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의 롯데선발투수 박세웅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롯데선발투수 박세웅이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밝은 표정의 롯데선발투수 박세웅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롯데선발투수 박세웅이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낙동강 더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에서 또다시 우위를 점했다. 롯데는 5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와의 시즌 6차전에서 타선이 대폭발하며 11-1 완승을 거뒀다.
 
롯데는 1회말 공격부터 선두타자 김민석의 볼넷과 안권수의 안타로 무사 2·3루 찬스에서 전준우의 적시타와 안치홍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2점을 먼저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2회 1사 1·3루 기회에서 더블 스틸로 점수를 추가했고, 3회에는 다시 무사 만루 기회를 얻어 고승민의 밀어내기 볼넷, 정보근의 2타점 2루타, 박승욱의 내야 땅볼과 김민석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로 차곡차곡 점수를 보탰다.
 
3회까지 8-0으로 점수를 크게 벌린 롯데는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준우, 고승민이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특정 선수가 아닌 모두가 고른 활약을 보여줬고, 중요한 순간마다 활발한 주루플레이와 침착한 선구안으로 득점을 뽑아낸 팀 집중력이 돋보였다. 특출난 선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마운드에서는 박세웅이 7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23일 2-0 승, 24일에는 1-3 패배를 당했던 롯데는 이로써 NC와의 주중 3연전에서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롯데는 이미 지난 4월 21~23일 창원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첫 3연전에서는 원정에서 스윕승을 거둔 데 이어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이로써 롯데는 올시즌 NC와의 상대전적에서 5승 1패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올시즌 현재까지 롯데가 특정 구단 상대로 거둔 최다승이자, 한화(4승 1패)-키움(2승)과 함께 절대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 팀이 NC라는 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낙동강 형제' 롯데와 NC는, 잠실의 '한 지붕 두 가족' 두산-LG와 더불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로 꼽힌다. 하지만 야구 외적으로는 별로 대립할 일이 없는 다른 라이벌 팀들과는 달리, 롯데와 NC의 악연은 역사적으로 그 뿌리가 깊다.
 
시작은 NC의 창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NC가 프로야구 신생 9구단으로 등장할 때만 해도 마지막까지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던 팀이 바로 롯데였다. 이미 PK 지역을 대표하는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롯데로서는, 영역을 침범하는 지역 라이벌의 태동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당시 장병수 롯데 전 대표가 '한국에서는 8개 구단이면 충분하다. 준비 안 된 신생팀 때문에 리그 수준의 심각한 저하가 우려된다'며 노골적으로 NC를 견제한 일화는 유명하다. 자연히 NC 구단과 팬들이 롯데를 바라보는 감정도 좋을 수가 없었다.
 
2013년 NC가 1군리그에 진입하면서 역사적인 낙동강 더비의 막이 올랐다. 그런데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다. 당연히 최약체라고 생각했던 신생구단 NC가 1군 진입 첫해부터 9개 구단 중 7위를 차지하며 KIA와 한화를 제치고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다. 그해 롯데는 5위를 차지하며 NC보다 순위는 두 계단, 게임차는 14게임 차로 크게 앞섰고 상대 전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맞대결 내용을 살펴보면 8승 2무 6패로 거의 박빙이었다. 거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신생 공룡의 잠재력을 확인한 첫 시즌이었다.
 
그리고 NC 1군 진입 2년 차를 맞이한 2014시즌부터 낙동강 더비의 판도는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동시에 롯데에게 있어서는 '굴욕의 시간'들이었다. 롯데는 2014시즌 7승 9패, 2015시즌 5승 11패로 상대 전적에서 점점 NC에게 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16시즌에는 1승 15패라는 역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이른바 "느그가 프로가"라는 홈팬들의 분노 어린 비난 걸개까지 등장했던 전설의 시즌이다.
 
롯데는 2017시즌과 2018시즌에 연속으로 9승 7패라는 근소한 우위를 점하며 잠시 자존심을 회복하는 듯했으나, 2019시즌 5승 11패, 2020시즌 6승 10패로 다시 크게 밀리며 주도권을 NC에게 내줬다. 2021시즌에는 7승 2무 7패, 2022시즌에는 8승 8패로 그나마 대등한 균형을 맞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올시즌 전까지 롯데와 NC의 10년간 상대 전적은 65승 4무 91패(롯데 기준)로 NC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시즌별 우위로 따져도 3승 2무 5패로 롯데의 열세였다. 위닝시리즈도 NC가 31회로, 16회에 그친 롯데보다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나마 롯데가 우세했던 시즌도 근소한 우위에 그친 반면, NC가 우위를 차지했던 시즌에는 두 자릿수 승리를 헌납하며 일방적인 열세에 몰렸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승패에서 백중세를 유지했던 시즌조차 내용 면에서 득실마진이나 경기력을 따지면 모두 NC의 우위였다.
 
이 기간 팀 성적 역시 극과 극이었다. NC가 1군무대에 합류한 2013시즌 이래 롯데가 NC보다 정규리그에서 높은 팀 순위를 기록한 것은 단 세 시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시즌(롯데 5위, NC 7위)과 2018시즌(롯데 7위, NC 10위) 두 팀 모두 나란히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지 못했기에 큰 의미가 없었다.
 
2017시즌에는 롯데가 3위, NC가 4위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두 팀이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가을야구 낙동강 더비가 성사되었으나 정작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가 2승 3패로 패하여 탈락하며 정규시즌의 상대 전적 우위가 무의미해졌다.
 
반면 NC는 롯데보다 시즌 성적 우위를 점했던 시즌에 모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고, 심지어 2020년에는 1군 진입 8시즌 만에 감격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형님' 롯데가 1992년 이후 30년 넘게 프로야구 역대 최장기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구단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냉정히 말하면 지난 10년간 팀으로서의 위상은 NC가 훨씬 높았고, 롯데에게는 라이벌이라보다는 사실상 '천적'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2023시즌 들어 낙동강 더비의 판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2017시즌 이후 오랫동안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못했던 롯데의 깜짝 돌풍은 프로야구 판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천적으로 군림했던 NC를 상대로 초반 6경기에서 이 정도의 우위를 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월 창원 3연전에서 롯데의 원정 스윕승도 낙동강 더비 사상 최초였다.
 
롯데는 현재 24승 15패로 3위, NC는 21승 21패로 5위를 기록중이다. 양팀의 상대 전적 결과에 따라서 두 팀의 현재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두 팀은 올시즌 어쩌면 2017시즌 이후 6년 만의 동반 가을야구 진출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남은 경기에서 낙동강 더비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양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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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더비 롯데자이언츠 NC다이노스 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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