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인터넷 개인방송이 보편화되어 일반인도 방송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디. 그중 인터넷 성인 방송은 지인을 초대해 토크하거나 술 먹방 등을 한다. 근데 최근 인터넷 성인 방송에서 게스트를 불러 성 착취를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지난 4월 25일 MBC < PD수첩 >에서는 '위험한 초대장, 게스트 방송의 함정'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성인 방송에서 어떻게 성 착취가 일어나는지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위험한 초대장, 게스트 방송의 함정' 편을 연출한 양정헌, 이세진 PD와 방송 다음 날인 4월 26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더 많은 피해자 생기지 않도록..."
 
 양정헌(좌), 이세진(우) PD

양정헌(좌), 이세진(우) PD ⓒ 이영광

 
- 지난 2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위험한 초대장, 게스트 방송의 함정'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마쳤는데 소회가 어때요?
양정헌 PD(아래 양): "이번 아이템에 대해 유튜브 같은 데에서 이슈가 됐지만 사실 딱히 기사가 많이 나온 적도 없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좀 더 알리는 게 중요했고, 제보자이자 피해자인 사람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방송 만들어야겠다는 게 주였는데 방송하고 피해자들한테 고맙다고 연락이 온 걸 보니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세진 PD(아래 이): "성인 방송이라는 게 다루기가 어려운 아이템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고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마음으로 방송했습니다."

- 인터넷 성인 방송 문제를 짚으신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양: "유튜브에서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됐었어요. 게스트 방송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취재하다 보니 너무 나쁜 거예요. 그래서 취재 전까지 이게 심적으로 힘들어질 걸 알고 있어서 많이 고민했는데 하게 됐죠."

- 아무래도 아이템이 성인 방송이다 보니 모자이크나 음성변조를 많이 해야 해서 이에 대한 고민도 있지 않았나요?
양: "고민이 없을 수가 없었죠. 거의 편집을 다 해놓고 전체 화면에다가 모자이크를 씌우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모자이크 안 하는 장면보다 한 장면이 많으니까요. 음성 변조도 그렇고요. 사실 방송 보기에 좀 불편하셨을 수도 있어요. 답답하기도 하고요. 근데 모자이크 안으로 보이는 액션들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가학적인 데다가 목소리 변조를 저희가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더 세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정확하게 자막이 없으면 알아듣기도 힘든 경우도 있을 거고요. 그런 부분들은 불편하셨겠지만 시청자들도 양해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했죠."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시작했나요?
양: "피해자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죠. 피해 당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통된 패턴이 있더라고요. 그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제보를 띄우고 피해자들하고 내부 관계자를 만나는 걸 제일 먼저 했던 것 같아요."

- 피해를 당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통된 패턴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건가요?
양: "피해자들은 SNS에서 어느 정도 팔로우가 있으면서 셀러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모델이나 사업하면서 협찬 받거나 그런 사업 제안을 받는 거에 대해 익숙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니까 DM으로 방송 출연 요청 받는다는 거에 낯설거나 거부감이 있지 않은 사람들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 제안 자체에 대해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했을 거고요. 한두 시간에 40만~50만 원이면 사실 보수가 적은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갔겠죠. 그리고 BJ들은 전체적으로 외모적으로 호감형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도 조금 그런 게 있을 거고요. 

(BJ) 집에 와서 방송에서 언급한 바 있는 출연 동의서를 써요. 그러면서 방송이 진행되고 술을 엄청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먹는데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굉장히 많이 개입하죠. 왜냐하면 시청자들의 유료 결제한 전자화폐 통해서 거의 먹게 되는 미션처럼 되니까요. 그렇게 해서 한두 시간 안에 술을 굉장히 많이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성적인 노출을 감행하게 되면 팬방에 대한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이후 영상이 유출돼서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가는 이 과정이 일정하게 패턴으로 보였던 거죠."

