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 CJ ENM

 
최근 지상파, 케이블, OTT, 유튜브 등 각종 예능의 인기 소재로 자리 잡은 건 바로 여행이다. 지난 3년가량 해외로 가지 못했던 억눌림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것 마냥 채널을 돌리면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를 누비는 연예인, 유튜버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을 화면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분명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요즘 예능=죄다 여행'이라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에 불만을 내비치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때 마침 등장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 역시 이러한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예능에서 탁월한 입담을 자랑하는 장항준 감독, 이선균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예능 노출이 많지 않았던 <재벌집 막내아들> 김도현, 김남희 등 4명이 떠난 여행은 이채로운 인적 조합 vs. "또 배우들?"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했다. <아주 사적인 동남아>를 통해 캄보디아로 향한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특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까?

"왜 캄보디아로?" 19년 전 이선균의 출연작 <알 포인트>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 CJ ENM

 
​보통 여행 예능 속 행선지로 등장하는 동남아 국가는 태국 또는 베트남이 보편적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선 독특하게도 캄보디아로 향했다. 앙코르와트라는 세계적인 유적지 덕분에 많은 여행객들이 찾곤 하지만 TV에선 예능 보단 다큐멘터리 속 화면으로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이들이 캄보디아로 떠나게 된 건 <아주 사적인 동남아>라는 제목처럼 이선균의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다. 아직 신인배우의 풋풋함이 남아 있던 19년 전 출연작 <알 포인트>(2004년) 촬영을 위해 그는 처음 해외로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공포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마치 군대를 재입대한 기분"이란 말처럼 고된 여건 속에서 제작되었지만 그 덕분에 웃으면서 당시를 회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호텔로 바뀌었다는 당시 촬영장소의 근황도 궁금했기에 그와 친분이 두터운 장항준, 김도현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으로 처음 만난 김남희와 더불어 다시 한번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것이었다. 출발 전 사전 만남에선 "이 프로그램 제작비가 없다. 이선균 출연료가 20억(?)이라서..." 등의 농담을 쏟아내는 장항준 감독의 입담과 더불어 모처럼의 해외여행에 들뜬 기분이 역력했다. 

의외의 살림꾼, 김도현의 존재감​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 CJ ENM

 
캄보디아 현지 공항에 도착한 이들에게 제작진은 딱 필요한 물품 3개를 전달한다. 여행 경비가 든 봉투 그리고 사진 1장과 지도가 전부였다. 이번 여행의 숙소가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앙코르와트였다. 우리로 치면 마치 민속촌 안에서 먹고 자고 취침을 할 수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오후 5시가 돼서야 공항 문을 빠져나온 그들은 서둘러 이동을 해야만 했다.

다소 막막한 상황에서 '재벌집 사위' 김도현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항 안내데스크에서 영어로 택시 부르는 방법 등을 문의한 후 부랴부랴 돈을 지불하고 차량에 탑승해 빠른 이동을 유도했다. 마감시간에 간신히 도착해 입장권을 구입한 여행객 4인방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캠핑을 비롯해 평소 여행을 자주 다닌 김도현은 의외의 준비성으로 또 한번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통신 사정이 좋지 못할 것을 대비해 무전기를 지참해오는가 하면 각종 반찬, 술안주, 공구 등 없는 게 없는 보부상 같은 존재로 첫회 방송에서 시선을 모았다. 현지 민박집에 머물게 된 이들은 야시장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늦은 밤 술 한잔 건네면서 회포를 풀고 캄보디아에서의 첫날 밤을 마무리 지었다.  

성격 다른 4인의 순한 맛 해외 여행​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아주 사적인 동남아'의 한 장면. ⓒ CJ ENM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선 각자 다른 출연자들의 성격이 1회부터 드러나면서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털털하거나(이선균), 여전히 수다스럽거나(장항준), 의외로 꼼꼼하거나(김도현), 허술하거나(김남희) 등 4인 4색 조합이 충돌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전 만남부터 현지 도착 첫날에 이르는 과정을 이끌어간다. 

잠시 돈봉투가 어디 있는지 까먹고 캐리어 비번도 생각 안 나는 등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큰 탈 없이 목적지로 향하는 일련의 내용을 통해 이들은 좋은 케미를 발휘한다. 누군가에겐 추억의 장소면서 또 다른 이에겐 낯설지만 새로움이 깃든 곳을 찾아온 4명의 출연진은 여행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여행 예능이 주는 미덕 중 하나는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동반한 간접 체험의 기회 마련 아니겠는가. 이러한 관점에선 <아주 사적인 동남아>는 제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아쉬움도 남아 있다. 앞선 지적처럼 '여행 예능 홍수 시대'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곳곳에서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식당 운영, 캠핑 외에 이제는 주사위 던져 행선지를 정하는 돌발 여행까지 등장할 만큼 '매서운 맛'이 2023년 여행 예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순한 맛 구성의 <아주 사적인 동남아>로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칫 존재감이 희석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모험 보단 안정을 선택한 이번 신규 예능의 행보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기울여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아주사적인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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