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지난 주에 이어 제주도 특집으로 진행됐다. 6년 전 유기견 봉사를 갔던 엄마 보호자는 온순한 성격의 레트리버+진도 믹스 곰탱이(수컷, 9살)에게 꽂혀 입양하게 됐다. 곰탱이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게 성장했다. 최근 엄마 보호자는 SNS에서 보스를 보고 남편과 상의 후 입양을 선택했다. 반려견들을 위해 제주도로 이사도 결정했다. 

내향적인 곰탱이와 외향적인 보스는 완전히 극과 극의 성격을 지녔지만, 엄마 보호자는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잘 지낼 자신이 있었다. '개통령' 강형욱의 여러 솔루션 영상들을 섭렵하며 준비를 했고, 흙냄새를 맡게 해줄 넓은 마당이 있는 집도 마련했다. 사회화를 위한 교육까지 시켰다. 게다가 전직 헬스트레이너였던 터라 체력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이미 대형견 곰탱이를 키우고 있었지만 한 마리 더 케어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오만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멍청한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엄마 보호자)

제작진 향해 급발진한 보스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사전 답사에서 보스는 제작진을 향해 급발진했다. 당황할 수 있는 과격한 인사를 건넸다. 또, 처음 보는 물건은 씹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제작진의 인형뿐만 아니라 카메라 마이크도 순식간에 아작냈다. 또, 잠시라도 만져주지 않으면 금세 장난기가 발동했다. 엄마 보호자 입장에서 '네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법했다. 그만큼 보스의 에너지는 남달랐다. 

천천히 밥을 먹는 곰탱이와 달리 보스는 삼키다시피 급하게 밥을 해치웠다. 그 때문에 공간을 분리해서 밥을 주고 있었다. 다견 가정의 경우 식사 분리는 기본인데, 이를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다만, 먼저 밥을 먹은 보스가 곰탱이의 밥을 빼앗아 먹는 경우가 잦았다. 또, 곰탱이에게 다가가 마운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내 거 왜 안 남겼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식사 후, 아빠 보호자는 곰탱이와 산책을 나섰고, 엄마 보호자는 보스와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골프공으로 놀아주기를 시도했지만, 골프공을 캐치한 보스는 깨물어 부숴버렸다. 실제로 보스는 집 안의 각종 물건을 파괴시켰다. 씹어버린 물건들도 가지각색이었다. 게다가 엄마 보호자에게 달려들어 머리끈'만' 물어뜯었다. 엄마 보호자는 심각했지만, 보스에게는 모든 게 장난일 뿐이었다. 

어린 반려견이라 보이는 문제일까. 보스는 엄마 보호자에게 마운팅을 하기도 했다. 엄마 보호자는 실컷 에너지를 분출시켜줘도 남은 에너지가 자신에게 분출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푸념했다. 공놀이에 이어 물놀이를 진행했지만, 얼마 못 가 보스가 호스를 물어뜯으려 하더니 급기야 엄마 보호자의 손에도 입질을 했다. 보스는 자신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편, 산책을 나간 곰탱이는 고양이를 보고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이전의 순한 모습과는 달리 살벌했다. 남편 보호자는 곰탱이가 새나 고양이 등을 보면 눈빛이 변한다며 우려했다. 실제로 과도한 흥분으로 목줄까지 끊긴 적도 있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곰탱이의 마음이 궁금하다며, 혹시 보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저는 저 친구들은 좋은 개라고 느낀 게, 레트리버를 키우면서 아직 불이 나지 않았어요. 불이 나지 않았다는 건 굉장히 좋은 개라는 거예요." (강형욱 훈련사)

제법 심각한 보호자들과 달리 강형욱은 느긋했다.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레트리버를 키우면서 이 정도의 트러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체력왕' 보스를 위한 솔루션에 돌입했다. 우선, 몸으로 놀아주기! 강형욱은 보호자들과 달리 직접 몸으로 부딪쳐 가며 놀아주기 시작했다. 다만, 지나친 흥분을 막기 위해 가벼운 블로킹으로 견제도 잊지 않았다. 

또, 공을 이용해 놀아주는 방법도 전수했다. 보스는 공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는데, 이때 공으로 집중시키되 몸으로 놀아주는 게 포인트였다. 보스는 공을 물지 않고도 오히려 더 즐겁게 놀았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공을 주지 않는 반려견이라면 긴 목줄을 사용해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도 적극적인 블로킹으로 보호자의 에너지를 과시해줘야 한다.  

"거의 유격처럼 놀아줘야 해요." (강형욱)

강형욱은 보스처럼 장난기가 다분한 반려견들을 키울 때는 모든 상황을 보호자가 주도하며 컨트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한 상대방을 따르고자 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강형욱은 지금처럼 보스가 공을 물어뜯도록 하는 건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호자들을 칭찬했다. 만약 공 대신 전선을 물어뜯는다면 큰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다행스럽게도 공을 뜯는 욕구는 다른 욕구로 전환이 용이한데, 예를 들면 동물 뼈로 대체할 수 있다(돼지 뼈는 쉽게 부서지므로 단단한 소뼈를 사용하는 게 좋다). 씹는 걸 좋아하는 레트리버에게 동물 뼈를 이용한 씹는 욕구 훈련은 필수에 가깝다. 보스는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뼈를 씹었다. 다만, 소유욕과 음식 공격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뼈를 먹을 때는 무조건 혼자 둬야 한다. 

"이런 타입의 반려견을 이 정도만큼 키웠다는 건 인정. 최선을 다했는데 조금 부족했던 거예요." (강형욱)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에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가장 궁금했던 보스의 입질은 공격이 아닌 놀자는 애교였다. 옆에 있던 박세리도 진짜 공격적인 반려견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든다며 안심시켰다. 또, 곰탱이를 향한 보스의 마운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지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보스가 곰탱이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형욱에게 칭찬받은 보호자들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그렇다면 곰탱이가 동물을 보고 짖고 달려들려 하는 건 어떨까. 강형욱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줄만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곰탱이의 반응의 강도 등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그동안 고생했을 엄마 보호자와 아빠 보호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형욱에게 많이 혼날 각오를 했던 엄마 보호자는 오히려 잘 키웠다는 칭찬을 받자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다만, 강형욱은 두 반려견의 다양한 경쟁보다는 곰탱이를 위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또, 반려견과 함께 하는 모든 활동은 보호자가 주도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권고했다. 보스보다 힘도 체력도 센 보호자가 돼라는 뜻이었다. 지금처럼 놀아주면서 하루에 12km(오전 6km, 오후 6km)를 함께 뛰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며 응원했다. 

2022년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602만 가구, 130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출산식품부) 그 중 개는 545만 마리이다. '개는 훌륭하다'가 반려 문화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와 무신경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반드는 보호자들이 많다. 그런데 보스, 곰탱이 보호자들처럼 책임감을 갖고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된다.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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