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스스로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4개의 사이비 종교의 만행과 이를 폭로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8부작 다큐 <나는 신이다>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큰 충격을 주었다. 사이비 종교 중 JMS가 있었다. JMS는 교주의 성범죄가 큰 논란이 되었다. 문제가 드러나고 교주인 정명석은 징역 10년을 복역했지만, JMS는 교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까?

지난 18일 MBC < PD수첩 >에서는 'JMS, 교주와 공범자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메이플씨의 증언과 함께 정명석을 도운 정조은 등 공범자들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JMS, 교주와 공범자들' 편을 연출한 전서진 PD를 지난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전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고통스러운 진실에 피해자들 탈퇴 후 힘들어해"

 
 전서진 PD

전서진 PD ⓒ 이영광

 
- 지난 18일 방송된 MBC < PD수첩 > 'JMS, 교주와 공범자들'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저희는 반응을 시청률로 가늠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왔어요. 그만큼 많은 분이 관심 갖고 봐주셨다는 뜻이라 감사했어요. 또 댓글 등을 통해서 시청자분들도 JMS에 대해 함께 분노를 표현하고 비판해 주셔서 보람을 느꼈어요."

- JMS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나요?
"저도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감명 깊게 봤어요. 그런데 마침 4월에 메이플 씨가 정명석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러 온다는 얘기를 듣고 취재 시작한 거죠.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님이 섭외를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셨어요. <나는 신이다>가 변화의 큰 스타트를 끊었잖아요. 그 변화가 동력을 잃지 않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내용들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이게 잘못하면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 이에 대한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저희가 취재한 내용은 방송에 나간 것보다 더 심각한 것들도 많았어요. 나름의 기준을 세운 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흥밋거리로만 소비하는 건 지양하자는 거였어요. JMS의 행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 위주로 편집하려고 노력했어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선에서 대체 가능한 자료화면 위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제작했어요."

- PD님은 JMS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
"저는 JMS에 대해 몇 년 전부터 뉴스를 통해 상황 듣는 정도였고요. <나는 신이다> 통해서 실상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또 그 전부터 제가 사이비 종교에 원래 관심은 많았어요. 저는 '믿음'이라는 게 정말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감정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착취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잖아요. 누군가의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거든요."

- 그럼,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나요?
"저도 어떻게 보면 그 종교와 관련해 제3자의 입장이잖아요. 사이비 종교는 무조건 악하기 때문에 신도들에게 빨리 진실을 알려서 탈퇴까지 이끄는 방송 만드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취재를 통해 만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JMS 신도였을 때가 더 행복했다는 거예요. 비록 그 안에서는 모든 게 거짓이었지만 천국 같았고. 오히려 탈퇴한 지금의 현실이 더 지옥 같다는 거예요. 탈퇴 후 우울증을 겪는 분들도 많고요."

- 왜요?
"진실은 너무 고통스럽거든요. 그분들은 거기서 몇십 년씩 지내면서 그 안에서 모든 인간관계를 쌓고 삶을 다 바쳤어요. 그렇게 내 모든 걸 바친 곳이 사회에서 잘못된 곳이었단 걸 직시하는 게 큰 고통이에요. 그리고 그 안에 있을 때는 스타도 하고 지역장도 맡고 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살았는데, 탈퇴 후 스스로를 돌아보니 아무 경력도 못 쌓았고 사이비 탈퇴자라는 낙인만 찍힌 거예요. 모든 인간관계는 당연히 끊겨서 홀로 남겨졌고요. 이런 현실을 마주해야 하니까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 JMS 피해자인 메이플씨 인터뷰로 시작하셨던데 왜 이렇게 하셨어요?
"저희 제작진은 하나의 의문으로 시작했어요. '이미 정명석이 2009년에 성범죄로 10년형을 받고 감옥에 다녀왔는데 또 피해자가 생기다니,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예요. 메이플씨가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상황이 이 질문을 가장 잘 보여줄 거로 생각했어요. JMS의 성범죄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메이플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생생하게 겪고 있는 고통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 메이플씨는 정명석이 감옥살이할 때 JMS 신도가 된 거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그게 공범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교주가 성범죄로 감옥에 갔으면 당연히 교세가 약해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10년 동안 오히려 교세가 훨씬 성장했어요. 그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봤더니, 교주의 자리를 대신하는 2인자 정조은이 있었던 거죠. 정조은을 비롯한 교단 수뇌부들이 정명석의 범죄 행각을 미화하며 신성시하고 신도들의 눈과 귀를 막은 거예요."

