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승리'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9-1로 승리하며 단독 1위로 올라선 LG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 '완벽한 승리'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9-1로 승리하며 단독 1위로 올라선 LG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라이벌전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흔히 '엘롯라시코'라고 불린다. 스페인 축구의 양대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에서 유래하며 그만큼 양팀의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사실 두 팀은 본래 라이벌로 엮일 만한 요소가 많이 없었다. LG의 전통적인 최대 라이벌은 잠실을 같은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였고, 롯데는 같은 지역 라이벌인 NC 다이노스나 삼성 라이온즈, 혹은 KIA(해태) 타이거즈와의 영호남 더비 등이 더 부각됐다. 두 팀이 함께 가을야구에 나간 것은 2000년이 마지막이고, 가을야구에서 맞대결한 것은 1995년 플레이오프(당시 롯데 4승 2패)가 유일할 정도로 인연이 적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중반부터 LG와 롯데의 암흑기가 묘하게 겹치면서 KIA까지 더하여 세 팀을 '엘롯기'라는 신조어로 한데 묶어 표현하는 것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독 만날 때마다 좋게 말하면 반전을 거듭하는 명승부, 나쁘게 말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 경기가 속출하는 LG와 롯데의 맞대결들은, 양팀의 리그 순위를 떠나 항상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본래는 양팀의 멸칭을 빗대 '엘꼴라시코' 혹은 '헬꼴라시코'로 야구팬들에게 불리던 것이 유행하면서 어느덧 미디어에까지 공공연하게 인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순화된 표현의 엘롯라시코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엘롯라시코라는 용어가 등장할 무렵의 두 팀은, 롯데가 이른바 '8888577(2001-2007시즌)', LG는 '6668587667(2003-2012시즌)'로 불리는 '비밀번호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자연히 두 팀은 상위권에서의 순위 싸움보다는 탈꼴찌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두 팀의 암흑기를 대변하듯, LG와 롯데는 만날 때마다 기형적인 난타전과 다득점 경기, 불펜 방화,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 등이 속출했다. 또한 두 팀이 암흑기를 청산하고 가을야구에 나가기 시작한 후에도 유독 엘롯라시코만 벌어지면 여전히 동네야구를 연상시키는 기상천외한 경기들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LG가 9회말 6득점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2006년 8월 16일 잠실전, '무박 2일' 승부로 유명한 2017년 6월 27~28일에 걸친 사직전 등은 이른바 엘롯라시코를 대표하는 경기들로 꼽힌다. 중의적인 의미에서 '대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경기들도 다수였다. 그나마 맞대결에서 지는 쪽은 그만큼 더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었고, 자연히 두 팀 사이에서도 '서로에게만은 절대 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3강 반열에... 분위기 달라진 '엘롯라시코'
 
밝은 표정의 롯데선발투수 박세웅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롯데선발투수 박세웅이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밝은 표정의 롯데선발투수 박세웅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롯데선발투수 박세웅이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는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2023시즌 현재, LG와 롯데는 SSG 랜더스와 함께 올 시즌 '3강'의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최근 한 달간 세 팀은 리그 1~3위 안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5월 30일 현재 LG가 30승 고지에 선착하면서 승률 .652(30승 1무 16패)로 선두에 올라 있다. 그 뒤를 SSG(.636, 28승 1무 16패)와 롯데(.619, 26승 16패)가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1위 LG와 3위 롯데의 게임 차는 고작 2경기에 불과하다.
 
LG와 롯데는 5월 30일부터 6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주중 3연전에서 올시즌 두 번째 엘롯라시코를 앞두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두권 두 팀의 맞대결은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는 희화화된 이미지와 함께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엘클라시코에 비견할 만한 진정한 의미의 라이벌전 '빅매치'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양팀의 팬들에게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엘롯라시코의 역대 통산 전적은 370승 23무 347패로 LG(전신 MBC 청룡시절 포함)의 우위다. 시즌당 전적에서도 LG가 21승 2무 18패로 우세하다. 다만 올시즌에는 지난 4월 11~13일 부산에서 치른 첫 3연전에서 롯데가 2승 1패로 먼저 우위를 점했다.
 
LG는 최근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중이며 범위를 넓히면 6회 연속으로 모두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개막 후 줄곧 팀 타율 1위(.290)를 달릴 만큼 막강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으며 팀 득실점 차도 +55점으로 압도적인 1위다.
 
롯데도 최근 6번의 시리즈에서 다섯 차례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며 꾸준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박세웅과 찰리 반즈의 호투로 선발진의 안정감이 잡힌 것도 고무적이다. 다만 지난주 마지막 경기였던 28일 키움전에서 불펜진의 붕괴로 뼈아픈 대역전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꺾인 장면은 옥에 티였다.
 
양팀은 30일 열리는 3연전 첫 경기의 선발투수로 롯데는 한현희, LG는 이민호를 각각 예고했다. 로테이션상 31일 박세웅-케이시 켈리, 6월 1일 댄 스트레일리-아담 플럿코가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LG가 이번엔 홈경기인 데다 외국인 원투펀치를 모두 가동할 수 있어서 우세가 예상되고 있다. 양팀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1위가 바뀌는 혼전 양상이 될 수도, 혹은 LG의 독주체제가 굳어질 수도 있다.

올시즌 두 팀의 동반 선전은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봐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LG와 롯데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시장성이 가장 큰 대도시 연고지와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구단들이다. '두 팀의 성적이 좋아야 KBO리그 전체의 흥행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 두 팀의 전성기가 겹친 적은 거의 없었다. 2000년대 후반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앞세워 중흥기를 맞이할 때는 LG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시기였고, 2010년대 중반 들어 LG가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부상하자 롯데가 번번이 탈락하며 부침을 겪었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오랜만에 두 팀이 나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선전하면서, 덕분에 프로야구 관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LG와 롯데의 홈경기는 물론이고 원정경기에서도 만원 관중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 두 팀의 높은 인기를 증명한다.

그동안 양팀의 맞대결이 웃음과 이슈에 치우친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재미있으면서도 수준 높은 경기력이 동반된 '진정한 라이벌전'으로 거듭나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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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롯데자이언츠 엘롯라시코 라이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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