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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위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민주당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문제의 시작은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였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을 비롯해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 사퇴를 요구하자 강성당원들은 이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냈다고 한다.

5월 하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제재 결의안 채택 요구가 있었지만, 친명(친이재명) 의원들 반발로 무산되었다. 지금 민주당 상황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3일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대변인과 전화 연결해 인터뷰했다. 다음은 허 전 청년 대변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문자폭탄', 초기에 정리했으면 민주주의에 더 도움 됐을 것"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의원회관 나서는 김남국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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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민주당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민주당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희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진 건 유권자들에 평가받은 거잖아요. 평가 받은 걸 토대로 오답 노트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그 과정을 거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제 중 하나가 강성 지지층 아닌가요?

"강성 지지층은 모든 정당마다 다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지지층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총의를 모아내는 정치가 있으면 괜찮을 텐데 그게 없고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다 지지층에게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강성 당원은 예전에도 있었죠. 하지만 예전에는 안 이렇지 않았나요?

"예전에도 이랬을 때가 있고 아니었을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했던 말이 있는데요 정확하게 말하면 유시민 작가가 정리했던 <운명>이라는 책에 보면 강성 지지층이라는 얘기 혹은 강경파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만 있었다고 하기 어려워요. 뭐라고 적혀 있냐면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란 거예요. 이때도 지금 저희가 보는 거와 비슷한 뭔가를 느꼈을 거로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말을 했던 맥락을 보면, 한국이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이기 때문에 한 표 차이로만 이겨도 선거에서 이기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는 대화나 타협보다 상대를 타도하라는 목소리 같은 것들이 더 득세했다는 맥락에서 말씀하신 건데요. 이걸 해소하려면 정치가 방안을 마련하고 문제의식을 다듬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 문자 폭탄 처음 나온 게 2017년 대선 때로 기억하거든요.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반대편을 향해 보냈죠. 당시 문재인 후보는 문자 폭탄을 '양념' 정도로 치부했던 기억인데, 그때 바로 잡지 않아서 일이 커진 게 아닐까요?

"방금 기자님께서 말씀하셨던 맥락이 저는 되게 중요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그 부분을 다들 까먹고 문제 제기 하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그런 과격한 얘기들이나 문자 폭탄은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분명히 있었는데 실제로 지금 이 개딸이 형성된 맥락 중에는 과거에 문파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과도한 부정적 서사를 좀 뒤집어씌운 행동에 대한 반작용도 저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이 대표 지지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당신들도 더 해놓고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하냐'가 된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게 이재명 대표가 과거 강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받은 문자 폭탄을 두고 했던 얘기가 천 명쯤 차단하니까 조용해지더라고 했거든요. 그런 것들이 당시의 양념이라든가 이렇게 포장되는 게 아니라, 그때 정리가 되는 게 우리 민주주의에 더 도움이 됐을 텐데요. 당시 그렇게 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지금이라도 반성해서 고쳐야 앞으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가 확립될 거예요."

- 지난달 김남국 의원 코인 관련해서 청년들이 기자회견을 한 뒤, 대변인님도 강성 지지자들로 욕설 문자 많이 받은 거 같던데요.

"저는 사실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아서 문자 폭탄이 많이 오지는 않는데 보통 SNS 메시지나 댓글 같은 거로 꽤 많이 반박이나 비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상처받진 않아요. 제 나름대로 대응하는 방식이 붙잡고 앉아서 대화 해보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또 입장을 바꾸거나 이해해 주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물론 개중에는 다짜고짜 욕설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경우 소통은 아니니까 무시하는 방법으로 한다든가 하죠.

어쨌든 이게 민주당이라는 정당 자체를 규정하는 문제가 돼 버렸기 때문에 정당의 구성원들이 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해소하는 방식이 '개딸과 절연하라'는 건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유권자를 절연할 수 없는 거거든요. 지금 민주당 정당원이나 지지층이니까 절연하라는 말이 나오지만, 유권자로 넓혀보면 유권자 중에서도 과격한 분들 계시거든요."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왼쪽 두 번째부터), 이동학 전 최고위원, 박성민 전 최고위원, 하헌기 전 청년대변인 등 청년정치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왼쪽 두 번째부터), 이동학 전 최고위원, 박성민 전 최고위원, 하헌기 전 청년대변인 등 청년정치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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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같은 경우 이른바 태극기 부대하고는 어느 정도 끊어내지 않았나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 저는 끊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불거졌던 과연 김재원, 태영호 등 두 분의 징계 사태의 본질도 보면 김재원 전 의원 같은 경우 전광훈 목사에게 가서 했던 발언들이 문제 돼서 징계받은 거고 태영호 의원의 제주 4.3 문제라든가 이런 부분들도 저는 유튜버들을 청중으로 정해놓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아직도 지도부가 완전히 극성 지지층들이랑 끊어내지 못했죠. 사실 끊어내는 게 넉넉한 일은 아닙니다. 

