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 월트디즈니코리아

 
숱한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잡음이 이어진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베일을 벗었다. 흑인 인어공주를 향한 날 선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디즈니의 PC 주의가 만들어 낸 블랙워싱의 폐해, 원작 훼손 지적과 창작의 자유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배우의 외모 품평까지 이어지면서 시끄러웠던 건 사실이다.
 
할리 베일리만의 인어공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인적으로 무난한 실사화와 뮤지컬 영화로서도 만족스러웠다. 단 3초 만에 결정되는 외모 선입견이 얼마나 힘이 센지를 알려주는 결과기도 했다. 흑인 인어공주의 비주얼에 충격 받았던 것도 잠시, '할리 베일리'의 에리얼은 귀여움을 겸비한 호감형이었다.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말이 딱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 자연스러운 연기와 딕션, 가창력까지 겸비해 할리 베일리만의 에리얼을 완성했다.
 
<인어공주>는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1989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바다 너머의 인간 세상을 꿈꾸던 에리얼이 물에 빠진 에릭을 구하면서 금지된 사랑과 모험을 떠나며 자신을 비롯해 세상의 변화에 맞서는 모험을 담고 있다. 원작은 새드 엔딩이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왕자와 결혼하며 끝난다. 실사 <인어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옮겼으며 약간의 설정을 바꾸거나 추가해 각색했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 월트디즈니코리아

 
CG는 두말할 것 없다. 바닷속의 환상적인 모습은 장관이다. 에리얼의 세 친구, 붉은 게 세바스찬(다비드 딕슨), 물고기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 스커틀(아콰피나)과 연기는 자연스러워 진짜 같다.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중 장면은 생생하며 황홀함을 더해주고, 총천연색으로 반짝거리는 에리얼의 꼬리는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다인종이 공존하는 세계다. 아틀란티카 왕국의 7대양 출신 일곱 공주는 서로 다른 인종이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리즈를 즐겨봤다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카리브해 가상의 섬에 금방 빠져들 것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열대 과일과 아름다운 꽃,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무도회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카고> <나인> <메리 포핀스 리턴즈>로 믿고 보는 뮤지컬 감독 '롭 마셜'의 숙련된 연출도 한몫한다.
 
'알란 멘켐'의 대표곡 'Under The Sea', 'Part of Your World' 가 흘러나오면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싱얼롱으로 하나 되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린 마누엘 미란다'의 추가 사운드트랙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에서 멋진 율동과 노래를 선보였던 '하비에르 바르뎀'의 파트가 없다는 거다.
 
혐오와 분열을 막는 '경청'의 자세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 ⓒ 월트디즈니코리아

 
진취적인 인어공주의 서사를 진행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쓰였던 에릭 왕자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킹)를 입양아로 설정해 흑인 어머니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에리얼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호기심이 많고 소탈하다.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를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과 남매로 설정 가족 서사로 만들었다. 울슐라는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 높은 싱크로율과 노래 실력으로 시선을 강탈한다.
 
사실 울슐라의 마법은 귀여운 속임수다. 에리얼이 3일 이내 키스해야 한다는 것을 잊게 해 관객을 애태운다. 이 때문에 에리얼과 에릭은 자석처럼 이끌리면서도 절제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둘은 닿을 듯 말 듯 말랑거리는 밀땅의 진수를 보여주며, 배로 커진 설렘을 유발한다. 결국 트릭도 힘을 쓰지 못하자 울슐라는 바네사(제시카 알렉산더)로 변신해 에릭과 결혼을 진행한다. 제시카 알렉산더의 출중한 외모 덕분일까. 최면을 걸어 왕자를 조종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팜므파탈이다.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고 장막에 가려져 진실을 모른 채 사랑을 키워 나간 두 사람. 인어와 인간, 둘 중 어느 세계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꿈과 사랑을 괜히 응원하고 싶어진다. 순수한 마음과 용기 낸 사랑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
 
에리얼이 목소리와 맞바꾼 다리는 이 세상의 모든 소수자를 대변한다. 말하고 싶어도 진실을 함구해야 하는 현실에 가로막힌 작은 외침이다. 서로 다른 환경, 인종, 성별에 굴하지 않고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혐오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디즈니의 강력한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경청의 자세가 에리얼의 잃어버린 목소리에 꾹 담겨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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