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시상식에서 차준환 선수가 동메달을 기록한 미국의 일라 말리닌 선수와 축하를 나누고 있다.

25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시상식에서 차준환 선수가 동메달을 기록한 미국의 일라 말리닌 선수와 축하를 나누고 있다. ⓒ 박장식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이 한국 피겨의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차준환(고려대학교)은 25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차준환은 프리 프로그램에서 총점 196.39점을 기록, 이틀 전 기록한 쇼트 프로그램 총점 99.64점을 합쳐 296.03점을 기록했다.

영화 < 007 노 타임 투 다이 >의 사운드트랙에 맞춰 연기를 펼친 차준환은 자신에게 배정된 모든 기술을 클린하게 처리하며 일본 우노 쇼마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은반 위 영화 스크린으로 만들었다... 차준환의 '인생 연기'

이틀 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피겨 최초의 스몰 메달리스트가 된 차준환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프리 프로그램에서도 퍼스널 베스트를 기록하고 싶다는 꿈을 넌지시 밝혔다. 메달의 꿈을 위해 프리 프로그램에 절치부심한 차준환은 세계선수권의 '진짜 메달'이 가려지는 프리 프로그램에 나섰다.

무대에 나선 차준환. 차준환은 < 007 노 타임 투 다이 >의 웅장한 인트로에 맞추어 연기를 시작했다. 경기장을 탐색하듯 은반 위를 누빈 차준환은 첫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 나섰다. 결과는 클린.

깔끔하게 첫 동작을 성공한 차준환은 이어진 두 번째 점프에도 나섰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토룹 점프 역시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경기의 첫 시작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동작은 연속 점프. 트리플 럿츠 점프와 트리플 룹 점프를 연달아 수행한 차준환은 럿츠 착지에서 약간의 불안함을 보이나 싶었지만, 이내 트리플 룹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연기를 이어갔다. 차준환은 이어지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어텐션이 있었지만,  기술 점수 0.08점 감점에 그치며 첫 번째 점프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어지는 플라잉 카멜 스핀, 스텝 시퀀스에 나서며 두 번째 점프를 준비한 차준환은 스핀과 시퀀스 역시 레벨 4로 수행했다. 가산점이 붙는 두 번째 점프 프로그램의 시작은 트리플 악셀과 더블 악셀 점프. 점프에 나선 차준환은 두 번의 연속 점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경기의 중후반으로 들어섰다.
 
 25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25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차준환은 트리플 악셀 점프 역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어지는 프리 프로그램의 마지막 점프는 트리플 럿츠와 싱글 오일러, 그리고 트리플 살코. 차준환은 마지막 점프 역시 막힘 없이 수행하면서 이날 경기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체인지 풋 콤보 스핀, 그리고 플라잉 체인지 풋 콤보 스핀까지 레벨 4로 성공적으로 수행,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도로 뽐낸 차준환은 팬들의 박수갈채 속에 누구보다도 즐겁게 연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크레오그래픽 시퀀스. 치준환은 자신의 장기인 이나바우어(발을 평행하게 배치한 후 옆 방향으로 관성을 이용해 이동하는 연기 - 기자 말)를 수행했다. 차준환의 이나바우어에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차준환의 연기는 영화의 한 장면같았다. 차준환은 어떤 때는 치열한 스파이처럼, 어떤 때는 부드러운 예술가처럼 은반 위를 뜨겁게 달구었다. 차준환이 받아든 최종 점수는 기술 점수 105.65점과 예술 점수 90.74점을 합쳐 196.39점. 차준환은 자신의 첫 번째 약속이었던 퍼스널 베스트를 만들었다.

클린 연기로 은메달까지 수성

이날 남자 프리에서 적잖은 선수들이 실수를 범하며 순위가 요동치기도 했다. 그리고 차준환은 이 순위변동의 수혜자가 되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차준환을 앞선 2위에 올랐던 미국의 일라 말리닌이 실수를 범하며 차준환의 바로 뒷순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차준환은 그렇게 한 계단을 더 뛰어올라 일본의 우노 쇼마에 이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차준환은 지난 시즌 말미부터 이번 시즌 초반까지 자신에게 이어진 부진을 딛고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피겨의 새로운 역사의 금자탑을 스스로 쌓아 올렸다.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낸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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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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