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1군무대에 합류한 NC 다이노스는 이호준(LG트윈스 타격코치)과 이종욱(NC 작전·주루코치), 손시헌, 박석민 등 외부 FA를 차례로 영입하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9시즌을 앞두고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를 4년 총액125억 원에 영입하면서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렸고 이는 2020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팀은 언젠가 내리막길을 만나게 되는 법. 한국시리즈 우승 후 전력보강을 소홀히 한 NC는 2021년 7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시즌이 끝난 후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KIA타이거즈)이 팀을 떠났다. 그리고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는 양의지가 두산으로 돌아가고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미국으로 컴백했으며 핵심불펜투수 원종현(키움 히어로즈)과 주전 유격수 노진혁(롯데 자이언츠)마저 이적을 선택했다.

이토록 힘든 겨울을 보낸 NC는 강인권 감독대행을 정식감독으로 임명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이미 적지 않은 야구팬들은 정규리그 6위였던 작년과 비교해도 전력이 크게 하락한 올 시즌 NC를 최하위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NC는 어려운 시기에도 새로운 황금기를 맞기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과연 강인권 감독은 올 시즌 NC의 추락을 막으며 미래를 위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투수] 루친스키 없어도 듬직한 외인 원투펀치
 
 NC 다이노스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NC 다이노스 2023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2019년부터 작년까지 NC 유니폼을 입고 4년 동안 활약하며 53승36패 평균자책점3.06의 성적을 올린 외국인 투수 루친스키는 에릭 해커를 능가하는 NC구단 역사상 최고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제2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꿈꾸던 루친스키는 작년 12월 오클랜드와 1+1년 총액 8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NC로서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존재감을 가진 외국인 투수가 떠난 NC는 수준 높은 새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하며 루친스키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지난 2년 동안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5선발로 활약했던 에릭 페디와 애리조나에서 3년 간 활약하며 빅리그 49경기에 등판했던 테일러 와이드너를 영입한 것이다. NC는 새로 구성한 외국인 원투펀치가 루친스키나 해커처럼 NC 선발진을 지탱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NC는 작년 12월 토종 에이스 구창모와 계약기간 6+1년 총액 132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구창모가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투수임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구창모에게는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장기부상과 같은 불운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송명기, 신민혁 등 작년 성장이 정체됐던 젊은 선발투수들도 올해는 잠재력을 폭발시킬 필요가 있다.

NC 이적 후 2년 동안 38세이브와 함께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마무리 이용찬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올해도 NC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킬 것이다. 작년 시즌을 통해 NC 불펜의 '믿을맨'으로 성장한 김시훈도 올해는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할 예정이고 나성범의 보상선수였던 좌완 하준영도 작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시범경기에서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린 루키 신영우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NC는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던 시절 원종현과 김진성(LG), 임정호, 임창민(키움)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필승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창민과 김진성, 원종현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아직 팀에 남아있는 그 시절의 필승조는 좌완 임정호 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펜의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라 올해 NC는 선발투수부터 마무리 이용찬으로 가기까지 허리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타선] 양의지도 없고 노진혁도 없지만
 
 정식 사령탑 취임 후 첫 시즌을 치르는 NC 강인권 감독

정식 사령탑 취임 후 첫 시즌을 치르는 NC 강인권 감독 ⓒ NC다이노스

 
2018 시즌이 끝나고 NC와 FA계약을 체결한 양의지는 NC 유니폼을 입은 지난 4년 동안 103홈런397타점을 기록했다. NC는 양의지가 떠나면서 노련하게 투수들을 리드하던 든든한 안방마님뿐만 아니라 중심타선 한 자리를 책임지던 팀 내 최고 타자를 잃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안정된 수비와 함께 장타에도 눈을 뜨기 시작한 노진혁(롯데 자이언츠)마저 이적을 선택했다.

양의지를 두산으로 보낸 NC는 지난 4년 간 두산의 주전 마스크를 썼던 박세혁을 4년 총액 46억 원에 영입했다. 양의지에 비하면 만족하기 힘든 영입이지만 NC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리고 FA자격을 얻은 내야수 박민우와 5+3년 총액 140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박민우는 올 시즌부터 단순히 NC의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아닌 팀을 이끌어야 할 간판선수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즌에 임해야 한다.

작년 타율 .296 16홈런85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 닉 마티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NC는 2021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6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제이슨 마틴을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양의지와 노진혁이 팀을 떠나면서 장타력이 크게 약해진 만큼 마틴은 NC의 장타를 책임질 중책을 맡고 있지만 24일 현재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071(14타수1안타)1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롯데에서 2077개의 안타를 기록했던 손아섭은 NC이적 첫 해 타율 .277 152안타72득점으로 이름에 비해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타율 .336(3위)를 기록하며 작년 실질적으로 NC타선을 이끌었던 박건우 역시 팀의 가을야구 탈락으로 크게 빛이 나지 않았다. 올해 NC 외야의 양 코너를 지킬 손아섭과 박건우가 올 시즌 동시에 폭발해 준다면 NC의 상위타선은 작년보다 훨씬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노진혁이 떠난 유격수 자리는 프로 3년 차를 맞는 신예 김주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주원은 작년 시즌 타율이 .223에 그쳤지만 유격수로서 10개의 홈런과 함께 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호타준족 유격수'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게다가 김주원은 KBO리그에서 매우 귀한 스위치히터인 만큼 2002년생 유망주 김주원이 NC의 주전유격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김하성을 잇는 한국야구의 차세대 간판 유격수로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주목할 선수] NC가 애지중지 키우는 좌완 유망주

덕수고 2학년 시절부터 정해영(KIA타이거즈)과 함께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돼 아시아청소년대회 우승멤버로 활약한 정구범은 3학년 진학 후 본격적으로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중학시절 미국 유학경력 때문에 1차 지명 대상자에서 제외된 정구범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1라운드 전체 1순위로 NC에 지명됐다. NC로서는 2018년 최하위로 추락하며 2차1라운드1순위 지명권을 얻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라이벌로 평가 받던 소형준(kt 위즈)과 이민호(LG)가 프로 입단 후 승승장구하는 사이 정구범은 어깨통증으로 1군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했다. 정구범은 루키 시즌에 이어 2021 시즌에도 1군 등판을 전혀 하지 못했다. NC팬들은 기대만 잔뜩 올렸다가 1군에서 단 2경기 밖에 던지지 못하고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됐던 윤호솔(LG,개명 전 윤형배)의 전례를 떠올리며 걱정을 키워갔다.

작년 시즌까지 퓨처스리그에서만 활약하던 정구범은 시즌 막판 드디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2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2점을 내주며 평균자책점13.50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시속 146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NC팬들을 기쁘게 했다. 정구범은 시즌이 끝난 후에도 마무리캠프를 건강하게 완주했고 강인권 감독은 신년회에서 정구범을 선발자원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돋보이는 성장속도로 강인권 감독이 뽑은 캠프MVP에 선정된 정구범은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해 5.1이닝을 2피안타3볼넷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정구범은 일단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며 1군 진입을 노릴 예정이다. 하지만 NC팬들은 멀지 않은 시기에 구창모와 정구범으로 이어지는 '토종 좌완 원투펀치'가 NC의 선발진을 이끄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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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NC 다이노스 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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