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 앞두고 몸 푸는 U-20 대표팀 5월 31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클럽 아틀레티코 미트레 훈련장에서 에콰도르와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김지수, 이승준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 U-20 대표팀 ⓒ 연합뉴스


한국의 젊은 태극전사들이 U-20 월드컵에서 통산 3번째 '4강신화'에 도전한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월드컵 대표팀은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의 에스타디오 우니코 마드레 데 시우다데스에서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에서 나이지리아와 격돌한다. 지난 2019년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 U-20 대표팀은 1983년 멕시코 대회와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역대 3번째로 U-20 월드컵 4강진출을 노린다.

나이지리아는 16강전에서 작년 카타르월드컵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 개최국으로 우승을 노렸던 아르헨티나를 2-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나이지리아는 통산 U-20월드컵 준우승 2회와 3위 1회에 올랐을 정도로 연령별 대회에서 상당히 강한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자 두 대회 연속 8강에 오른 대한민국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양 팀의 8강전은 상당히 재미 있는 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U-20월드컵서 두 번 만났던 한국-나이지리아

사실 나이지리아는 한국에게 '미지의 상대'는 아니다. A매치에서도 5차례 맞붙어 3승2무로 확실한 우위에 있었고 올림픽 대표팀은 4전 전승을 기록하며 나이지리아에게 '악몽'을 안겨준 바 있다. U-20 대표팀은 통산 4차례 맞붙어 2승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는데 특히 양 팀은 U-20월드컵 본선에서도 두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맞대결은 두 나라 U-20 대표팀의 우위를 가리는 경기가 될 것이다.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지난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브라질,스위스와 같은 조에 포함됐다. 당시 한국은 2002한·일 월드컵 4강의 성과로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 시절 박성화호에는 '축구천재'로 불리던 박주영(울산 현대 플레잉코치)을 비롯해 '파랑새' 백지훈, '영록바' 신영록 등 뛰어난 재능을 갖춘 유망주들이 즐비했고 내심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1-2로 패한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전반18분 나이지리아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40분이 지날 때까지 만회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점점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44분 박주영의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 추가시간에 백지훈이 극적인 왼발 결승골을 터트리며 2-1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온 힘을 쏟은 한국은 3일 후 조별리그 3번째 경기에서 브라질에게 0-2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한국에게 일격을 당했던 나이지리아는 전열을 가다듬고 F조2위로 16강에 진출한 후 토너먼트에서 우크라이나,네덜란드,모로코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결승에서는 리오넬 메시라는 '괴물'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만나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2013년 터키 대회에서 8년 만에 다시 같은 조에 포함됐다. 쿠바에게 2-1로 승리하고 포르투갈과 2-2로 비기며 1승1무가 된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게 0-1로 패했다. 조3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16강에서 콜롬비아를 승부차기로 꺾고 8강에 진출했지만 8강에서 같은 아시아의 이라크를 만나 역시 승부차기 끝에 4-5로 패하면서 20년 만의 4강 진출이 아쉽게 좌절됐다.

8강에선 누가 한국의 영웅으로 등장할까

나이지리아는 16강진출 3회가 역대 최고성적일 정도로 성인 월드컵에서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심지어 작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에서 가나에게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본선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U-20 월드컵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이지리아는 1985년 소련대회 3위를 시작으로 1989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준우승, 2005년 네덜란드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이지리아는 브라질과 이탈리아 같은 전통의 축구강국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나이지리아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브라질에게 0-2로 패하며 조3위로 밀려났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이탈리아를 연파하며 승점 6점을 확보,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그리고 16강에서는 네덜란드 대회 결승에서 나이지리아를 울렸던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제압하며 18년 전의 복수에 성공하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16강에서 명승부를 펼친 끝에 에콰도르를 3-2로 제압했다. 물론 한국도 16강에서 3골을 터트렸지만 뉴질랜드를 4-0으로 꺾은 미국과 튀니지를 4-1로 압도한 브라질, 슬로바키아를 5-1로 제압한 콜롬비아 등 16강에서 다득점을 폭발시킨 팀들에 비하면 이스라엘과 함께 8강 진출국 중 다소 약체로 평가 받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8강 상대는 아르헨티나와의 질긴 악연을 끊고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U-20 월드컵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

이번 대회 한국은 이강인(RCD 마요르카)이라는 걸출한 에이스가 있었던 지난 대회처럼 팀을 이끄는 확실한 에이스는 없지만 선수단 전체가 고루 활약하며 매 경기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던 배준호(대전 하나 시티즌)는 16강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8강에서도 새로운 선수가 활약해 준다면 나이지리아와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다만 선수들의 체력은 8강전에서 한국의 불안요소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2일에 16강을 치른 한국은 1일에 16강을 가졌던 나이지리아에 비해 휴식일이 하루 적다. 하지만 만20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인 만큼 패기와 기세가 체력의 열세를 충분히 극복할 수도 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위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태극전사들이 나이지리아를 꺾고 축구팬들에게 '두 대회 연속 4강신화'라는 낭보를 전해오기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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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U-20 월드컵 김은중호 8강 미리보기 나이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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