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23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신진호의 첫 골 순간

30분 23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신진호의 첫 골 순간 ⓒ 심재철

 
석가탄신일 연휴 첫날 저녁 1만 1706명의 대관중이 모여든 DGB 대구은행파크에 멋진 역전승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늘색 대구 FC 유니폼을 입은 팬들 다수가 어깨춤을 추며 이 분위기를 만끽한 것이다. 그러나 홈 팀 대구 FC는 후반전 추가 시간에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털썩 주저앉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교체 선수 셋(김대중-김도혁-홍시후)의 기막힌 연계 플레이가 극장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7일(토)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1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들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카드 적중  

주중 FA(축구협회) 컵 16강 희비가 엇갈린 대구 FC(8강 탈락)와 인천 유나이티드 FC(8강 진출)가 만났는데 초반 흐름은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휘어잡았다. 축구도사 신진호가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온 뒤 인천 유나이티드 FC에서 첫 골을 멋지게 터뜨린 것이다. 에르난데스-김보섭으로 이어진 왼쪽 측면 연결로 신진호에게 자유로운 중거리슛 기회를 열어준 것이 적중했다. 홈 팀 골키퍼 최영은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30분 23초에 빨려들어가는 신진호의 오른발 중거리슛을 쳐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대구 FC가 아니었다. 후반전 초반 키다리 골잡이 에드가를 앞세워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수비 조직력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50분 19초에 에드가의 헤더 동점골이 들어갔다. 세징야의 왼쪽 코너킥을 받기 위해 반대쪽으로 돌아뛴 에드가를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이 따라잡지 못했다.
 
 50분 19초, 왼쪽 코너킥을 받은 에드가(오른쪽 끝)의 헤더 골 순간

50분 19초, 왼쪽 코너킥을 받은 에드가(오른쪽 끝)의 헤더 골 순간 ⓒ 심재철

 
그로부터 5분 38초 뒤에도 에드가의 이마가 한 번 더 빛났다. 세징야가 오른쪽 측면으로 밀어준 공을 황재원이 부드러운 오른발 크로스로 도운 것이다. 이번에도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은 가장 주의해야 할 상대 골잡이를 놓쳤다.

이렇게 DGB 대구은행파크는 또 한 번 멋진 축구 극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구 FC 홈팬들은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이어질 때마다 흥겨운 어깨춤을 즐겼고 선수들은 언제든지 추가골을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5분도 안 되어 반대쪽 골문 앞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준엽의 과감한 공간 침투를 막던 홍정운이 걸기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64분, 골 라인으로부터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선수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에르난데스였는데 그의 오른발 킥은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이에 어웨이 팀 응원석을 가득 채운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3월 18일)에서도 그가 페널티킥을 못 넣었기 때문에 팬들의 탄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성환 감독이 내민 교체 카드(홍시후 59분, 김대중 83분, 김도혁 88분)가 후반전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공지된 추가 시간 6분 중 1분 38초가 흘렀을 때 DGB 대구은행파크에 찬물을 끼얹은 듯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극적인 동점골이 들어갔다.

후방 로빙 크로스를 김대중이 머리로 떨어뜨려 주었고 김도혁이 골문 바로 앞에서 침착하게 트래핑한 공을 절묘하게 백힐 패스로 내줬을 때 홍시후가 달려들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지난해 8월 7일 바로 이곳에서 김도혁이 3-2 펠레 스코어 극장 결승골을 터뜨린 순간과 닮은꼴을 연출한 셈이다. 바로 그 날처럼 이번에도 김도혁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어웨이 팬들 앞으로 달려와 날아오르는 세리머니를 즐겼다.

홍시후의 이 극장골은 인천 유나이티드 FC 역사에 또 하나의 '시그니처' 탄생을 알렸다. 이전까지 극장골 전문가가 팀 동료 송시우였기에 '시우 타임'이라는 유행어와 손목 시계 세리머니가 있었는데 이제는 '시후 타임'이 탄생한 셈이다. 

조금 더 남은 추가 시간에도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재역전골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또 한 명의 교체 선수 음포쿠의 중거리슛이 대구 FC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이제 6위 대구 FC는 다음 달 4일 오후 7시 3위 FC 서울을 DGB 대구은행파크로 불러들이며, 10위에 머물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대전 하나시티즌을 만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간다.

2023 K리그 1 결과(27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에드가(50분 19초,도움-세징야), 에드가(55분 57초,도움-황재원) / 신진호(30분 23초,도움-김보섭), 홍시후(90분+1분 38초,도움-김도혁)]

대구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세징야, 에드가, 고재현
MF : 홍철(84분↔바셀루스), 이용래(54분↔박세진), 이진용(78분↔케이타), 황재원
DF : 조진우, 홍정운, 김진혁(78분↔김강산)
GK : 최영은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김보섭(59분↔홍시후), 에르난데스, 제르소(88분↔김도혁)
MF : 강윤구(46분↔정동윤), 신진호(46분↔음포쿠), 이명주, 김준엽
DF : 델브리지, 권한진, 김동민(83분↔김대중)
GK :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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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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