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29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제주도의 한 다견 가정을 찾았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전원주택, 그곳에 살고 있는 보호자 부부는 무려 17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넓은 정원을 향해 끊임없이 뛰쳐나오는 비숑들의 행렬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장관이었다. 역대급 다견 가정인 만큼 그 안의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도는 짱순이와 짱돌이로부터 시작됐다. 둘은 6마리의 새끼(장군,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를 낳았고, 오월이와 행복이 사이에서 2마리의 새끼(새별, 오름)가 태어났다. 또, 유월이와 행복 사이에서 4마리의 새끼(다솜, 다온, 다한, 다빈)가 탄생했다. 여기에 봄과 믹스견 사랑이가 추가됐다. 처음에는 입양 보내는 것도 고려했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분양을 포기했다고 한다.  

17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비숑 알람과 함께 정신 사나운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집 안을 가득 채운 비숑들 때문에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식탁 위까지 올라오는 비숑들 때문에 보호자들은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빠 보호자는 그런 반려견들을 훈육하기보다 뽀뽀를 해주며 예뻐했다. 견습생으로 참여한 배우 문희경은 이 부분을 지적했다. 

엄마 보호자는 반려견들을 위한 공간을 분리해서 집을 설계했지만 따로 두면 난리가 나는 통에 안락한 삶을 꿈도 꿀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아빠 보호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려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못박았다. 그는 집에서 소변 테러를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미용 자격증과 행동 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따로 교육은 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입질이 심한 녀셕들(삼월, 오월, 짱순)이 있는데, 한 마리가 물면 다른 비숑들도 따라서 입질을 했다. 실제로 물림 사고도 발생한 적이 있었다. 강형욱은 이를 '군집 본능'이라 설명했다. 또, 유기견 봄이가 집단 폭행의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입양한 지 몇 개월 안 됐을 때 공격을 당해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약한 탓에 자주 공격 대상이 됐던 것이다. 

"위험한 행동인 게, 보호소(또는 다견 가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하나 있어요. 한 마리를 안아서 예뻐하다가 내려놓는 순간 집단 폭행을 당해요." (강형욱)

내부 상황을 살피기 위해 먼저 방문했던 문희경은 봄이가 자꾸 다가와서 예뻐해 줬더니 다른 개가 노려본 상황을 설명했다. 강형욱은 봄이의 행동이 애교가 아니라 'Help me'라며 한 마리에 대한 편애는 집단 폭행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자 부부가 굉장히 잘못된 방식으로 기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대급 다견 가정과의 상담을 앞둔 강형욱은 어떤 솔루션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절대 행복한 집 아냐"... 사랑이가 짖는 이유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에게 비숑들이 달려와 격하게 환영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우선, 강형욱은 입질을 하는 삼월, 사월, 오월이에게 목줄을 착용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어서 짖음이 심한 사랑이도 목줄을 착용시켰다. 주도적인 개들을 먼저 통제한 것이다. 강형욱은 다른 개들이 "이제 내가 대장이야"라고 생각하고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형욱은 살얼음판 같은 짱순이네 하우스 내에 짖음을 조장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분석했고, 비숑들의 집단행동을 관찰했다. 적막이 이어지던 중 사랑이가 먼저 짖기 시작했고, 다른 개들도 따라 짖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짖는 개를 밀치도록 지시했다. 17마리 실내견들과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잠시 후, 비숑들은 사랑이를 집단 공격했다. 왜 사랑이가 타깃이 된 걸까. 

"자, 보세요. 이게 현실이에요. 어때요? 사랑이가 평상시에 왜 짖는지 아세요? 내가 왕따가 될까 봐 짖은 거예요." (강형욱)

사랑이는 집단 내에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공격을 주도하고 있었다. 유리한 집단에 편승하고 약한 집단을 괴롭혔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엄마 보호자는 사랑이가 처음에 집단 공격의 피해를 당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랑이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한 셈이다. 강형욱은 "절대 행복한 집이 아니"라며 "누구나 가해견이 될 수 있"다며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였다. 누가 누구를 공격했던 게 아니라 내가 약한 개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약한 개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 말이다. 따라서 누가 짖으면 같이 따라 짖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이다.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힘 센 무리와 어울리는 식이었다. 강형욱은 다견을 키울 때는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며 솔루션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보호자와 반려견의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다. 특정 개가 보호자의 애정을 받는 순간 집단행동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다른 개들에게 화풀이를 할 가능성도 있다. 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예전의 습관을 빨리 회복하는 개가 있을 수도 있다. 거기에 동조하는 개들도 있고, 합류를 거부하고 뒤로 빠지는 개도 있을 것이다. 분명 잘못된 조직이다. 

규칙 없는 사랑의 결과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 상황의 실질적 가해자는 보호자들입니다." (강형욱) 

강형욱은 조심스럽게 실질적 가해자가 보호자들이라고 언급했고, 그동안 방치하고 방관했던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으르렁거리는 개가 나타났다. 분위기를 주도하자 여기에 동조하는 개들도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강형욱은 근본적인 것까지 접근하기에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며,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부터 고쳐나가자고 제안했다.

① 공용 밥그릇 치우기 
② 무분별한 실내 배변 금지
③ 소극적인 반려견들 분리


다견 가정 내에서 공용 밥그릇을 사용하면 누군가 밥그릇을 독차지하고, 약한 개들은 눈치를 볼 수 있다. 이는 자유로운 배식이 아니라 공격적인 배식이다. 강형욱은 다견 가정에서는 개별 밥그릇을 사용해 제한급식이 필수이다. 또, 마당을 활용해 야외 배변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강형욱은 하루에 4번씩 기회를 주되, 그런 후에도 실내 소변을 본다면 무례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분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켄넬을 이용해 3개의 그룹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집단 행동의 분위기를 이끄는 주도적 그룹과 경쟁이 아닌 휴식을 원하는 소극적 그룹, 눈치를 보는 팔로어 그룹으로 나눴다. 혼돈 그 자체였던 거실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분리 후에 성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그럴 때는 (보호자를 제외하고) 모두 평등하다는 걸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강형욱의 목표는 뚜렷했다. 그는 17마리의 모든 반려견들이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착한 반려견은 지키고 못된 반려견은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극적인 개들끼리는 단체 생활이 가능하고, 적극적인 애정 표현도 무방하다. 반면, 주도적인 그룹은 질투와 공격성을 표출하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했다. 에너지 발산을 위해 산책과 운동을 많이 시킬 필요도 있었다. 

짧은 시간임에도 켄넬 분리의 효과는 명징했다. 1인실을 배정받고 편안히 잠이 든 녀석들도 있었다. 정신 사나운, 집단 행동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해방된 반려견들은 이제 평화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강형욱은 반려인에게 철칙과 신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보호자들의 사랑이 잘못된 공정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보호자 부부는 집 주변의 부지에 견사를 지어놓고, 19마리의 대형견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등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만큼 개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다. 하지만 실내에 사는 17마리의 반려견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규칙 없는 사랑의 결과였다. '나로 인해 반려견들이 지금 행복한가?' 보호자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할 것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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