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랑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편히 자요."
"당신도."

 
 영화 <노트북> 한 장면

영화 <노트북> 한 장면 ⓒ 영화사

 
평생을 기적처럼 동화처럼 사랑한, 가난했던 시골 청년 노아와 재벌집 외동딸 앨리는 첫눈에 반했던 그날부터 백발의 노인이 되어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한다.

약 20년 전 봤던 영화 <노트북> 이야기다.

20대였던 나는 노아와 앨리처럼, 순수하고 뜨겁고 아름다운 무엇보다 변치 않는 사랑을 갈망했다. 그럴 것이라 믿었던 한 번의 연애가 끝난 직후였던 것도 같다.

영화 중반부터 터진 울음은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와서는 통곡 수준이 되어 멈추질 않았다. 스스로도 의아한 나머지 대체 왜 이럴까 생각해봤다. 주된 이유는 '저런 사랑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이미 체념 섞인 암울한 내 안의 울림 때문인 듯했다.

40대가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솔로다. 그리고 여전히 순수하고 뜨겁고 아름다운 무엇보다 변치 않는 사랑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나는 현재 사랑을 하고 있다.

마흔을 훌쩍 넘어 마침내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아이처럼 순수하고, 바다와 기타와 식물을 사랑하고, 내가 괜한 불안으로 화를 내거나나 멀어지려 하면, '사랑하는 여친, 힘들어 보이오. 그럴 때면 쉽게 포기하지 말고 한 템포 쉬어가고, 계속 서로 의지해서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라며 나를 안심시키고 기다려주는.

어쩌면 이렇듯 첫사랑처럼 서툴면서도 설레고 행복한지 자주자주 놀랜다.

"20대에 너를 만났어야 하는데"하는 연인에게 "아니야, 그때 만났으면 금세 헤어졌을 거야. 그것도 엄청 싸우고"라고 나는 말한다. 진심 그랬을 것 같다. 지금도 쌩쌩한 각자의 개성, 자존심, 거기에 그때는 몰랐을 혹은 많이 부족했을 세상과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로 인해.

이제 나는 노아와 앨리의 그것 같은, 20대의 내가 바랐던 '첫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지금 나는 '첫사랑이 아니지만 꼭 첫사랑 같은, 무엇보다 끝사랑이길 바라는'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되도록 오랜 시간들 안에서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기를. 그래서 노아가 앨리와 함께 한 평생을 "지극히 한 사람을 사랑했으니 그거면 더할 나위 없이 족하죠" 라고 했듯, 나도 내 연인도 이 삶의 끝에서 진심 그리 말할 수 있기를.
 
 영화 <노트북> 한 장면

영화 <노트북> 한 장면 ⓒ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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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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