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파란만장했던 2022-2023시즌이 막을 내렸다. 손흥민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리즈의 엘런드 로드에서 열린 2022-23 EPL 38라운드 최종전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여 도움 1개를 추가하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해리 케인이 멀티 골, 페드로 포로와 루카스 모우라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토트넘은 리즈를 대파하고도 8위(승점 60점, 18승 6무 14패)에 그쳐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은 좌절됐다. 손흥민은 전반 2분 해리 케인의 선제골을 도우며 시즌 6호 도움을 기록했다. 이로서 손흥민과 케인 듀오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EPL 통산 최다 합작골 기록'을 47골로 늘렸다.
 
또한 손흥민은 올시즌 최종 성적을 14골 6도움으로 마무리하며 공격포인트 20개를 채웠다. 손흥민은 EPL에서 10골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유럽 챔피언스리그(UCL)에서 2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2골을 보탰다. 비록 시즌 초중반까지 슬럼프과 안와골절 부상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해냈다고 볼 수 있는 기록이다.
 
불과 1년전을 생각하면 손흥민의 위상과 토트넘의 상황 모두 여러모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지난 2021-22시즌 최종전에서 손흥민과 토트넘은 나란히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손흥민은 당시 최종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리그 23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과 공동 득점왕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토트넘은 리그 4위를 기록하며 3년만에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는 기쁨까지 떠했다. 손흥민의 축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할만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2022-23시즌은 손흥민에게는 토트넘 입단 이후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애증의 시간'으로 기억될 한 시즌이었다. 토트넘은 올시즌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았다.
 
이탈리아 출신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에 부임했음에도 톱4 진입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콘테 2년차를 맞이한 사실상의 첫 풀타임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손흥민-케인-데얀 쿨루셉스키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건재한데다 히샬리송, 이브 비수마, 아르나우트 단주마,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올해는 무관의 한을 벗고 우승컵을 노릴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토트넘은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줄줄이 조기탈락하며 또다시 무관에 그쳤다. 특히 리그에서 8위에 그친 것과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이 좌절된 것은 모두 2008-09시즌 이후 14년만이었다. 극심한 성적부진에 구단과 갈등을 빚던 콘테 감독은, 지난 3월 27일 결국 상호 합의에 의해 계약을 종료하며 사실상의 경질로 토트넘을 떠났다.
 
토트넘은 이후 크리스티안 스텔리니와 라이언 메이슨까지 두 명의 대행 체제를 거쳤지만 성적은 오히려 더욱 하락했다. 콘테 감독을 경질할 당시만 해도 토트넘의 성적은 15승 4무 9패로 순위는 4위였다, 하지만 대행 체제에서 치른 10경기에서 고작 3승 2무 5패에 그쳐 8위까지 추락했다. 시즌 4위 경쟁의 최대 분수령이던 지난 뉴캐슬전 1-6 참사, 리버풀전(3-4) 극장골 패배, 브렌트포드전 역전패 등은 감독교체 이후 오히려 더 급격히 무너진 현 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토트넘은 올해 리그 38경기에서 70골을 넣고 무려 63골을 내줬다. 리그 최다 실점 6위다. 이중 토트넘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리그 15위권 이하 하위권팀들이었다. 올시즌 토트넘의 수비력은 사실상 강등권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
 
주축 선수들의 동반 부진도 치명타였다. 토트넘은 올시즌 손케 듀오를 제외하면 공격수들의 활약이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었다. 히샬리송(1골)-쿨루렙스키(2골)-단주마(1골)-모우라(1골) 등이 합작한 골은 고작 5골에 그쳤다. 이는 리그에서만 30골(전체 2위)을 터뜨린 케인에 대한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손흥민 역시 지난 시즌 득점왕의 위용을 잃으며 팀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다. 시즌 첫 골도 개막 한달여만인 리그 8라운드 레스터시티전(헤트트릭)에서야 기록했다. 2023년 1월 4일 팰리스전에서는 무려 8경기 110일만에 다시 골을 넣기까지, 프로 데뷔 이래 리그 최장기간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로도 간간이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부진한 경기가 더 많았고 올시즌 연속골(2경기) 경기는 단 한번에 그칠만큼 기복이 심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11월 초에는 마르세유(프랑스)와의 UCL 조별리그 경기 중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안와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는 우여곡절까지 겪어야했다. 콘테 감독의 보수적인 전술하에서 수비가담-플레이메이킹 등의 제약이 늘어나며 특유의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지못했고,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와의 부조화도 손흥민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몇 년간 누적된 손흥민의 혹사와 체력적 부담이 맞물려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손흥민도 한 인터뷰를 통하여 자신의 부진을 솔직히 인정하고 팬들에게 공개사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꺾이지않은 마음'이었다. 지난해 12월 소속팀에서의 극심한 부진에다가 본선 개막을 불과 3주앞두고 당한 안와골절 부상까지 당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태극마크를 달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강행했다.
 
손흥민은 마스크 투혼을 발휘하며 월드컵 전 경기를 선발출전했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포르투갈을 격파한 황희찬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한국에 12년만의 극적인 16강진출을 견인했다. 손흥민은 태극마크를 달고 세 번째 본선 도전만에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으며 대표팀에서의 한을 풀어냈다. 아울러 역대 월드컵에서 출전한 한국 선수중 최다 공격포인트(3골 1도움) 기록을 경신했다.
 
월드컵 이후 소속팀에서도 손흥민은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콘테 감독이 물러난 뒤 비록 팀은 부진했지만 손흥민은 4월에만 4골을 터뜨리며 부활했다.
 
특히 지난 4월 8일 브라이턴과의 30라운드(2-1 승)에서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EPL 역대 통산 100호 골(260경기)'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100골은 손흥민을 비롯하여 EPL 역사상 34명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단연 최초였다. 또한 5월 1일 리버풀전(3-4)에서는 EPL 역대 10번째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추가하며 '살아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시즌 최종성적인 '공격포인트 20개'는 물론 손흥민의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지만, 케인에 이어 팀내 두번째로 높은 기록일만큼 손흥민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손흥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미래는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토트넘은 올해도 15년연속 공식대회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또한 올해 8위에 그친 토트넘은 다음 시즌 UCL은 물론, 하위 대회인 유로파리그와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출전까지 좌절되며 자국리그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트넘은 최근 4년간 감독대행 포함 사령탑이 6번이나 교체되는 대혼란을 겪으며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후임 감독으로 유력시되던 아르네 슬롯 페예노르트 감독 선임이 무산되면서 수뇌부의 무능함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오랫동안 토트넘 구단 운영을 주도해왔던 다니엘 레비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어느때보다 악화됐다.
 
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손흥민과 '영혼의 파트너'로 활약해온 케인은 최근 토트넘과 계약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흥민과 함께 2010년대 토트넘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주역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는 가운데, 사실상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케인마저 떠난다면 토트넘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화려한 선수경력에도 불구하고 프로 커리어 내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손흥민 역시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지금, 선수생활 후반부의 거취를 다시 고민해봐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올여름 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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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2023시즌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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