두 분은 그래도 징계했으니 더 나은 게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 김기현 대표나 윤석열 대통령이 보편 대중에게 타겟팅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정책을 펼치고 있느냐고 물으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상당히 강성 극우 우파 유튜버들이나 구독자들에게 맞춰져 있는 메시지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각 당이 그런 분들한테 끌려다니기보다 그런 분들도 유권자층이라고 인정하되 본인들이 좀 더 보편 상식에 입각하는 방향으로 공동체를 끌고 나갈 수 있게끔 해야 될 텐데 보수 정당도 아직 그것까지는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민주당 쇄신하자는 의견이 많잖아요. 민주당의 쇄신 방향은 어떻게 보세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 민주당은 쇄신 방향이라는 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대의원제 관련해 저는 좀 뜬금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의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경우는 전당대회거든요. 물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당원의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란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고쳐나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쇄신'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 유권자는 민주당의 대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몇 표를 행사하고 있고 이런 걸 알지도 못하거든요. 우리나라 국민 중에 당원이라고 치면 100만 명인데 훨씬 더 많은 유권자가 보기에는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거든요. 근데 우리끼리 하는 그 전당대회의 룰을 바꿨다고 다수 유권자가 과연 민주당이 쇄신됐다고 말할 건가라고 하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는, 저희가 대선이나 지선이나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게 대의원제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가 보궐 선거부터 이어지는 내리 세 번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동안 뭐 때문에 심판을 받았고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쇄신안으로 되어야 하는 거지 그것과 무관한 대의원제 얘기만 하면서 이게 쇄신안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민주당, 왜 심판 받았었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쇄신안 내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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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민주당 문제가 나오는 것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이게 검찰의 기획 수사고 야당탄압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 두 가지가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냐하면 이재명 대표가 받는 문제에 대해서 사법적으로 치면 혐의 단계거든요. 그런데 이 혐의 단계에서 1년 넘게 지금 검찰들이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증거 하나 못 찾아낸 상황이고요. 대통령 같은 경우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에 야당과 만나지 않으면 국정을 풀어낼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 안 만나는 이유 들어보면 국민의힘에서는 (야당 대표가) 범죄 혐의자라서 못 만나는 거란 취지로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말이 안 되는 얘기거든요. 이재명이라는 개인이 싫을 수는 있겠지만 야당 대표라는 지위는 인정해야 되는 거예요. 야당 대표라는 자리도 다수 유권자가 선출해서 거기에 있는 것이고 국회의원이잖아요. 국회의원도 국민이 선출해서 거기에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거기에 겸허할 필요가 있는데 범죄 혐의자로 낙인 찍어보고 찍어놓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검찰권 남용과 함께 야당 탄압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반면에 돈 봉투 의혹 같은 건들에 대해서는 이것까지 검찰의 기획 수사라거나 야당 탄압이라고 하면 국민들이 보기에 '저 정당은 자기들이 문제 제기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전부 다 야당 탄압이라고 한다'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이 검찰권 남용이라고 하는 부분과 저희에게 제기 되는 문제를 앞장서서 구분하고 다르게 대할 줄 알아야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적 설득력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다 검찰의 기획이고 야당 탄압이라고 하면은 진짜 야당 탄압을 받는 부분까지도 설득력을 축소시키거나 상실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남국 의원이 2주 넘게 잠행했다가 뒤늦게 모습을 나타냈잖아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사실 저는 김남국 의원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하긴 했지만, 결근 부분에 보면 다른 의원들과 형평에 맞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테면 다른 의원들 같은 경우에도 지역구 행사 같은 것 때문에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김남국 의원이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정리할 것도 많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한 2주 잠행한 것을 두고 이건 무단결근이라고 하는 건 좀 너무 가혹한 얘기는 아닌가 싶습니다."

- 문제 아닌가요? 국회에 가고 싶을 때만 가는 거잖아요.

"저는 사실 국회의원들이 회의에 빠지고 하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남국 의원 같은 경우 본인이 활동했던 정당에서 탈당도 한 상황이고 형사 사건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윤리특위에 제소된 상황이기도 하고 그래서 마음을 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 아닌가 정도로 이해하려고 하고요. 그건 김남국 의원 개인의 문제인 것이고,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에 출석해서 일은 했어야 됐다라고 한다면 당연히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반론할 수 있는 논리가 없습니다. 다만, 인간적인 차원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보궐 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은 이유는 대의원제 때문이 아니고 강성 지지층 때문도 아닙니다. 이걸 명확하게 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봐요. 지금 논의해야 되는 건 국민들이 우리를 왜 심판했고 민주당에 요구하는 게 뭔지 탐색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죠. 모든 문제를 다 강성 지지층에 돌리거나 대의원제에 돌리는 건 국민들 보기에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걸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왜 심판받았는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태그:#하헌기, #민주당, #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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