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이승기의 신작 예능 '형제라면', '강심장리그' ⓒ TV조선, 디스커버리채널, SBS
'예능 형제' 강호동과 이승기가 무려 8년 만에 다시 뭉쳤다. 지난 22일 첫 방영된 TV조선-디스커버리채널 공동 제작 <형제라면>을 시작으로 23일엔 SBS <강심장 리그>를 통해 두 사람은 모처럼 고정 예능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강호동-이승기는 2004년 SBS < X맨을 찾아라 >를 통해 진행자와 초대손님으로 인연을 맺은 이후 KBS 간판 예능 < 1박 2일 >, SBS <강심장>을 거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바 있었다.
하지만 2015년 tvN <신서유기>를 끝으로 각자의 활동에 치중하다보니 <아는 형님> 초대손님 출연을 제외하면 좀처럼 이들의 호흡을 TV화면을 통해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때마침 신규 프로그램 두 편을 통해 강호동-이승기가 재회하면서 예능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외 식당 창업기 vs 전통적인 토크라는 다소 상반된 성격의 신작에 출연한 두 사람의 첫 등장은 어떠했을까?
<형제라면> 일본에서 한국 라면을 팔아라?
▲ TV조선-디스커버리채널 '형제라면' ⓒ TV조선-디스커버리채널
<형제라면>은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해외+식당 예능의 기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따라서 형식 자체는 제법 단순한 편이다. 강호동+이승기, 그리고 <치얼업> <슈룹>으로 주목 받는 신예 배우 배인혁 등 3인은 일본 관광지인 에노시마 섬에서 일주일 동안 한국식 라면집을 운영하게 된다.
매일 3종의 메뉴를 선보이며 손님들은 식사를 마친 후 설문 조사에 응하며 단 한 명이라도 "아쉽다"는 반응을 내보인 메뉴는 다음날부터 판매 중단, 새 메뉴를 내놓아야 한다. 현지 도착과 동시에 이들은 고심 끝에 제육볶음라면, 황태라면, 해물라면 등을 영업 첫날 내놓기로 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긴장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지켜봤다.
다행히 한국 김치를 좋아하는 노인 손님들이 만족감을 드러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아기들을 데려온 엄마들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식당을 채우면서 다음주 예고를 통해 이 라면집 주방은 조만간 대혼란(?)에 빠질 것을 암시했다.
<강심장 리그> 단체 토크 예능의 귀환
과거 <강심장>은 MBC <세바퀴>와 더불어 단체 토크 예능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사랑 받은 바 있었다. 젊은 연예인부터 중견 배우 등 다양한 연령대의 초대손님들이 저마다의 입담과 개인기를 뽐내면서 <강심장>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지만 강호동의 하차, 시대의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폐지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들이 점차 기지개를 펴고 있다. MBC가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로 색다른 기운의 토크 예능을 등장시켰고 오는 6월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라는 또 다른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 SBS 역시 주중 일부 프로그램의 시간대 이동과 더불어 <강심장 리그>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과거의 <강심장>과 비교해서 <강심장 리그>는 고정 패널 포함 20여 명 이상의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입심으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감독(MC), 코치(고정패널)로 역할이 부여된 각 4명이 팀을 이끌면서 토크 대항전을 꾸미는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했다. 첫 회에선 <모범택시>의 신스틸러 심소영을 비롯해서 모처럼 예능에 모습을 보인 '슛돌이' 지승준, 방송 기자 조정린, <더 글로리> 허동원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관심을 모았다.
오랜만의 재회, 여전한 케미... 뭔가 아쉬운 프로그램 구성
▲ 강호동+이승기의 신작 예능 '형제라면', '강심장리그' ⓒ TV조선, 디스커버리채널, SBS
강호동과 이승기는 <형제라면>에선 직접 선수로 뛰는 입장이라면 <강심장 리그>에선 초대손님들이 즐겁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게끔 유도하는 도우미에 가까운 역할로 차별화를 도모한다. <형제라면>은 제목 그대로 라면에 일가견이 있고 이미 <강식당> 시리즈를 통해 식당 예능을 섭렵한 강호동, 출연진 중 가장 일본어에 능통한 이승기가 초반부터 확실한 틀을 잡아 준다. 예능 초보 배인혁은 아버지 뻘 대선배 강호동에게 주눅들지 않고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반면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선 아직까지 물음표가 붙는다. 해외 식당 예능의 후발주자이다보니 어지간한 내용으로는 눈도장을 받기 쉽지 않은 것이 요즘의 분위기이다. 게다가 이미 <강식당>을 통해 시청자들은 주방장 강호동을 이미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였으나 일단 첫회에선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방향의 내용이 담겨졌다.
단 한 명이라도 "아쉽다"를 표하면 해당 메뉴를 판매 취소한다는 설정은 예능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비춰졌다. 사람들의 입맛이 천차만별이다보니 미슐랭 셰프의 음식도 때론 맞지 않을 수 있지 않은가? 하물며 전문 요리사도 아닌 이들에게 마치 무조건 "좋아요"를 받아내야 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방식은 공감대를 표하기 어려웠다.
▲ 강호동+이승기의 신작 예능 '강심장리그', '형제라면' ⓒ SBS, TV조선, 디스커버리채널
<강심장 리그>는 첫 회부터 분위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의식이 출연진들에게 강하게 작용했던 모양이었다. 다소 과해보이는 듯한 패널들의 텐션 끌어 올리기를 비롯해서 시끌벅적함이 초반부터 프로그램을 가득 채웠다. 무려 1시간 50분에 달하는 본 방송 시간이 말해주듯 강호동 예능의 특징인 '마라톤식 구성'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어느덧 대세로 자리 잡은 OTT, 유튜브 콘텐츠가 짧게 쪼개기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것과는 정반대되는 선택을 <강심장 리그>가 한 셈이었다. 문제는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분량이 적지 않다보니 심야 시간대 피곤에 지친 시청자들의 채널 고정을 유도하기엔 다소 무리한 구성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절반 정도의 초대손님들은 다음주에 본격 등장할 예정이어서 그들을 기다렸던 시청자 입장에선 자칫 '진빼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감을 낳는다. "과유불급" 만큼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