- 그럼, 대부분의 성인 방송은 그런 형태로 진행되나요?
양: "네 거의 그런 상태로 진행되고 방송 안에서 진행 내용도 거의 같아요. 술을 마시고 술 게임을 하고요. 술 게임의 내용이 성적인 농담 하는 거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거기에 대해서 점점 방어벽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거죠."

- 피해자 중 성인 방송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게 대부분일까요?
양: "성인 방송 플랫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유튜브나 아프리카TV 같은 메이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잘 알고 있는데 성인 방송 플랫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황이 많아서 BJ들은 '아프리카TV 같은 거예요'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 성인 방송 플랫폼이 얼마나 활성화됐나요?
양: "글쎄요. 성인 방송 플랫폼은 지금도 여러 개가 난립해 있지만 그들끼리의 이합집산도 되게 많아요. 지금의 주된 성인방송 플랫폼은 한 2019년도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태인데요. 저희가 취재했던 플랫폼 같은 경우 지금 사업 만들어진 지 4년 차인데 매출액이 600억이 넘고 서비스 매출액은 2000억이 넘어요. 서비스 매출액이라는 거는 건 성인방송 플랫폼에 유료 결제한 시청자들의 돈이거든요. 그 돈이 1년에 2000억이 된다는 건 적어도 하루에 그냥 단순히 계산해서 6억이 넘는 돈이 한 플랫폼에 후원이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 규모가 적다고 볼 수 없을 거 같아요."

- 아프리카TV에서 옷 벗고 방송하다 걸린 건 많이 알잖아요. 그 수준과 성인방송 플랫폼은 다른가요?
이: "거기는 약간 후발 주자기 때문에 아프리카TV처럼 그렇게 모니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벗는 거 자체보다 벗어서 만지면 문제가 되는 식으로 벗방에 대한 기준이 아프리카TV보다는 약했어요."

"피해 계속, 강력한 규제 만들어져야"
 
 양정헌 PD

양정헌 PD ⓒ 이영광

 
- 일반 방이 있고 팬방이 또 있나 보더라고요. 팬방은 돈을 주고 입장하는 것인가요?
양: "그렇죠. 그 범위는 다르지만, 어떤 방송 한다고 했을 때 그 BJ한테 일정 금액 이상의 돈을 내서 회원의 등급이 올라가야 그 방에 들어갈 수가 있어요."

- 이수정 교수는 N번방이나 팬방이나 다를 게 없다고 하던데 팬방에서 성 착취가 발생하는 건가요?
양: "그렇죠. 성 착취라는 것이 그 안에서 거부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놓고 성적 행위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도 금전이 돌잖아요. 그런 데다가 본인들은 그거에 대해서 관련된 게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이 영상이 유출되었고 인터넷상에서 그 영상을 사고파는 현상이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가해자가 BJ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럼 이건 성 착취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 어쨌든 계약한 거잖아요. 법적으로 갔을 때 계약한 건 어떻게 되나요?
양: "N번방과 제일 다른 점이 N번방에서는 미성년자들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 보호법으로 제재받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성인방송 피해자들은 미성년자도 있긴 했지만 성인들이 대부분이었죠. 성인들에게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잖아요. 그리고 동의서에 본인이 날인한 건 맞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그것과 영상 자체 내에서 들어오는 무형의 압박 같은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을 보다 보니 그것들이 성폭력 당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수사기관의 반응들도 있었단 말이죠. 그래서 고소했다가 무혐의가 된 경우들도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대중들의 시선이든 수사 기관 또는 심의기관이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죠."

- BJ 한○○(가명)씨와 통화하셨잖아요. 한씨는 아무 문제 없다는 것 같던데.
이: "'왜 저렇게 당당하지'라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왜냐면 피해자들이 너무 분명했는데 '본인은 잘못이 없었다. 나는 방송을 했다'고 말을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더라고요. 적반하장  느낌이 들었죠."

