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잔류를 확정하고 기뻐하는 에버튼 선수들

EPL 잔류를 확정하고 기뻐하는 에버튼 선수들 ⓒ 로이터/연합뉴스

 
예외는 없었다.

28일(현지 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PL)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맨체스터시티가 리그우승을 일찍 확정지은 반면, 하위권 구단들은 리그 최종전인 38R까지 잔류 싸움을 벌어야했던 상황. 하지만 큰 반전없이 순위가 그대로 유지되며 레스터시티, 리즈 유나이티드, 사우스햄튼 세 구단의 강등이 확정되었다.

이번시즌 최종전은 여느시즌보다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예상치 못한 구단의 강등 가능성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해서는 최종전 이후 에버튼과 레스터시티 중 반드시 한 팀은 강등을 당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조기강등을 확정지은 사우스햄튼과 지난시즌 가까스로 강등을 피한 리즈유나이티드의 강등소식엔 많은 팬들이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5/16시즌 리그우승을 비롯해, 최근 5시즌간 한자리수 순위를 유지한 레스터의 강등은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1부리그 최장수 클럽'으로 알려진 에버튼의 강등 가능성도 축구팬들에겐 매우 충격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끝까지 긴장됐던 혈투' 밥상은 에버튼에게 차려져있었다
 
무려 3개 구단(레스터, 리즈, 에버튼)에게 잔류의 희망이 있었던 최종전은 의심의 여지없이 에버튼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바로 에버튼의 최종 상대가 2주전 리그잔류를 확정짓고 3연패를 기록한 본머스였기 때문. 또한 본머스의 주장이자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했던 네투가 갑작스러운 가정사로 인해 결장하게 되었으며, 본머스의 로테이션 멤버 선발기용 등으로 에버튼 팬들은 어렵지 않은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력으로 유럽대항전 진출을 바랐던 토트넘을 상대한 리즈는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였고, 레스터는 최근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던 웨스트햄을 상대하며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에버튼에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여 건설중에 있는 대규모의 새구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PL리그 출범이후 강등경험이 없는 구단의 타이틀은 덤.

허나 차려진 밥상을 먹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본머스를 지휘하고 있는 게리 오닐 감독은 딸의 생일인 최종전에서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실제로 에버튼을 경기종료 직전까지 괴롭혔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갈고 나온 레스터시티가 웨스트햄을 상대로 전반전부터 경기를 리드하고 있었기 때문에 득점이 없던 에버튼은 더욱 긴장을 해야되는 상황이었다.

에버튼의 오랜 역사를 지키게 된 득점은 후반전에 나왔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때린 압둘라예 두쿠레의 슛이 골망을 가른것.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구디슨 파크는 거대한 함성으로 휩싸였다. 이후 추가시간 10분 동안 1골 차이를 유지하며 경기를 마친 에버튼 선수들은 잔류를 확정짓자 경기장으로 뛰쳐나온 관중들과 포옹을 하며 잔류소식을 기뻐했다.

'동화'의 주인공 레스터시티와 제이미 바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반면 최종전 승리후에도 미소를 짓지 못한 레스터시티. 2010년대 축구사의 상징과도 같은 2015/16시즌 리그 챔피언 레스터시티는 강등을 확정지으며 많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레스터시티가 강등을 확정짓자 팬들의 이목은 자연스레 다음시즌 선수단 구성에 모이게 되었다. 대부분의 PL구단들이 강등 후 재정적 이유로 주축 선수들을 판매하기 때문. 레스터는 이미 팀의 핵심 수비수였던 쇠윈쥐와의 이별을 확정지었고, 제이미 바디와 제임스 매디슨 등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향후 거취 또한 불분명한 상황이다.

특히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베테랑 제이미 바디는 자신의 롤모델인 데이비드 허스트(David Hirst)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바디의 자서전에 따르면 "데이비드 허스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애를 여섯번 받았음에도 셰필드에 남았다.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축구이다."라고 밝힐 정도로 구단에 큰 애정을 드러내 그의 미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적잖은 팬들을 보유한 레스터시티를 2년후 PL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대답은 "기대는 되지만 쉽지않을것"이다. '승격 단골팀'으로 잘 알려져있는 노리치시티도 이번시즌 잉글랜드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서 1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시즌 PL강등팀이었던 왓포드도 11위로 마무리한 상황.

그러나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이유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지난 시즌 강등팀 중 하나였던 번리가 압도적인 승점(101점)으로 리그우승을 차지하며 승격을 확정 지은것이다. 레스터시티 역시 번리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레스터시티 에버튼 PL 잔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