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펼치는 야구팬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KIA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응원 펼치는 야구팬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KIA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 28일을 끝으로 2023 KBO리그 시범경기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이후 정규 시즌 개막 전까지 사흘 동안의 휴식이 주어지며, 이 동안 정규 시즌 미디어 데이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4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23 KBO리그 정규 시즌이 시작된다.

KBO리그는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정상적인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2022년에는 관중들의 입장은 허용되었지만, 마스크 착용 등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2019년 이후 4년 만에 모든 제한이 풀린 상황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장을 자유롭게 찾지 못했던 각 팀의 팬들은 시범경기를 직관하며 3년 동안의 한을 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일상 회복이라는 특별한 요인이 작용하여 최근 몇 년 동안의 시즌들과 비교했을 때 시즌 개막에 대한 관심은 커 보이는 듯하다.

WBC에서의 졸전, 초반 흥행의 불안 요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프링 캠프 시기에 열렸던 제 5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은 대회 창설 이래 가장 흥행에 성공한 대회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원래 예정되었던 2021년보다 2년 늦게 열렸지만, 본선 참가 팀이 16팀에서 20팀으로 늘어난 영향 덕분에 세계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본선이 치러졌던 대만과 일본 그리고 개최국 미국까지 자국의 홈 경기들은 거의 만원 관중을 기록했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렸던 D조 경기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렸던 미국의 C조 경기보다 관중들의 관심이 더 컸을 정도였다.

본선 참가 팀의 확대로 그동안 야구 변방이었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예선에 참여했고, 이로 인하여 보다 많은 나라가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WBC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흥행을 이루며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

그러나 단 한 나라, 대한민국은 예외였다. 메이저리그나 일본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다른 나라의 프로 리그와 비교했을 때 흥행에서 손색은 없었던 대한민국인데, 최근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으로 WBC에 대한 실망이 컸던 유일한 나라였다.

첫 대회(2006) 준결승 진출, 2회 대회(2009) 준우승의 선전으로 인해 기대가 컸지만, 3회 대회(2013)에서는 3팀이 2승 1패로 맞물리며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4회 대회(2017)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연패한 뒤, 3차전에서는 대만과 최하위를 피하기 위한 처절한 연장 승부까지 펼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3회 대회와 4회 대회에서는 메이저리그 용병들을 많이 배출한 네덜란드와 같은 조에 배정되면서 WBC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게다가 3회 연속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병이 될 수도 있는 팀들을 상대로도 방심하다가 패한 것도 한몫을 했다. 지난 대회 첫 경기에서 이스라엘에게 발목을 잡혔다면,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는 호주에게 발목을 잡혔다. 그리고 같은 조에 첫 출전 팀이었던 체코를 상대로도 겨우 이겼다. 그리고 호주와 일본에게 당한 2패 때문에 결국 조 3위로 또 탈락이 확정됐다.

대표팀이 귀국하던 공항 현장에서는 환호도 야유도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강철 감독의 기자 회견만 진행했을 정도였다. 어쩌면 비판, 비난이나 야유보다도 무관심이 더 큰 불안 요소일 수도 있다.

선수들의 인성 논란,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불안 요소

올해 개막을 앞두고 또 선수들의 인성 논란과 관련된 사건들이 발생했다.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와 관련된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23일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계 없이 최고 수위 징계인 퇴단을 결정했다.

승부 조작, 병역 비리, 음주운전, 도핑 등과 함께 민감한 사안인 성범죄 관련 사안인 만큼 KBO에서도 KBO 규약 제152조 제5항에 의거하여 28일 부로 참가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최동원기념사업회에서도 2018년에 서준원에게 수여했던 제 1회 고교 최동원상에 대하여 27일에 수상 박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스프링 캠프 기간에는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비공개로 활용하던 자신의 SNS 부계정을 통하여 코치진에 대한 뒷담화와 불만을 쏟아냈다. 이로 인하여 김서현은 구단의 자체 징계로 스프링 캠프에서 중도 하차해야 했다.

운동만 잘 하면 용서가 된다는 예전의 인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인성이 부족한 선수에 대한 관대는 사라졌고, 온라인 문화가 발전하게 되면서 과거의 문제들은 은폐되기 어려워졌다. 사건을 공유하는 누리꾼들에 의해 박제되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과거 사례들로 소환된다.

