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김형욱 부부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처방해 드립니다.[편집자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살면서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성장은 실패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음마를 배울 때나 훗날 뭔가를 배울 때 아이들은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자라면서 행동과 경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꼭 그만큼 실패도 경험하는 것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교육현장에 들어가면서 보다 많은 도전과 함께 더 많은 좌절과 실패도 경험한다. 하지만 실패 경험에 따른 반응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실패는 누구에게나 부정적인 경험으로 다가오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학습이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영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포스터.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포스터.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외계 종족에게 습격을 받아 멸망하기 직전의 지구가 배경이다. 지구에 침략한 외계인을 몰아내고자 전쟁을 계속 치러야 하는 상태다. 전투에 참여하게 된 빌 케이지는 전투복조차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모른다. 참전한 첫날, 외계인들의 무차별 공격과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막강한 힘에 충격을 받는다. 그래도 열심히 싸워 보려 하지만,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죽고 만다.
 
눈을 떠보니, 다시 참전 첫날 아침이다. 어쩐 일인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케이지는 무슨 일인지 파악도 하기 전에 어제와 똑같은 상황으로 내몰린다. 공격을 받아 죽고, 죽을 때마다 똑같이 참전 첫날 아침에 눈을 뜬다. 그렇게 타입 루프에 빠져, 똑같은 하루를 계속 보내니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케이지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어떤 수를 써봐도 매번 실패한다.
 
그러던 중, 케이지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다는 리타 브라타스키를 만난다. 그녀는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 후 타임 루프가 가능한 케이지만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그를 훈련 시킨다. 케이지는 리타와 함께 수백, 수천 번의 전투에 참여하지만 역시 매번 실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케이지는 실패를 이겨내고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동명의 일본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2014년에 개봉해 호평을 받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의 흥행에 그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수준 높은 CG와 SF 밀리터리 타임 루프 장르, 그리고 죽어야만 더 강해진다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실패하면 다치거나 죽는 게 전투의 숙명이지만, 이 영화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고 그다음에도 계속 기회가 있을 거라고 말이다. 다분히 상업적인 액션 어드벤처물이지만 굉장히 교육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케이지는 전투에서 계속 죽임을 당하며 실패를 경험하지만, 점차 경험이 쌓이고 능숙해지며 조금씩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실패 경험은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실패 경험이 오히려 다음 과제를 수행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실패나 좌절은 개인이 통제하기 불가능한 결과를 만난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결과에 노출되면 개인은 통제를 재설정하고자 노력하고, 이러한 노력은 수행을 개선하고 지속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 생에선 갑자기 튀어나온 적에게 습격받은 케이지가 다음 생에선 튀어나올 적을 예상하고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실패 내성이 높은 아이의 3가지 특성
 
 실패 경험은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실패 경험이 오히려 다음 과제를 수행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실패 경험은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실패 경험이 오히려 다음 과제를 수행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 envato elements

 
아이가 학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실패 역시 학업 수행의 지속적인 도전이나 발전에 영향을 준다. 과거에는 실패가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되었다. 실패를 지속적으로 경험한 아동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것이었다.
 
1988년 클리포드가 '건설적 실패이론(Constructive Failure Theory)'으로 실패 경험이 아이에게 항상 무기력을 학습하는 게 아니고 특정한 조건에선 오히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활동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실패 경험을 건설적인 태도로 반응하는 경향성을 '실패 내성(Failure Tolerance)'이라고 한다. 실패를 경험하고 무기력한 아이에게 성공 경험을 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효과적인 건 긍정적인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실패 내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실패 내성이 높은 아이는 3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과제 난이도에 보이는 태도다. 과제 수준이 높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고 도전한다는 것이다. 쉬운 난이도의 과제만 선택하면, 더 어려운 과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의 기회나 잠재력을 발달시킬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실패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던 과거에는 아이에게 실패보다 성공을 경험시키기 위해, 어려운 과제를 피하고 쉬운 과제를 부여해 잠재력을 개발시키지 못하고 낮은 성취에 머무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째는 실패 후에 보이는 감정적 반응이다. 실패를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부정적인 감정이 낮게 나타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더라도 금방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감정 조절이 중요한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오래 머물수록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이나 우울감을 느끼기 쉬워 이후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실패 경험 후에 보이는 행동이다. 실패 내성이 높은 아동은 실패를 만회하고자 계획을 세우거나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실패 내성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김연아 선수가 떠오른다. 그녀를 두고 뛰어난 실력과 함께 항상 언급되는 수식어가 '강한 멘탈'일 것이다. 그녀도 인간이기에 대회에서 실수할 때도 있다. 대개의 경우 한 번 실수하면 이어지는 시간이 눈에 띄게 불안정하다. 반면 김연아 선수는 실수 후 부정적인 감정을 잘 조절하고 실수 이후의 기술들을 오히려 더 멋지게 성공해 높은 점수를 받곤 했다.
 
또한 대회가 계속될수록 더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선택한다. 한 대회가 끝난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대회의 계획과 마음가짐을 갖고자 한다는 걸 여러 인터뷰에서 시사한 바 있다. 실패 내성이 높은 것이다.
 
아이의 실패 내성을 기르는 법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의 실패 내성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패 내성은 학년이 높아지며 낮아진다. 또한 남아가 여아보다 실패 내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지만, 통계적인 차이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여아가 남아에 비해 감정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 부정적인 감정 반응은 느끼지만 오히려 실패 후 건설적인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많은 연구에서 말하는 공통점은 아이의 실패 내성에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의 실패 내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가 부모에게 얼마나 수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받는지, 관심과 대화로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는지, 성취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등.
 
그러므로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주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해주는 게 중요하다. 성취 의욕을 북돋는 것도 중요한데, 지나친 성취 압력은 아이에게 오히려 좌절감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영화에서 케이지는 수백, 수천 번을 실패하지만 다시 전장에 나간다. 어떡하든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실패할 때마다 실패로 얻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또 북돋아 줄 리타가 있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실패 내성 건설적 실패이론 김연아 부모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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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배우는 방법과 잘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선생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수업 컨설팅 및 학습 컨설팅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학습 상담과 학습 프로그램 운영, 교육 콘텐츠 기획과 개발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했습니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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