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개봉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아이들은 어머니의 몸을 빌어 무대에 서서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장기자랑을 펼친다.

▲ 4월 5일 개봉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아이들은 어머니의 몸을 빌어 무대에 서서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장기자랑을 펼친다. ⓒ 영화사 연필

 
지난 24일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시사회를 다녀왔다. 지인들과 함께 보고 싶어 영화 소개를 하는데 줄거리보다는 '세월호' 다큐라며 말끝을 흐렸고, 반응을 살피다가 이어서 '다른 세월호 다큐처럼 많이 무겁지 않고, 세월호 어머님들이 연극 연습을 하며 진행되는 재밌게, 좀 더 가볍게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왠지 세월호 다큐라고 하면 마냥 슬프기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수락을 하지 않을까 봐 내가 먼저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참사가 벌어진 지 9년, 실제의 시간보다 아련하게 느껴졌고, 세월호를 대하는 나의 방식이 낯설었다.

다큐는 중년의 여성이 발랄한 노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의에 빠진 세월호 어머님들 앞에 연극 연출가 한 명이 나타난다. 그는 세월호 관련 얘기를 어머니들과 무대에서 풀어나간다. <장기자랑>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이 장기 자랑을 준비한다는 이야기이다. 엄마 7명 모두 자녀가 다녔던 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연기를 한다. 

연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참사 이후 아이의 방을 정리하며 아들 순범의 일기를 보게 됐고, 아들이 모델이 되고 싶어 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최지영씨는 무대 위에서 슈퍼모델의 꿈에 대한 얘기를 한다.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좋아했던 동수를 대신하여 김도현씨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루피가 되어 무대를 누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한 예진이처럼 박유신씨는 장기자랑의 주인공이 된다. 랩을 좋아했던 영만이처럼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이미경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준다.

배역의 비중을 두고 두 엄마의 갈등이 빚어져 잠시 연극 연습이 중단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영락없는 소녀 감성의 유치함 또는 귀여움이 묻어나기도 하고, 배우들의 신경전이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들이 극단을 다 떠날 때는 혼자라도 남아서 하려고 했다는 김명임씨(수인엄마)는 엄마들이 미울 때도 있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그들이 있어서 연극을, 세월호 얘기를, 자신의 아들 얘기를 계속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참사 당일날 '전원구조'라는 얘기를 듣고도 안심이 안 되어 택시를 타고 아들과 돌아올 생각에 현금 백만 원을 뽑아 당장 진도로 달려간 김명임씨. 진도 체육관에서 만난 아들과 같은 반 학생에게 "너 참 잘했다. 네가 이렇게 행동한 건 너 평생 잘 한 일일 거다. 살아와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곧 부모님이 오실 거라고 안심시켰다.

유가족다움,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어머니들은 연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식들에 대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라는 기대로 시작한다. 그러나 연극 연습을 하며 웃는 자신에 대해 '자식 잃은 엄마가 이래도 되는 걸까?' 스스로 의구심을 품게 되는 어머니들. 소위 '유가족다움'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맞고 사는 년은 웃지도 않는 줄 알았어요? 난 매 맞지만 명량한 년이다. 명랑하지만 명랑할 기회가 없다가, 숨이 쉬어져서 자꾸 웃게 된다"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오는 대사이다. 웃고 싶지만 정당히 웃을 기회가 없던 세월호 어머님들. 연극 연습을 하며 공식적인(?) 웃음과 아픔을 나누며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그 힘은 자신들처럼 이유 없이 자식을 잃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는 사명이 되었다. 나 또한 영화 속 어머님들과 함께 세월호 영화의 '관객다움'스럽지 못하게 크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장기자랑> 시사회 (왼쪽부터) 감독 이소현, 출연진 김명임(수인엄마), 김도현(동수엄마), 김순덕(애진엄마), 박유신(예진엄마),이미경(영만 엄마), 최지영(순범엄마), 박혜영(윤민엄마), 노란리본극단 연출가 김태현

▲ CGV용산아이파크몰 <장기자랑> 시사회 (왼쪽부터) 감독 이소현, 출연진 김명임(수인엄마), 김도현(동수엄마), 김순덕(애진엄마), 박유신(예진엄마),이미경(영만 엄마), 최지영(순범엄마), 박혜영(윤민엄마), 노란리본극단 연출가 김태현 ⓒ 이향림

 
영화 시작하기에 앞서 감독 및 주인공 어머님들이 스크린 앞에 섰다. 이소현 감독은 "2019년 3월에 연극 연습을 하는 어머님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다큐로 만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명임씨는 "참사 이후 세월호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저희도 똑같은 엄마라는 걸 영화를 통해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영화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2학년 1반 장애진 엄마"라고 소개한 김순덕씨는 "저는 생존자 엄마이다. 함께 손잡아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극을 같이 하게 됐다. 관객분들도 함께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순덕씨는 "2년 동안 무대 위에서는 아이 엄마 아닌 그냥 많이 웃고, 경쟁도 하는 배우였다. 웃으면서 봐주시길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이미경씨는 "곧 아픈 4월이다. '유가족다움'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봐주지 않았으면 한다. 원치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평범하지 않은 삶이 되었지만 아픔 속에서도 재밌고, 무겁지 않게 연극 연습을 해왔다"며 가끔은 지극히 평범한 엄마로 비치길 원한다는 속마음도 나누었다. 노란 머리로 이목을 끈 최지영씨는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노란 머리를 할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봐주시고, 영화에도 힘을 실어주길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출가 김태현씨는 "극단 8년 차이다. 현재 5번째 연극을 어머님들과 준비하고 있다. 영화 개봉은 우리 극단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며 노란리본 극단의 연극에 대한 관심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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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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