"정상적인 교회인 것처럼 조금씩 물들여"
 
 전서진 PD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전서진 PD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이영광

 
-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사이비에 빠진 사람들은 지식이 부족하거나 학력이 부족할 거로 생각하는데 직업 보면 교수도 있고 많이 배운 사람도 있나 봐요?
"대중들은 늘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들을 보면서 '아니 저걸 왜 믿지?' 이런 식으로 많이들 얘기하세요. 하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처음부터 바로 믿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교회에 가자마자 정명석의 성범죄를 마주하거나 황당무계한 교리들을 접하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직전에 제작한 회차가 '당신을 파괴하는 구원자, 가스라이터' 편인데 가스라이팅의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처음에는 정말 정상적인 교회인 것처럼 조금씩 물들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장기적인 과정을 거쳐서 사람을 세뇌시키기 때문에 큰 피해까지 이어지는 거지, 피해자들이 뭔가 부족하다거나 비상식적인 문제가 있어서 세뇌되고 그런 게 절대 아니거든요. 저부터 JMS 교회에 전도됐더라도 충분히 세뇌됐을 거로 생각해요."

- JMS에서 중요한 사람이 정조은 같거든요. 정명석과 정조은은 무슨 관계예요?
"정조은은 원래 일반 신도였어요. 그러니까 한때는 그도 피해자였겠죠. 그런데 정명석이 해외 도피 생활을 시작할 때 정조은을 데리고 간 거예요. 다른 피해자분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는 '조은아'라고 부르던 동생이었는데 중국에 가니까 '사도'가 되어 있어서 함부로 부를 수가 없더래요. 여신도들을 한국에서 데려와서 정명석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등등의 역할들을 하면서 고도화했다는 거죠. 그 뒤로 2인자로서 성령 상징체라는 단계까지 가게 됐다고 해요."

- 정조은 만나셨지만 아무 말도 못 들었잖아요, 어떠셨어요?
"그 침묵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한 교회의 담임 목사였고 교단의 2인자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자신이 떳떳했다면 지도자로서 의견을 냈어야죠. 어쨌거나 침묵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겠죠."

- 정조은은 언변이 좋은가 봐요?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게 정조은은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잘하는 사람. 그래서 설교를 하나의 콘서트처럼 능수능란하게 사람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한 것 같아요. 정명석이 감옥에 있는 10년 동안 정조은을 보고 JMS에 빠져든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 정명석이 감옥살이 하는 동안 성범죄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누군가가 정명석이 하던 걸 했나요?
"정명석이 물리적으로 감옥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성범죄는 일어날 수가 없는 구조이긴 해요. 하지만 저희 방송에 나온 것처럼 오히려 더 엽기적인 행각들을 벌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여성의 성기 조각을 뜨게 해서 그걸 사진으로 받아본다거나 교도소 건너편에 아파트를 마련해서 자신을 지켜보게 한 다음에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보여준다거나, 여성 신도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보내게 하는 등등. 정명석이 정말 반성하고 죗값을 치를 생각이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반성은커녕 어떻게든 성적인 욕구를 충족하려고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했다고 느꼈어요. 이 과정에서 여러 공범자가 정명석이 마음껏 활개 치도록 도왔고요."

