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멤버 부승관씨가 부라보 밴드와 촬영한 '부라보콘' 광고.

세븐틴 멤버 부승관씨가 부라보 밴드와 촬영한 '부라보콘' 광고. ⓒ 유튜브 갈무리

 
6월 1일 세븐틴 멤버 부승관씨가 <부라보 밴드>와 함께 부른 '부라보콘' 노래가 공개됐다(아이스크림 광고). 부씨와 함께 연주한 <부라보 밴드>는 베이스 부지영, 키보드 부진철, 드럼 부혜경, 기타 부수빈 등의 멤버로 구성됐다. 

눈치챘겠지만 <부라보 밴드>의 멤버는 모두 부씨이다. 실제 촬영도 부씨의 집성촌인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에서 진행됐다. 

물론 연예인이 광고에 출연해 노래를 부른 건 그리 대단한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좀 다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부씨의 절반이 제주에 살기 때문이다(기자주- 2015년 기준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제주도에 거주하는 부씨는 전체 부씨 인구의 50%에 육박한다).

부승관씨가 '부라보콘' 노래를 부른 게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가 예명을 '부라보'로 추천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주 개국신 '고·양·부' 삼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제주 출신들 
 
 삼성사 참배자들이 분향하는 삼성문.

삼성사 참배자들이 분향하는 삼성문. ⓒ 고양부삼성사재단

 
제주에는 '삼성혈'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제주의 개국신이자 시조신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가 동시에 태어난 성지이다. 제주에는 삼신인이 바다에서 발견한 목함 속 세 공주를 만나 한라산에서 화살을 쏴 거주지를 나누고 살게 됐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세 성씨가 제주를 개국했다는 삼성신화(三姓神話)를 단순한 설화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들의 후손인 고씨-양씨-부씨가 제주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혈은 현재 <고·양·부 삼성사재단>이 맡아 관리하고 있다. 양씨 종친회는 고려사와 탐라기년에 양·고·부 순서로 서술됐다며 서열을 놓고 법적 소송까지 제기할 정도다. 얼마나 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물어봐서 고씨나 양씨, 부씨라면 열의 아홉은 제주 출신인 경우가 많다. 유명 배우 고두심씨와 양미경씨도 제주 출신이다. 유명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는 유난히 고씨, 양씨, 부씨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제주지역 성씨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 가장 흔한 김씨를 제외하고 고씨가 제주 상위 3대 성씨에 포함되기도 했다. 

제주에는 광산 김씨도 많다. 삼별초의 난 당시 제주로 왔던 김수 장군을 시작으로 김씨 일가가 지금의 제주도 구좌읍 김녕리에 터전을 잡았고 이어내려오며 살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독특한 '괸당 문화'... 이젠 그리움과 추억  
 
 세븐틴 멤버 부승관씨가 부른 '부라보콘' 노래.

세븐틴 멤버 부승관씨가 부른 '부라보콘' 노래. ⓒ 유튜브영상 갈무리

 
제주에는 '괸당 문화'가 있다. '괸당'은 친척을 뜻하는 제주어로 '괸당 문화'는 제주라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 남기 위해 만든 독특한 친족문화다. 오죽하면 제주에서 '이당 저당보다 괸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고씨, 양씨, 부씨, 광산 김씨까지 그리 많지 않은 성씨가 좁은 제주에 살다 보니 따져 들어가면 사돈의 팔촌으로 이어져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제주에서는 교통 사고가 나면 '너네 아버지가 누구냐?'를 먼저 묻는 일도 있었다. 지금도 한 두 사람만 거치면 어디서 살고 어느 학교를 나왔고,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제주 이주가 한창이었던 시기 '괸당 문화' 때문에 제주를 떠난다는 이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괸당보다 이주민들이 더 많아 오히려 원주민들이 이주민 눈치를 보는 일도 있다. 

제주 출신 연예인 중에는 어릴 적 제주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 예술분야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제주라는 지리적 여건이 제약이 됐기 때문이다. 연예인뿐이 아니다. 20대가 되면 직장과 학교를 찾아 제주를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래서 고씨, 양씨, 부씨의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주를 떠난 그들의 마음 한 컨에는 어릴 적 추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주 얘기만 나오면 이제는 어색해진 제주 사투리를 쓰면서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비록 광고의 한 장면이지만 부승관씨가 <부라보 밴드>와 함께 '부라보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부승관 고양부 제주 삼성혈 부라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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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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