양: "저도 그랬어요. 그러니까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 사람이 말했을 때 '만약에 자기가 뭔가 잘못된 걸 했다면 플랫폼에서 막았을 거다. 플랫폼에서 막으면 (방송) 못 한다. 근데 내가 방송하고 있었다는 건 플랫폼이 일단은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거고, 잘못된 건데 플랫폼이 놔뒀으면 방심이든 어디 규제기관에서 제재했을 건데 제재 받은 적이 없다. 그 말은 내가 이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는 건 플랫폼에서 괜찮다고 판단했다는 거고 이 과정 자체를 심의기관에서도 괜찮다고 판단한 거 아니냐. 뭐가 문제냐'라고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BJ도 잘못했고 이걸 놔둔 플랫폼도 잘못했고 이 플랫폼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지 않은 방심위 같은 심의 기관도 잘못한 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게 됩니다."

- 시청자도 가해 공범인 것 같아요.
이: "시청자들은 처음에 일반인이 게스트로 왔을 때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압박 주는 역할을 같이 하기도 했고 유사 성행위 등을 돈 주면서 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종의 가해자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세진 PD

이세진 PD ⓒ 이영광

 
- 피해자들에겐 영상 유출이 더 무서울 것 같아요.
양: "너무 무섭겠죠. 피해자 중에는 길을 가고 있는데 영상 봤다면서 어떤 할아버지가 쫓아오기도 하고 SNS로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네 영상 봤는데 너무 좋더라'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대요. 그런 것 자체가 굉장한 가해죠. 그런 것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그날의 상황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거죠."

- 성인 방송도 엔터가 BJ를 관리하나 봐요?
이: "엔터가 엔터테인먼트의 줄인 말이고 연예인을 관리하듯이 BJ를 관리하는데 표면상으로 계약서는 있지만 실제로 트레이닝을 해준다거나 그런 교육이나 복지를 제공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 엔터와 성인방송 플랫폼 사이에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양: "내부자의 증언에 따르면 큰 엔터들은 거의 플랫폼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떤 제재 받았을 때 이용 정지를 푼다거나 그런 과정에서 반영이 되겠죠. 이게 방송은 안 나왔던 내용인데 엔터는 엔터P라고 해서 플랫폼으로부터 엔터가 따로 돈을 받아요. 만약 플랫폼이 40%고 엔터가 60%에서 이 60을 가지고 BJ와 나누잖아요. 그 외에 플랫폼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40% 중에 한 5%에서 10%를 엔터에 따로 주는 거예요. 다른 플랫폼으로 가지 말라는 거죠. 그런 식으로 공생하고 있는 거죠."

- 규제가 허술한 건지 아니면 아예 없나요?
양: "방심위에는 '정보통신에 대한 심의 규정'이 있어요. 대체로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은 딱 하나 있는데 그게 성기와 음모의 노출이에요. 그러다 보니 그것만 지키면 된다는 인식이 심겨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방심위는 '영상으로만 볼 땐 그게 사실인지 연출인지 구별할 수 없는데,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방심위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심의를 위한 구체적 권한이 없는 거죠."

- 방송통신심의위나 해당 플랫폼 업체 얘기가 무책임한 거 같던데.
이: "이게 법으로 이러한 행위를 명확하게 불법이라고 규정 해놓은 조항이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기관인 방심위에서 나서기가 어려운 상태고 그러니까 법률이 불법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심위가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방심위가 나설 수 없죠."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피해자들이 속아서 그 현장에 가고 그러는데, 잘 모르는 사람을 기만하고 속임으로써 계속 벌어지는 범법 행위들을 법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게 굉장히 놀랍고 아쉬웠어요."

양: "전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들은 지금 불법을 해가면서 하진 않았어요. 교묘하게 빠져나갔죠. 거기에 대해서도 좀 더 촘촘한 규제나 울타리를 세우고 그들이 그걸 넘었다면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겠죠. 근데 지금은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고 이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잘 없기 때문에 규제의 울타리 안에 안 들어와 있는 거죠.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써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양정헌 이세진 성인방송 게스트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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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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