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는 역대급 다둥이 특집으로 꾸며졌다. 스튜디오에는 12세, 10세, 7세, 5세, 15개월까지 아들만 5명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등장했다. 5형제 출연은 프로그램 사상 처음이었다. 결혼 전부터 다자녀를 꿈꿨다는 엄마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 고단함이 물씬 묻어 있었다. 5형제 육아에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리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5형제를 모두 등교(및 등원)시킨 엄마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쉴틈이 없었다. 엄마는 남편과 함께 운영 중인 치킨집으로 향했다. 막내를 업은 채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은 위험해 보였다. 아이들이 하교 후 가게로 몰려왔고, 한 평 남짓한 방에서는 셋째와 넷째가 배가 고프다고 난리였다. 첫째는 능숙하게 저녁을 준비해 동생들을 먹였다. 

근본적인 문제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식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놀이 시간이 시작됐다. 뒤엉켜 놀던 형제들은 집단 구타에 발차기, 장난감 던지기 등 위험한 장난을 쳤다. 잠시도 조용할 틈 없는 쪽방 안의 5형제의 모습에 진이 빠졌다. 엄마는 아이들끼리만 두기에는 어린 나이라 모두 가게로 불어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가 부모님은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고, 필요한 공공지원은 조건이 맞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 없이 아이들만 먼저 귀가했을 때의 상황은 어떨까. 첫째는 동생들을 케어하며 손수 씻겨줬다. 이어서 빨래를 정리하고, 바닥 물기까지 닦았다. 능숙하게 집안일을 했다. 동생들을 재우는 것도 첫째의 몫이었다. 엄마의 역할을 하는 첫째는 흡사 독박 육아를 하는 중이었다. 언제부터 첫째가 육아를 도왔냐는 질문에, 엄마는 9세 때부터라고 대답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이다. 

오은영은 다둥이 가정이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다며, 5형제가 각자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가게의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5형제의 일상에 대해 우려한 것이다. 또,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첫째는 하루 종일 육아 돌봄이 역할을 했는데, 나이를 볼 때 동생들과 같이 묵일 연령대가 아니었다. 오은영은 5형제를 각자 독립된 존재로 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달에 한번 치킨집이 쉬는 날에도 엄마와 아빠는 쉬지 못했다. 아빠는 식자재 배달을 하며 투잡을 뛰었고, 엄마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편,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셋째는 막내가 살짝 방해하자 동생을 발로 차며 공격성을 보였다. 이를 발견한 엄마가 화를 내도 막내에게 분무기를 집어던졌고, 태클을 해서 넘어뜨리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셋째의 폭력성은 무엇 때문일까. 유치원에서는 말썽을 일으킨 적 없는 모범생인 셋째는 유독 집에서만 문제를 일으켰다. 그렇다면 원인은 집에 있는 게 아닐까. 오은영은 5형제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을 언급했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아이들은 서로 다른 기질을 갖기 마련이다. 오은영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셋째만 엄마를 닮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질이 닮은 4명의 형제들은 서로 잘 어울리며 편안하게 지냈지만, 셋째는 형제들과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마치 섬처럼 혼자 떨어져 있었다. 또, 부모와의 상호 작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셋째는 소외되어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집안일로 엄마와 소통하고 있었고, 아직 어린 넷째와 막내는 부모와 상호 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셋째는 상대적으로 그런 교류가 적었다. 

오은영은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사랑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랑을 받으려고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말썽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셋째는 후자였다. 무반응보다 차라리 쥐어박히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가족 내 정체성이나 역할이 불분명한 셋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이었다. 

며칠 뒤, 외식을 하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둘째와 셋째의 육탄전이 벌어졌다. 셋째는 젓가락을 휘둘러 둘째를 공격했다. 아빠의 개입으로 겨우 싸움이 멈췄지만, 둘째의 입 주변에는 이미 피가 난 상황이었다. 아빠는 "그거 얼마나 다쳤다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그리고 속이 상했을 둘째는 내버려두고, 셋째를 안아주는 등 도통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편애가 가정 내에서 있기 시작하면 반드시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군가는 억울한 사람이 생깁니다. 이 억울함은 평생동안 불편한 마음이거든요." (오은영)

오은영은 분명하게 훈육을 했어야 할 상황이었다고 지적하며, 유독 셋째를 혼내지 않는 아빠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아빠는 항상 자신에게 인가며 사랑을 표현하는 셋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가정 내에 편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편애를 받는 아이 쪽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①형제에 대한 미안함 ②사랑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서로 차별하는 태도가 문제

첫째에게도 포커스가 맞춰졌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상황에서 셋째가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자, 엄마의 어려움을 눈치챈 첫째는 저렴한 것을 사도록 설득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은 포기했다. 물건을 살 때도 늘 가격표를 응시했다. 살림 걱정에 동생 돌봄까지 첫째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12세답지 않은 첫째의 모습에 영상을 지켜보던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는 첫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양보해라"였다며 자책했다. 하면 안 되는 말인 걸 알면서도 5형제를 양육하다보니 첫째에게 의지하게 된 것이다. 오은영은 '양보 강요 금지'를 언급했다. 양보라는 개념이 나쁜 건 아니지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첫째의 마음은 서운하고 억울하고 속상할 것인데, 무엇보다 꿈을 못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다.  

"첫째는 '부모화된 아이(Parental Child)' 맞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12세에 불과한 첫째에게 살림과 육아 등 과도한 역할이 부여됐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고, 동생에게 양보도 해야 했다. 첫째로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부모를 도와야 하는 현실 속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해야 했다. 오은영은 이런 아이의 어른다움을 지나치게 칭찬하면 잘못된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쪽처방은 '날아라 5형제 프로젝트'였다. 오은영은 아이들이 자랄수록 적절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공간 정리 업체를 통해 집과 가게의 공간을 바꿨다. MC들은 집안일로 버거워하는 엄마를 위해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 등을 선물했다. 집안일이 덜어진 만큼 5형제에게 신경을 더 써줄 수 있게 됐다. 또, 가게의 쪽방은 막내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엄마는 첫째와 따로 데이트를 하며 지친 마음을 위로했다. 교환 일기를 작성해 진심을 전했고, 둘만의 시간을 통해 교감했다. 엄마의 든든한 지원을 약속받은 첫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또, 다둥이를 위한 공평한 육아법도 실시하기로 했다. 각자의 사물함을 만들어 개인 물건의 소중함을 알게 했다. 예민한 셋째도 기꺼이 따랐다. 다둥이들은 조금씩 질서의 중요성을 배워나갔다. 

오은영은 계획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소통 홈캠'을 통해 가족끼리 떨어져 있어도 안심하고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첫째와 둘째는 쪽방 생활을 청산하고, 집에 남아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솔루션 마지막 날, 엄마와 아빠는 5형제와 함게 캠핑장을 찾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육아 전쟁을 치르던 엄마는 이제 내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5형제가 앞으로 더 행복하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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