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어느덧 3월 29일, '라스트 데이'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막바지 순위 싸움과 함께 올해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경쟁 역시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올시즌 프로농구 MVP 경쟁은 전반기까지만 해도 전성현(고양 데이원스포츠)의 독주체제가 유력해보였다. 전성현은 한때 평균 20점대의 득점력에 경기당 4개가 넘는 가공할 만한 3점슛 페이스로 데이원의 '양궁농구' 돌풍을 주도했다. 올시즌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두 번(1, 3라운드)이나 라운드 MVP도 차지했다. 전력상 약체로 평가받던 데이원은 전성현의 맹활약을 앞세워 5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확보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악재가 겹쳤다. 전성현은 상대팀의 집중견제와 컨디션 난조 속에 부진을 겪으며 평균 득점이 17.6점(국내 2위, 전체 7위), 3점슛은 3.42개까지 하락했다. 한때 최초의 한 시즌 200개 이상 돌파가 기대되던 3점슛 신기록도 물 건너 갔다. 현재 전성현은 달팽이관 이상 증상으로 데이원이 플레이오프에 나가더라도 정상적인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성현은 지난 1월 KT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 정성우에게 저지른 더티파울과 비매너 논란으로 좋았던 이미지까지 크게 추락했다. 또한 선수의 잘못은 아니지만 소속팀인 데이원은 현재 임금 체불과 KBL 가입금 미납, 구단 매각설 등으로 창단 1년도 안 되어 농구계의 비호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인만큼, 여론과 감정을 무시할 수 없는 MVP 투표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반기에 급부상한 '두 형' 변준형-김선형
 
변준형 '슛'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에서 KGC 변준형이 슛하고 있다.

▲ 변준형 '슛'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에서 KGC 변준형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성현의 페이스가 주춤한 틈을 타, 후반기에 급부상한 것이 변준형(안양 KGC)과 김선형(서울 SK), '두 형'들이다. 현재로서는 두 선수가 꾸준함과 팀 성적 측면에서 모두 전성현보다 우위에 있다.
 
변준형에게는 '1위 프리미엄'이라는 확실한 플러스 요소가 있다. 변준형의 소속팀 안양 KGC 인삼공사는 최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그것도 개막부터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구단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역대로는 3번째)을 차지한 팀의 주역이라는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개인 기록도 뛰어나다. 변준형은 이번 시즌 53경기에 출전해 평균 29분 42초를 뛰며 14.1점 5어시스트 2.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부문은 국내 3위다. 동료들을 살려주는 포인트가드이면서도 승부처에서 장기인 돌파와 3점슛으로 해결사 역할도 자주 수행해냈다.
 
변준형은 지난 2라운드 MVP를 한 차례 차지한 바 있으며, 4라운드에서도 후보에 올라 이대성(대구 한국사공사)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투표에서 불과 3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밀렸다.
 
26년 프로농구 역사상 총 27명의 MVP(2006년 공동수상 포함) 중에서 소속팀이 정규리그 1위팀이 아니었던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 만일 변준형이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게 되면 KGC 소속으로 주희정(2008-2009, 은퇴) 고려대 감독과 오세근(2016-2017)에 이어 역대 3번째, 구단 역사상 최연소 MVP(27세)가 된다.
 
다만 변준형의 약점은, 개인기록이나 하이라이트 측면에서는 경쟁자들보다 임팩트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성현에게 3점슛 기록, 김선형에게 어시스트 1위 타이틀과 클러치타임이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는 데 비하여, 변준형은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어필 요소가 부족하다.

본인이 팀을 하드캐리하는 에이스라기보다는 '조력자'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1위팀답게 오마리 스펠맨-오세근-문성곤 등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하는 덕을 봤다는 이미지는, 오히려 개인 MVP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선형 33점 폭발…최준용·최성원 빠진 프로농구 SK, kt에 신승 프로농구 서울 SK가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출전 등 빠듯한 일정 부담 속에서도 33점을 몰아친 김선형을 앞세워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했다. SK는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kt에 94-91로 신승을 거뒀다. (kbl 제공)

▲ 김선형 33점 폭발…최준용·최성원 빠진 프로농구 SK, kt에 신승 프로농구 서울 SK가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출전 등 빠듯한 일정 부담 속에서도 33점을 몰아친 김선형을 앞세워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했다. SK는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kt에 94-91로 신승을 거뒀다. (kbl 제공) ⓒ 연합뉴스

 
최근 가장 페이스가 좋은 선수는 단연 김선형이다. 시즌 기록은 어시스트는 6.74개로 1위를 확정했고 득점도 16.1점으로 전체 9위, 국내 선수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며 개인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어느덧 프로 데뷔 12년 차, 35세로 농구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도 지금까지 시즌 전 경기인 53경기를 모두 출장하며 세운 기록이라는 점도 놀랍다.
 
김선형은 지난 5라운드에서 16.9점, 8.3어시스트(전체 1위), 1.8스틸로 라운드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초반 최준용의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던 SK가 5, 6라운드에서 무려 16승 1패의 상승세를 타며 후반기 2위 경쟁에 합류할 정도로 반등한 데는 김선형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 연륜이 쌓으면서 능숙해진 완급 조절은 그야말로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SK가 만일 LG-현대모비스와의 경쟁에서 극적으로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김선형의 정규리그 MVP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SK는 지난해 최준용에 이어 김선형까지 수상한다면, 2002-2003년 대구 동양의 김승현-김병철, 2004-2005년 TG삼보(현 원주 DB)의 김주성-신기성에 이어 역대 2번째로 '같은 팀에서 다른 선수'로 2년 연속 MVP를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김선형은 경쟁자 3인 중 유일한 MVP 유경험자이기도 하다. 2012-2013시즌에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김선형은 정확히 10년 만에 두 번째로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프로농구 역사상 10년 기간에 걸쳐 MVP를 같은 선수가 수상했던 사례는 2005-2006시즌 첫 수상에서부터 정확히 10년 뒤인 2015-2016시즌에 4번째 수상(역대 최다)을 차지했던 'GOAT'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 코치) 한 명뿐이다. 또한 김선형이 올해 MVP를 수상하게 될 경우, 이상민-서장훈-김주성-양동근에 이어 역대 5번째로 2회 이상 MVP를 차지하는 선수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만큼 오랜 세월 꾸준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해왔다는 증명이다.
 
올시즌 MVP 후보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저마다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어느 때보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던 올시즌, 과연 최고의 영예를 차지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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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변준형 전성현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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