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청춘에게 선물한 칭호, MZ 세대. 요즘 애들은 당당하고 자유롭다는데 애초에 젊음은 늘 그랬다. 가지각색의 청춘을 낡은 세대론으로 가두는 어른들도 젊었을 때는 MZ스러웠다. 정작 청년들은 공감하지 못하는데 역으로 "너 MZ세대라며, 참신한 아이디어 없어?"라고 MZ다움을 요구한다.

MZ 프레임을 반송하고 싶을 때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청년을 규정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논다. 요즘 놀이를 잘 모른다고 화내도, 꼰대 같다고 놀려도, 그는 흔쾌히 수용하고 새로 배운다. MZ와 함께하며 가장 MZ스러운 콘텐츠를 만든 나영석 피디, 당신이라면 우리를 MZ라 불러도 좋다.
 
MZ가 놀리고 혼내는 건 '엑스세대' 나영석
 
 <뿅뿅 지구오락실 2> 공식 포스터

<뿅뿅 지구오락실 2> 공식 포스터 ⓒ tvN

 
<뿅뿅 지구오락실> 시리즈에서 나영석 PD의 별명은 영석이형이다. 흔히 PD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권위적인 이미지나 남성 연출가와 여성 출연진 사이의 거리감 없이 서로를 편안하게 대한다. 맏언니인 이은지조차 어린 92년생이기에 나 PD는 그들을 딸 혹은 조카처럼 본다고 털어놨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그는 깍두기 역할이다.

왕궁에서 도망간 '토롱이'를 잡기 위한 어려운 미션을 내도 검색 본능을 발휘해 단번에 잡고 MZ 문화를 맞추는 퀴즈에서는 되려 MZ 출연진이 틀린 정답을 정정한다. 나 PD에게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씌우고 외국인에게 호응을 요구하거나 빨리 게임 세트를 설치하라며 제작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게다가 깨어 있는 MZ문화를 마주하였을 때도 나영석은 당황하지 않는다. 아직 92년생인 이은지를 맏언니라는 이유로 'OB'라 칭하자 출연진들이 불쾌감을 드러냈을 때 그는 실수를 수용하고 정중히 사과한다. 경력 있는 연출가가 어린 연출진에게 사과하는 건 기존 한국 예능의 권력관계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기존 <신서유기>, <윤식당>에서도 나 PD가 출연진에게 놀림당하는 장면은 많지만, 그가 출연진에게 혼나는 장면은 새롭다. 엑스세대와 MZ세대 사이 벌어진 문화 차이에 그는 기존 예능 문법을 고수하지 않았다. 단지 재밌게 노는 MZ에게 다가가 질문할 뿐이다. "그럼, 너희는 어떤 식으로 노는데?" 라고.
  
자가복제의 아이콘? 나영석의 겸손함

나영석은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출연하여 자신을 자가복제의 아이콘이라 말하였다. 하지만, 이는 겸손한 변명일 뿐. 나 PD는 언제나 시청자에게 낯설지 않은 선에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을 들고 왔다. 60분에 달하는 FULL 방송보다 10분 이내 짧은 편집본에 반응이 좋다는 걸 알고 그는 옴니버스식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만들었다. 2020년에 다가올 '숏폼'의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이서진과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 <나영석의 나불나불>

이서진과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 <나영석의 나불나불> ⓒ Youtube '채널십오야'

 
출연진이 정해진 세트장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직접 게임을 들고 연출가가 찾아가는 <출장십오야> 시리즈는 성황리에 시즌1을 마치고 새 시즌으로 돌아왔다. 거창한 예능 콘셉트 대신 출연진이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나영석의 나불나불>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었다.

나영석의 성공 요인은 그의 말과 달리 자가복제가 아닌 변화하는 것. 유명 방송가 PD가 유튜브 채널에 나타나 한 수 배웠다고 말하고 어린 출연진들에게 '덕분에 새롭게 알아간다'고 고마움을 표할 줄 아는 것.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2007년의 <1박2일>부터 "영석이형" 소리를 듣는 2023년의 <뿅뿅 지구오락실>까지 나PD가 살아남은 이유다.
 
나PD, 구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융합 제작가
 
 나영석 유니버스가 펼쳐지는 유튜브채널 '채널십오야'

나영석 유니버스가 펼쳐지는 유튜브채널 '채널십오야' ⓒ Youtube '채널십오야'

 
나영석은 MZ 문화를 '역시 MZ'라며 호들갑스럽게 대하거나 '이래서 젊은 애들이 문제'라며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특정 세대에게 국한된 MZ 문화이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한다. 사람 얼굴을 보고 이름을 맞추거나 눈을 가리고 술래를 잡는 게임처럼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소재에 MZ 출연진을 더하여 가장 신세대적 콘텐츠를 만들었다.

특정 시청자를 타겟으로 하여 오직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2023년의 예능 생태계에서 나PD는 다양한 콘텐츠로 넓은 시청자 스펙트럼을 확보하며 자신만의 예능 유니버스를 만들고 있다.

그 덕에 시청자는 젊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나PD표 예능에 웃는다. 뛰어난 연출가는 언제나 세련된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와 함께 웃고 있다.
나영석 뿅뿅지구오락실 채널십오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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