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어느 마약 운반책의 고백>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어느 마약 운반책의 고백> 포스터. ⓒ 넷플릭스

 
2013년 8월 15일, 페루 리마 공항에서 전 세계 유력 신문들 1면 톱을 장식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북아일랜드 출신 미카엘라 매콜럼과 스코틀랜드 출신 멀리사 리드가 코카인 밀매 혐의로 붙잡혔기 때문이다. 스페인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붙잡혔는데, 20살에 불과한 여성들이었다. 일명 '페루 2인조', 자못 생경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 중 미카엘라 매콜럼은 스페인 이비사에서 왔는데, 마약을 운반해 주는 대가로 5000유로 정도를 받기로 했다. 5000유로라고 하면, 결코 많은 액수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마약이 관련되어 있는 만큼 체포되면 돌이킬 수 없는 막중한 처벌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운반하고자 한 마약은 11kg에 달했고 자그마치 150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어느 마약 운반책의 고백>은 2013년 8월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페루 2인조의 마약 사건을 들여다본다. 미카엘라 매콜럼이 직접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하며 당시 상황을 소상히 들려주는 바,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당사자는 어땠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녀는 어떻게, 왜 마약을 운반하게 되었을까?

얼떨결에 마약을 운반하게 된 미카엘라 매콜럼

미카엘라 매콜럼은 1990년대 초 북아일랜드 중부의 소도시 던개넌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았던 미카엘라, 마을을 벗어나기로 한다. 그렇게 스페인 이비사로 향했고 곧장 클럽에 가 파티에 참여한다. 아름다운 낙원같은 섬에서 마약을 하며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베스트 프렌드 패리도 사귀었다.

미카엘라는 클럽 호스티스로 일하며 이비사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했는데, 그녀가 서빙하는 건 비단 음료만이 아니었다. 당연한 듯 마약도 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했다고 한다. 당시의 그녀로선 선과 악을 나누는 선이 흐릿해져 있었다고. 어느 날 그녀에게 데이비라는 매력적인 남자가 접근한다. 그는 미카엘라에게서 패리를 떼어놓곤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고 은근슬쩍 떠본다. 미카엘라는 덥썩 물어 버린다.

데이비가 말하길 바르셀로나에 가서 작은 거 하나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물론, 미카엘라도 그게 '마약'이라는 걸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알고 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고 바르셀로나가 아닌 남미의 페루까지 가서 가져와야 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마약 운반책으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판결할 때 어느 정도 적용되었을까?

미카엘라의 슬기로운 감방 생활

미카엘라는 페루 법원에 의해 종신형 또는 15년 형을 받을 위기에 처하지만, 정보를 최대한 건네며 양형거래로 6년 8개월 형을 받는다. 그녀가 갇힌 곳은 페루 최고 등급의 교도소 앙콘이었다. 모든 게 유해해 보이는 그곳에서 과연 수 년을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음악만 들으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사람의 사회적 동물이자 적응의 동물, 미카엘라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그 부분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특출난 것 같다.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와 호형호제하며 여자 교도소만의 특징인 미용실(?)에서 재소자들에게 미용을 전한다. 넷플릭스 초창기를 견인한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보면 리얼하게 나와 있다. 마약 거래에 가담했다가 걸려 감옥에 간 여성 재소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말이다.

물론 눈앞에서, 그러니까 감옥 안에서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신변에 큰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떨기도 한다. 그녀가 정보를 제공한 마약 카르텔에서 언제 청부살인업자를 보낼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앙콘의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나가며 동료 재소자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해도 하루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20살 마약 운반책을 둘러싼 찬반양론

감옥 생활을 솔선수범하며 보낸 미카엘라에게 3년여 만에 가석방의 기회가 왔고, 결국 풀려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미 유명인이었기에 타블로이드 1면 톱을 장식했는데,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녀가 재판을 받기 전에 영국에서 달려간 타블로이드 기자에게 거짓을 말해 전국민의 온정 어린 시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돈 때문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지만, 거짓으로 죽음의 협박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이라고 말해 버린 것이다.

하여 미카엘라의 귀환은 환영 받지 못했다. 더군다나 초췌하기는커녕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니 더욱더 공분을 샀다. 아무리 마약 거래에 가담했다고 해도 20살 치기 어린 시절에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이고 그동안 깊이 반성했으니 괜찮은 걸까? 20살 치기 어린 시절에 저질렀다고 해도 그 누구의 협박에 의한 게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돈 때문에 저지른 일이니 쉬이 용서 받지 못할 일인가?

판단은 일괄적이지 못할 것이다. 이미 형을 살았으니 법적 판단은 그녀를 유죄로 인정했고, 지금은 그에 따른 죗값을 나름 치렀으니 가치 판단이 남았다. 여러 가지가 얽히고설켜 있어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그녀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업보일 테고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달라질 테다. 부정적인 여론을 만든 장본인이 그녀인 만큼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는 것도 그녀의 몫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어느 마약 운반책의 고백 페루 2인조 감방 생활 죗값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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