- 건물에 대해 정조은과 정명석의 말이 다른 것 같던데.
"정조은의 입장을 요약하면 '정명석의 허락을 받고 남동생의 명의로 교회 재산을 구입했다'는 건데, 만약에 정명석이 시켜서 부동산을 구매한 게 맞다고 해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교회의 재산인데 개인 명의로 구매하는 거잖아요. 검찰 조사를 통해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고 봐요."
 
 'PD수첩'의 한 장면

'PD수첩'의 한 장면 ⓒ MBC

 
- 대외협력국이 있던데 뭐 하는 곳이에요?
"이름을 풀어보면 대외와 협력을 구하는 곳이라는 뜻인데 좋게 말하면 그런 거고(웃음) 나쁘게 말하면 JMS를 위협하는 외부의 세력에 대해서 협박과 미행, 회유, 스파이 활동 등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곳인 거죠. 일종의 처리반이에요."

- JMS 문제에서 공범자 중 하나가 A 변호사 같은데.
"정조은이 정명석을 미화해서 신도들을 세뇌시키고 여신도들을 관리, 상납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성범죄의 판을 제공한 축이라면, A 변호사로 대표되는 한 축은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하고 무마하고 뒤처리하는 세력이었다고 봐요. 저희 방송에 나온 합의서가 그래서 중요해요. 합의서의 내용은 정명석으로부터 받은 성(性)적인 피해에 대해서 누설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런 내용의 합의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성범죄가 있었다는 방증이잖아요. 공식적으로는 정명석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이런 합의서를 작성하고 다른 피해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거죠."

- 흔히 JMS 뒤를 봐주는 법조인이나 정관계 인사가 있을 거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건 취재 안 하셨나요?
"공범자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모든 공범자를 취재하면 진짜 5부작을 해야겠더라고요. 저희가 취재 과정 중에 다양한 정보를 들었어요. 우선 사회 고위층 인사들만 전도하는 VIP 전담반이 있다는 거. 그렇게 전도된 신도 중 하나가 '인천사'라고 불리는 전직 교도관인데 정명석이 감옥에 있을 당시에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정명석의 여러 편의를 봐주고 여신도들의 나체 사진을 반입하게 도왔다고 해요. 이런 식으로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는 VIP들을 전도하는 데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명 '섭리 기업'이라고 하면서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JMS 관련 기업들이 있어요. 자금줄 역할을 한 거죠. 관련해서 취재를 상당 부분 했는데 방송에 못 내서 많이 아쉬워요."

-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후 누가 신도라더라는 말이 있잖아요. 신도라고 낙인찍는 게 맞을까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도들을 JMS에서 탈퇴시키고 사회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걸림돌이 되거든요. 부정적인 낙인을 찍고 JMS의 범죄들을 흥밋거리로만 소비해버리면 이 종교를 믿었던 사람들은 더 큰 자괴감에 빠져야 해요. 신도들을 낙인찍는 데 쓰이는 사회적 에너지가 정명석이라는 교주와 공범자들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허황되고 기괴한 대상을 믿었던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불량품을 정상적인 제품인 것처럼 포장해서 영업하고 판매한 공범자들을 탓해야 하는 거죠. 불량품인 줄 알면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제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성범죄 피해를 겪은 여성 신도들이 여러 종류의 고통에 시달린다는 거예요. 자신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일인데, 그 당시에 정명석을 메시아로 여겼기 때문에 '혹시 이게 성폭력인가?'라고 의심이 들면 스스로가 불경하다고 책망하면서 느꼈던 종교적 고통이 있었고요. 탈퇴 후에는 과거의 그 일이 성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혼란, 지금에 와서 자신이 그렇게 믿었던 메시아가 알고 보니 그냥 성범죄자였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까지 복잡하게 얽혀서 정말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런 피해자분들이 엄청난 용기를 내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정명석을 고소해서 법정에 세운 거잖아요.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께서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전서진 PD수첩 JMS 나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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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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