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에 '길 잃은 별들의 길이 되어, 이태원 진실버스'란 다큐가 업로드되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0일 동안 전국을 순회했을 당시, 홍주환 기자가 동행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홍주환 기자는 다큐 연출이 처음이다. 어떻게 다큐를 제작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지난 26일 홍 기자를 직접 만났다. 
 
 <길 잃은 별들의 길이 되어, 이태원 진실버스>의 한 장면

<길 잃은 별들의 길이 되어, 이태원 진실버스>의 한 장면 ⓒ 뉴스타파

 
다음은 홍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버스 동행기를 담은 다큐를 만드셨는데요.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찍을 때는 되게 정신이 없었는데 끝나고 나니 개운한 것 같아요. 제가 이태원 참사 취재하면서 회사의 도움으로 심리 상담도 같이 받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감정 전이라는 게 있대요. 유가족분들의이 슬픈 모습이나 우시는 모습을 보면 그 슬픔이 저에게 옮겨오는 거죠. 이번 진실 버스에서 (유가족분들과) 자는 시간 빼고 거의 같이 있었잖아요. 사실 그분들도 우시기만 하지 않아요. 울다가 밥 먹고 웃고 농담도 하고 화냈다가 또 웃기도 하죠. 예전엔 울고 화내는 모습만 봤는데 전체적인 모습을 다 보니까 마음의 부담감도 내려간 것 같아요. 저에게 전이됐던 슬픔도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 시청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극과 극이에요.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는데 또 욕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양분된 모습을 보는 게 만든 사람 입장에서 슬픈 것 같아요."

- 진실버스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언론에 나오는 유가족분들은 정형화된 모습이잖아요. 이분들이 평소 어떻게 계시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분들이 단순히 울고 화내고 분노하고 소리치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진실버스'가 기획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회사에 진실버스 일정 취재하고 싶다고 건의했고요."

- 다큐 제작은 처음이셨는데, 어땠나요.
"부담이 많이 됐어요. 다른 다큐를 많이 보고 참고했어요. 다큐가 재밌긴 어렵지만 그래도 지루하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고 다녀와서도 계속 고민한 것 같아요."

- 다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 기본적으로 시간순으로 하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진실버스라는 게 전국을 순회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10일을 다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이래서 10일 중에 어떤 것들을 잘 조합할지 고민했고요. 다큐 보면 유가족분들이 버스에서 밥 먹다가도 농담하시고 서로 벚꽃 나무에서 사진도 찍고 하세요. 그런 걸 적절히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유가족들의 평소 모습을 더 담으려고 하신 거네요?
"맞아요. 그분들이 기자회견 하시는 모습은 국민들도 많이 봤잖아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우리 사회가 점점 참사 유가족을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와는 다른 사람이고 뭔가 이상해 보이고 과한 주장을 하는 사람 같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 다큐에서도 유가족 중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잖아요. "자기도 똑같은 국민의 한 사람인데 다르게 보는 것 같다"고요.
"다 똑같은 사람들이죠. 우리도 회사에서 일이 너무 안 되거나 상사한테 혼나면 엄청 화나지만 그러고도 밥을 먹잖아요. 그분들도 전단지 돌리다가 막말 듣고 화가 나도 밥을 드세요. 그게 사람사는 거잖아요. 유가족분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첫날 출발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첫날에는 유가족분들도 부담도 있으셔서 (분위기가) 좀 무거웠죠. 왜냐하면 당시 국민동의 청원이 막 시작했을 때고 (진실버스에 참여하는) 유가족분들이 총대를 메고 가는 건데 성과를 못 가져오면 실망하거나 의욕이 꺾이지 않을까란 걱정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에 엄숙했는데 버스 출발하고 1시간 지나니까 누구나 그렇듯이 농담하시고 서로 소일거리 얘기하시고 하시더라고요."