강정호는 과거의 음주운전 이력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했으나, 세 번째 음주운전 사고가 적발되면서 조사 과정에서 3번째 누적된 이력임이 밝혀졌다. 결국 법정에서 실형까지 선고 받으면서 강정호는 몇 년 동안 취업 비자도 받지 못했다. 몇 년 후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했으나,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강정호는 이후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야인이 됐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1차 지명을 받은 이후 학교폭력 논란이 드러났지만, 구단의 자체 징계만 받았다. 물론 2021년 방역 수칙 위반으로 인하여 또 징계를 받았다. 뛰어난 기량으로 계속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학교폭력 가해 이력으로 인해 최동원 상 수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고, 이번 WBC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꼭 야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도덕 불감증과 사회적 책임감 부족에 대하여 팬들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주시하고 있다. 허구연 KBO 총재가 클린 베이스볼을 유독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곳곳에 곪았던 상처들은 아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선수들의 인성과 행동 문제에 관한 곪은 상처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이번 서준원의 경우만 봐도 겨울부터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사건이었는데, 이를 숨기고 겨울에 질롱 코리아를 통하여 호주 리그에 참가했고, 이번 시범경기도 3경기나 등판했을 정도였다.

당장은 괜찮겠지만... 장기적으로 위험한 요소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 신인 선수들을 상대로 부정 방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수는 물론 은퇴 선수들도 인성이나 행동 문제와 관련되어 논란의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기존 선수들에 대한 재교육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신인들에게 부정 방지 교육을 시행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기존 선수들의 행동 문제는 물론이고 신인 선수들에게서도 입단 전후로 발생했던 문제들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김유성(두산 베어스)의 경우도 NC 다이노스에서 1차 지명을 했다가 문제가 드러난 뒤 지명을 철회했던 사례다. 김유성은 이후 대학에서 선수로 활동하다가 다시 두산에 지명됐다.

당장은 실력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개인의 경기력만으로는 팀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자신의 기록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팀 배팅이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욕심을 부리다가 승부를 망칠 수도 있다. 인격이 완성된 선수라면 자신이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숙지하고 훈련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우러나올 수 있다.

선수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이들이 야구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존 선수들과 은퇴 선수들에 대한 재교육 지원도 필요하다. 은퇴 이후에도 행동 문제로 물의를 빚으며 활동을 멈추고 사라진 이들도 많은 만큼 이들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새로운 활동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지원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국제 대회에서의 역량 개선을 위한 세대 교체는?

사실 이번 WBC 대표팀의 구성을 보면 베테랑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중간 세대가 허약하여 안정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박찬호 등으로 대표되는 1973년생 세대와 김태균, 오승환, 이대호, 추신수 등으로 대표되는 1982년 생 세대들은 이제 선수 황혼기를 앞뒀거나 은퇴한 세대다.

류현진 등 1987년 생 선수들로 시작한 황금 세대들은 이제 후배들을 이끌어줘야 하는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김하성, 박세웅 등의 1995년 생 세대는 극히 일부의 선수들을 제외하고 베이징 키즈 후배들을 이끌어 줄 교두보 선배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1998년 생 이정후 등으로 대표되는 베이징 키즈 세대가 기량이 절정에 도달하는 몇 년 후에는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일 수 있다. 일단 곧 예정된 아시안 게임은 이 베이징 키즈들이 주축으로 구성될 예정이라 큰 걱정이 없겠지만, 다른 국제 대회들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세대 교체를 위한 경험을 축적하는 시기임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경험 축적 시기는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2013년만 봐도 류현진과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새로운 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입지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WBC에 참가할 수 없었고, 2017년의 경우도 류현진은 부상으로 인한 재활 문제로 인하여 WBC에 참가할 수 없었다.

2013년과 2017년 그리고 2023년 세 차례의 WBC를 살펴보면, 대표팀의 주축 전력 중 일부 선수들은 그 이름이 바뀌지 않았다. 이 말의 뜻은, 실력으로 이 베테랑 선배들의 기량을 압도하지 못하여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후배들이 많았고, 결국 팬들의 우려를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활용되는 등 야구에 대한 관심이 아주 차갑게 식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내 프로 팀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상당히 많고, 시범경기를 직접 찾아서 관전하는 팬들의 반응 등을 봤을 때 야구에 대한 관심은 아직 반등을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KBO리그와 10구단은 공동 명의로 16일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에는 리그의 경기력과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단체와의 협력 및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큰 틀의 내용만 있었다.

이 내용에는 세부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질적 개선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국내 프로 리그 흥행에 눈이 어두워 장기적으로 필요한 스포츠의 질적 향상이라는 큰 숲을 태우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곧 다가오는 2023년 KBO리그 시즌에서의 멋진 경기들이 팬들의 기억에 아름답게 새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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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정규시즌개막임박 WBC부진 프로야구불안요소 선수행동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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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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