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안방에서 NC를 완파하고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11-1로 대승을 거뒀다. 'PK라이벌'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롯데는 4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3.5경기로 유지한 채 이날 LG트윈스에게 3-8로 패하며 1위 자리를 내준 2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24승 15패).

롯데는 1회 무사 2, 3루에서 내야안타로 선제타점을 올린 전준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고승민이 2안타 1타점 2득점, 선발출전한 포수 정보근도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이날 필승조가 모두 휴식을 취한 채 단 3명의 투수만으로 경기를 끝냈는데 이는 선발투수의 7이닝 무실점 역투 덕분이었다. 최근 2경기에서 13이닝 1실점 호투로 2연속 승리를 따낸 롯데의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그 주인공이다.

가을야구에서 더욱 중요한 토종에이스의 존재

가을야구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상위권 팀들은 든든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토종선발, 그중에서도 외국인 원투펀치 다음에 등판하는 토종에이스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은 대부분 최소 시리즈의 한 경기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뛰어난 토종에이스를 거느리고 있었다.  

2020년 NC는 좌완 구창모가 전반기 13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하지만 구창모는 후반기 부상으로 단 2경기 등판에 그치며 시즌 10승조차 채우지 못했다. 그렇게 '전반기 에이스'에 머무는 듯했던 구창모는 그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3이닝 3실점 2자책(평균자책점1.38) 호투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1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t 위즈의 이강철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11승 6패 1홀드 2.92를 기록했던 토종에이스 고영표를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돌리는 모험을 단행했다. 선발로 전환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불펜등판 경기가 단 4경기에 불과했던 고영표의 불펜변신은 분명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3경기에 등판해 4.2이닝 2실점으로 홀드 2개를 챙기며 kt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2022년 SSG의 마운드에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김광현이 있었다. 2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정규리그에서 13승 3패 2.13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던 김광현은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11.1이닝을 책임졌다. 특히 6차전에서는 9회 마지막 투수로 올라와 2010년, 2018년에 이어 커리어 세 번째로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롯데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롯데는 송승준과 장원준(두산) 같은 뛰어난 선발투수들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가을야구에서 그리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장원준이 '빅게임피처'가 된 것은 두산 이적 후였다). 그렇게 2010년대 중반이 되면서 송승준과 장원준의 시대가 지났고 현재 롯데는 박세웅이 토종에이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초반 부진 씻고 2경기 13이닝 1실점 호투
   
박세웅은 지난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부터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가 될 운명이었다. 뛰어난 구위와 마운드 위에서의 책임감, 그리고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안경까지. 박세웅은 롯데는 물론 KBO리그가 배출한 '불세출의 에이스' 고 최동원을 떠올리게 하는 투수였다. 박세웅은 롯데 이적 3년째가 되던 2017년 12승 6패 3.68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동원의 별명이었던 '안경에이스'라는 칭호까지 물려 받았다.

하지만 박세웅의 선수생활이 언제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2018년 팔꿈치 부상이 발견돼 수술을 받은 박세웅은 2019년 12경기에서 3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재활 후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8승과 평균자책점 4.70에 머물며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함께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다시금 롯데의 안경에이스로 부활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획득에 실패한 박세웅은 어느덧 프로에서 9년을 보내면서 더 이상 입대를 미루기 힘든 나이가 됐다. 하지만 롯데는 팀의 대체불가 토종에이스 박세웅에게 5년 최대 90억 원의 '비FA다년계약'을 선사했고 박세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노리며 입대를 또 한 번 연기했다. 어느덧 20대 후반을 향하고 있는 박세웅에게 군입대 연기는 대단히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올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1패 4.66의 성적에 그쳤다. 단순히 불운했다고 하기엔 6경기 동안 퀄리티스타트가 한 번도 없었고 5이닝을 넘기지 못한 경기도 세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지난 19일 SSG와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7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고 25일 NC전에서는 7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겼다. 박세웅은 최근 2경기에서 13이닝 1실점(평균자책점0.69)을 기록하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해까지 롯데의 토종 선발진을 홀로 이끌어야 했던 '외로운 에이스'였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는 5승의 나균안과 4승의 한현희가 박세웅과 함께 든든한 토종 선발 트로이카를 구성하고 있다. 박세웅이 등판한 경기를 놓치면 속절없이 연패에 빠지던 시절의 무기력한 롯데가 아니라는 뜻이다. 2경기 연속 승리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박세웅이 다시금 롯데의 토종에이스로서 위용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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