"언론이 '피해자다움' 조장하는 건 아닌지..."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 홍주환 제공

 
- 유가족 인터뷰가 간간이 나오던데요.
"진실버스 일정 중에 인터뷰한 건데 참사 희생자 고 최유진씨의 아버지 최정주씨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이런 말씀을 하세요. 자기가 불편한 존재가 돼버린 거 같다고요. 이제 아무도 자기한테 삶의 재미에 대해서 얘기해 주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주변 지인이 가족이랑 어디 갔다거나, 딸이 이번에 어디 학교에 갔다거나, 자녀가 결혼한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누구도 자기에게 못 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연민이고 동정이겠지만 그게 계속되다 보면 결국 불편한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쟤 있으면 괜히 눈치 봐야 되고 얘기하기 힘드니까 부르지 말자'라는 거죠. 그런 존재가 되는 게 싫은데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 유가족이 거리에서 전단지 나눠주면서 서명받을 때 시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한 10명이 지나가면 2-3명은 받아주시고 나머지는 무시하고 가시고요. 30명 중 한두 분은 뭐라고 하세요.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지나가면서 안 들리게 뭐라고 하세요. 저도 모든 걸 다 카메라에 담지 못했지만 나쁜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유가족분들도 화가 나셨겠네요.
"분노하셨지만 참으려고 하셨어요. 자기들이 분노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분노하고 소리지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두려워서 화를 참으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 전단지 받아서 바로 버리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사람들한테는 남의 일이니까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게 누구한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잖아요. 만약 유가족이 전단지를 나눠주면 한 번이라도 자세히 본 다음 버리면 좋겠어요."

- 마지막 날 유가족들이 이태원역 사고 현장 갔잖아요. 버스 분위기는 어땠나요?
"전날 비가 엄청 왔었거든요. 전날 비 맞으면서 추모제 하시고 밤에 수원으로 이동하셔서 회의하셨어요. 잠을 진짜 많이 못 주무셨을 거예요. 그리고 아침에 비 오는데 전단지 돌리고 이태원으로 간 거예요. 일단 처음엔 많이 피곤해하셨던 것 같아요. 버스 안에서 주무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이제 곧 이태원에 도착해요'라는 말씀을 안에 있는 분이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유가족분들이 약간 긴장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분들 중에 사고 이후에 이태원역에 가기 싫다고 하셨던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분들한테 트라우마의 공간인 거잖아요. 많은 용기를 내신 거죠. 내 기분만 생각하면 가고 싶지 않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참으신거죠.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 이태원에 도착해서는 어땠나요?
"기존에 있던 유가족들이 맞아주셔서 힘을 받으셨어요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도 넘긴 상태였고요. 진실버스의 임무는 거의 완수한 거잖아요. 힘을 얻으셔서 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요. 특히 (진실버스를 탔던) 유가족 네 분은 그런 걸 많이 느끼셨는지 표정이 좋으셨어요."

- 다큐를 보면, 유가족분들에게 자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시던데요. 
"자식한테 하고 싶은 말을 그분들도 하루에 수십 번씩 생각하실 거예요. 근데 못 하죠. 그래서 이 기회에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말을 함으로써 용기를 얻고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실 수 있으니까 기회를 드리고 싶었죠."

- 진실버스에 동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저는 사회적 재난 참사의 유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 4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죠. 당시 기자회견장에 이태원 진실 버스에 동행하셨던 유가족분들이 오셨어요. 저와 인사도 하고 농담도 했죠. 그런데 언론이 그런 건 전혀 안 찍고 한 유가족이 우시니까 플래시를 터뜨리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유가족들을 울고 화내기만 해야 되는 존재로 만들는 게 언론 탓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흔히 우리가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다움'을 이야기하잖아요. 언론이 '유가족다움'이라는 편견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매번 웃는 모습을 보여드릴 순 없겠지만 최대한 유가족분들의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국민들도 유가족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 취재했는데 못 담은 내용이 있다면.
"저희가 찍은 것 중에 한 4분의 1만 넣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가족분들이 광주에 가서 '오월 어머니집'을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그 장면을 담지 못했어요. 또 유가족분들이 기자회견 준비하실 때 핸드폰으로 원고를 썼다 지우고 보고 외우고 하셨거든요. 이분들도 말의 무게를 알고 계신 거예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다큐 제작이 처음이라 잘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홍주환 이태원 참사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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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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