌 안 받게 하려고 외압 넣었을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일단 사건 전개에 있어서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된 거는 박정훈 단장이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굉장히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장관에게 전화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언론에 공개가 돼서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런 내용이 나오다 보니까 사람들이 '왜 대통령이 임성근 사단장을 비호하려 하는가'라는 의혹이 제기된 거죠.
그 의혹의 배경을 살펴보면 작년 태풍 힌남노 때 윤석열 대통령이 수해 대응 방식 때문에 여론의 반응이 안 좋았는데 그 당시에 임성근 사단장이 포항에서 큰 활약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연으로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성근 사단장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추정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김계환 사령관은 본인이 대통령이 한 말을 박정훈 단장에게 전한 적이 없다고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상황이라 지금 그 이야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 진위 파악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근데 <스트레이트> 보면 VIP가 격노했다는 문건이 있지 않나요?
"그 문건 자체가 박정훈 단장이 작성한 문건인데 문제의 VIP 격노 발언의 주체인 김계환 사령관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죠."
-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박정훈 수사단장이 통화할 때 같이 들은 증인이 있나 봐요?
"박정훈 단장이 유재은 법무관리관하고 단독으로 통화한 거 외에 해병대 수사단 단원 2명과 같이 스피커 폰으로 통화 했다는 주장이 있고요. 그 스피커폰 통화를 통해서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협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했다는 말 들었다고 진술한 수사 단원이 있습니다."
- 장관도 모르게 국가안보실이 해병대에 수사계획서를 3번이나 요청한 거죠. 왜 국가안보실은 수사계획서를 요청했을까요?
"저희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함이 있는 지점이었고, 일단 1차로 사고 발생 2일 후에 수사 계획서를 국가안보실에서 요청했었고요. 그리고 28일, 30일은 수사 보고서를 요청했는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말한 바로는 21일 수사 계획서 보고 요청은 본인이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왜 장관도 모르게 국가안보실에서 개별적으로 수사 자료를 요청했는지 궁금함이 많이 남습니다."
- 국방부조사본부 재검토 결과는 꼬리자르기 인 거 같던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초기 조사 결과는 과실치사로 사단장 여단장을 포함해서 현장 간부 총 8명에 적용했는데 이 자료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결과는 사단장 여단장 그리고 또 다른 현장 간부는 사실관계만 적시하고 과실치사는 대대장 2명만 적용해서 경찰에 이첩됐습니다. 아무래도 수사 자체는 경찰청에서 하는 거다 보니까 그 내용 그대로 과연 수사가 이루어질지 아니면 경찰청에서 참고용으로만 보고 또 새로운 조사 결과를 적용시킬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왜 채 상병이 구명조끼 안 입고 수색하다 사망했는지가 본질인데 본질은 사라진 느낌도 있는데.
"제가 이 취재를 하면서도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 그 지점이었어요. 아무래도 채 상병이 사망한 것이 최초의 사건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가 되고 정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정작 왜 죽었는지, 그 상황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걸 비판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정말 본질은 사고 발생 원인과 책임자 엄중 처벌이기에 꾸준히 국민들이 관심 갖고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채 상병 사고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많이 마음 아파하고, 이 사건이 왜 이렇게까지 커지고 본질에서 멀어졌는지에 대해서 분노하고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고 아직 수사 중인 현안이기에 진실에 다가가는 데 좀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사건 초반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주고 사고 발생지인 내성천의 지형 분석을 해보고 유속에 대한 비판을 좀 더 면밀히 해보자고 취재했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공부도 했고 자료의 양도 방대했지만 뜻깊은 과정이었습니다."
- 혹시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거 있나요?
"사고 관련 비판을 보면 장화 착용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실제로 사고 발생지에서 입수 실험을 촬영했습니다. 故 채 상병과 같은 신체 기준을 가진 스턴트맨을 섭외해서 장화와 전투화 비교 입수 실험을 했는데 분량이 넘치는 바람에 방송에는 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