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플러스 다큐멘터리 <풀카운트> 캡쳐 ⓒ 디즈니플러스
프로야구팀 kt 위즈는 1군 참여 일곱 번째 시즌인 2021년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하면서 막내 구단의 저력을 과시했다. 시간이 지나 2022년 3월 열린 2022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상당수 팀의 주장 및 주요 스타 선수들은 올해의 우승 후보로 kt를 언급하면서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kt의 한국시리즈 2연패 도전은 의례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개막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4, 5월을 거치면서 좀처럼 kt는 승수를 쌓지 못한 채 4할대 승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인해 전력에 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팀의 간판타자 강백호를 시작으로 외국인 선수 쿠에바스, 라모스 등 핵심 전력이 연달아 1군 라인업에서 사라지자 kt의 마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시즌 중반 이후 재도약에 나선 kt 위즈는 기어코 포스트시즌에 성공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패하면서 최종 순위 4위에 머물긴 했지만 자칫 위태로웠던 전년도 우승팀의 자존심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깜짝 영입된 홈런 타자(35개, 리그 1위) 박병호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주전 야수들의 부상, 은퇴, 부진 속에서도 박병호의 활약은 단언컨대 '군계일학' 그 자체였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프로야구 다큐멘터리
▲ 디즈니플러스 다큐멘터리 <풀카운트> 캡쳐 ⓒ 디즈니플러스
최근 들어 OTT 플랫폼을 통해 프로야구를 소재로 삼은 다큐멘터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2년엔 kt의 우승 과정을 담아낸 <위닝런>(시즌→티빙), 만년 하위팀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 스토리를 소개한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왓챠)가 공개되었고 올해 들어선 LG 트윈스의 불발로 그친 우승 도전기를 그린 <아워게임>(티빙)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27일 2회분을 시작으로 총 10편이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의 <풀카운트>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춘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특정 1개 구단을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 10개 프로팀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 눈길을 끈다. 한국야구위원회(KB0)가 MBC와 손잡고 제작한 <풀카운트>는 각 구단을 대표하는 간판선수 혹은 흥미를 끌만한 특정 팀만의 사연 등을 추려내 40~50분 안팎의 분량으로 녹여냈다.
그리하여 제일 먼저 시청자들에게 소개된 팀은 1회 kt 위즈 ('부활의 시간'), 2회 키움 히어로즈 ('언더독의 반란')였다. 그중에서도 1회는 kt 이적과 동시에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홈런 타자 박병호를 중심에 내세웠다. 지난 2011년 LG에서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후 뒤늦게 거포 본능을 발휘하며 홈런왕을 다수 차지한 그였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다. 2년여의 부진 끝에 FA 신청 후 kt로 자리를 옮긴 박병호는 다시 한번 홈런 1위에 오르며 부활에 성공했다.
모두가 놀랐던 박병호 이적... 부활의 홈런포 가동
▲ 디즈니플러스 다큐멘터리 <풀카운트> 캡쳐 ⓒ 디즈니플러스
"오퍼를 받은 팀이 kt 밖에 없었기 때문에...(웃음) 제가 좋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kt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셨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서 해외 무대에도 진출했던 박병호가 히어로즈가 아닌,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야구팬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21시즌 종료 후 FA 협상을 놓고 구단과의 관계가 안속에 휩싸였고 결과적으로 박병호는 3년 총액 30억 원 조건으로 전격 kt행이 이뤄졌다.
LG 시절 본인이 가진 능력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히어로즈로 옮긴 후 뒤늦게 야구의 꽃을 피운 박병호로선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의 이적을 두고 2020-2021시즌의 아쉬운 성적 탓에 일부에선 "홈런 20개만 쳐도 이건 실패하지 않은 FA 계약이다"라는 성급한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2022년 최종적으로 쏘아올린 홈런 수는 35개. KBO 타자 중 가장 많은 숫자였다. 그리고 연말 시상식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다시 한번 박병호의 몫이 되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홈런 타자 박병호"라는 중계 캐스터의 소개말처럼 그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온 것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다큐... 분량 조절의 아쉬움
▲ 디즈니플러스 다큐멘터리 <풀카운트> 캡쳐 ⓒ 디즈니플러스
<풀카운트>는 다양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과 더불어 현직 야구 기자, 에이전트, 해설위원, 그리고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의 인터뷰 등을 하나로 모았다. 야구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깊은 속내까지는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이라 신선하다. 또한 기존 스포츠 다큐메터리의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면서 나름의 차별성도 마련했다.
반면 이러한 구성은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1회의 경우 전반 10여 분 가량을 다큐멘터리의 프롤로그 역할로 할애했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모습, 이야기 등을 담다 보니 정작 주인공인 박병호의 이야기는 고작 30분 남짓 담길 뿐이었다. 반면 2회에선 곧바로 키움 선수단의 이야기가 50분 가량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균형 있는 분량 안배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해당 팀 팬 입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부진 속에 자칫 위축이 될 수 있는 프로야구계로선 <풀카운트>를 비롯한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품들로 기존 팬 및 신규 팬 유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 <풀카운트>는 한국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안내서로 언급할 만했다. 부족함은 있지만 그래도 볼 만한 스포츠 다큐가 등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