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 2일> 멤버들이 과자를 담아 가격을 묻자 상인이 한 봉지에 7만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KBS <1박 2일> 멤버들이 과자를 담아 가격을 묻자 상인이 한 봉지에 7만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 KBS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멤버들이 지역 시장에 가서 과자를 사는 내용이 방송을 탄 뒤 '바가지 요금' 논란이 일고 있다. 파문은 커졌고 결국 영양군은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지난 6월 4일 방송된 <1박 2일> 시즌 4에서 멤버들은 경북 '영양공설시장'을 방문했다. 장을 보던 멤버들은 옛날 과자를 파는 매대에서 과자를 시식했다. 이들은 땅콩맛 과자, 생강맛 과자, 젤리를 각각 한 봉지씩 담았고 무게를 잰 상인은 한 봉지에 7만 원이라고 했다. 

깜짝 놀란 멤버들은 10만 원에 과자를 맞춰달라고 했지만 상인은 시식을 많이 했다고 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멤버들은 과자 세 봉지를 14만 원에 구입했다. 

방송이 나간 후 영양군청 홈페이지에는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한 봉지에 7만 원이라니 말이 안 나온다" "기가 막힌다" "과자 가격보고 놀랐다" 등의 반응이었다. "전통시장의 모든 먹거리 가격표기 의무화하고 지자체에서 항상 관리하는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영양군 사과했지만 '역효과'
 
 영양군청 게시판에 올라온 해명 글.

영양군청 게시판에 올라온 해명 글. ⓒ 영양군청홈페이지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영양군은 지난 5일 해명글을 내놓았다. 영양군은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사과를 드린다"면서 "이때 판매한 상인은 제18회 영양산나물축제 기간에 '옛날 과자류' 판매를 위해 이동해 온 외부 상인으로, 영양전통시장 상인들과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양군청의 해명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장사한 곳은 영양시장이고 그곳의 관리는 군청"이라며 "바가지 씌운 곳은 외부인이라며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해당 물건을 판 상인이 사과문을 올렸다. 영양군청 게시판에 올라 온 '필독해주십시오. 1박2일 옛날과자 판매로 논란인 상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는 "세 봉지 금액이 총 7만원이었다"며 "한 봉지 가격이 7만원이라는 거짓된 지라시로 제 명예를 실추하고 사기꾼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빈축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방송에 다 나와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반발했고, 작성자는 6일 또다시 글을 올렸다. 
 
 영양군청 게시판에 올라온 글.

영양군청 게시판에 올라온 글. ⓒ 영양군청홈페이지 갈무리

 
작성자는 "영양산나물 축제 과자 팔던 상인"이라며 "어제 올린 글은 제 옆 상인이 보기 딱하다며 올려줬는데 너무 급하게 올리다 보니 더욱 변명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하여 먹기 살기 힘들어서 제가 생각이 짧아서 과자 단가를 높이 책정했다"면서 "모든 상인 여러분 '1박 2일' 관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영양군청도 6일 오전 게시판에 "영양군 대국민 사과문(1박 2일 방영, 옛날 과자 바가지 논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영양군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5일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이번 일을 마치 외부 상인만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며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바가지 요금의 시작과 끝은 지자체의 관리소홀 
 
 지역축제에 갔다 온 시민이 한 접시에 4만원이라고 올린 사진.

지역축제에 갔다 온 시민이 한 접시에 4만원이라고 올린 사진. ⓒ 온라인커뮤니티

 
최근 지역 축제마다 '바가지 요금'으로 방문객들의 불만이 크다. '함평나비축제', '남원 춘향제', '진해군항제' 등을 다녀온 시민들은 고기 몇 점에 4만 원, 손바닥만 한 파전 2만 원, 만 원 이상만 파는 어묵 등 품목을 열거하며 바가지 요금을 지적하는 사진과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고 있다.   

이런 '바가지 요금' 논란은 축제에만 참여하는 전문 상인들이 한철 장사를 노리고 비싼 요금을 받아 주로 발생한다. 물론 상인들의 장사 태도도 문제지만 지자체의 관리 부실도 문제다.  

예전에 일본에 살 때 지역 축제를 자주 경험했다. '축제 위원회'나 '상인 조합'은 메뉴 가격을 공지하는 건 물론 상인 보건교육까지 받아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바가지 요금' 논란이나 위생 논란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상인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 메뉴와 가격, 위생 등을 사전에 점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지자체가 축제를 열기 전 철저하게 가격과 위생을 점검했다면, 이런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된 '1박 2일' 프로그램 촬영 당시에도 지역 홍보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영양시장의 상황을 확인했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역 축제와 재래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경제 살리기에 있다. 예산을 들여 홍보를 해도 지금처럼 '바가지 요금'으로 논란이 된다면 아니한 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고민할 것은 '어떻게 홍보할 것이냐'가 아니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이냐'가 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1박2일 지역축제 바가지요금 지자체 영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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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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