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채연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24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채연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이번 피겨 세계선수권을 통해 '슈퍼 루키'로 떠오른 선수가 있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6위를 기록, 메달에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주인공은 바로 열 일곱 살 한국 선수다.

김채연(수리고등학교)이 이번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성적은 '업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22일 출전한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했지만, 실수를 수습한 뒤에는 다른 선수들 못지 않은 훌륭한 경기력을 펼치며 원래 목표였던 12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24일 프리 프로그램에서 김채연은 '인생 연기'를 펼쳤다. 김채연은 자신에게 주어진 동작을 깔끔하게 소화해내며 프리 총점 139.45점을 획득, 3위라는 기록을 썼다. 김채연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두 명의 스몰 메달리스트가 등장했다. 

실수 없었던 행진... 완벽한 연기

비센테 아미고의 'Poeta En El Viento'에 맞추어 연기를 시작한 김채연은 첫 점프 동작에서 트리플 럿츠와 트리플 토룹을 연달아 수행했다. 연결동작도 깔끔했다. 두 번의 점프를 클린으로 마친 김채연에게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어지는 트리플 루프 점프도 깨끗하게 수행한 김채연은 가벼운 점프로 발 위치를 바꾼 뒤 트리플 살코 점프 역시 수행했다. 첫 점프 프로그램의 마지막인 더블 악셀까지 마친 김채연은 모든 점프 동작에 언더 판정 없는 깔끔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이어 플라잉 체인지 풋 콤보 스핀, 그리고 플라잉 카멜 스핀까지 연거푸 수행하며 숨을 고른 김채연은 두 동작을 모두 레벨 4로 수행하며 군더더기 없는 스핀 동작을 선보였다. 

경기는 어느덧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10퍼센트의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 점프에서도 김채연은 초반의 힘을 그대로 이어갔다. 김채연은 트리플 플립 점프를 수행한 뒤, 다시 더블 토룹, 더블 루프 점프까지 수행했다. 마지막 점프가 높지 않았지만, 동작을 클린하게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음악의 분위기가 바뀌고, 김채연은 트리플 럿츠 점프, 더블 악셀을 수행했다. 트리플 럿츠 점프를 위해 도약한 뒤, 착지해 잠시 숨을 고른 김채연은 더블 악셀 점프까지 성공적으로 도약했다. 점프 시퀀스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김채연은 자신의 연기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도 무리 없이 수행하며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점프 동작을 모두 마친 김채연은 함박웃음을 얼굴에 보이며 시퀀스 동작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김채연은 다시 분위기가 바뀐 음악에 맞추어 스텝 시퀀스를 레벨 4로 수행한 데 이어, 체인지 풋 콤보 스핀 역시 레벨 4로 수행했다. 

마지막 크레오그래픽 시퀀스는 레벨이 높지 않았지만 음악과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메달권 선수들의 프리 프로그램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 김채연 선수는 기쁜 얼굴로 키스 앤 크라이 존에 들어왔다. 

"연습 헛되지 않아... 쿼드러플 점프도 도전"
 
 24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을 마치고 밝은 표정을 선 김채연 선수.

24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을 마치고 밝은 표정을 선 김채연 선수. ⓒ 박장식

 
김채연 선수의 점수는 놀라웠다. 긴 정적 끝에 발표된 점수는 기술 점수 76.78점, 그리고 예술 점수는 62.67점이었다. 도합 139.45점. 시즌을 넘어 퍼스널 베스트를 김채연이 기록했다. 총점은 203.51점. 특히 김채연의 프리 기술 점수는 이날 출전한 모든 선수들 중 단연 1위였다.

특히 이어진 메달권 선수들이 프리 종목에서 넘어지는 등의 실수를 범하는 등 김채연 선수는 계속해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마지막 조에 들어서야 김채연 선수보다 초점이 높은 선수가 나왔을 정도. 특히 김채연이 최종 6위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면서 다음 세계선수권에도 한국 여자 싱글 출전권을 세 장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믹스드 존에서 김채연 선수는 "원래 목표는 12위 안에 들어가서 다음 시즌 그랑프리에 초청받는 것"이었다며 "쇼트에서는 잘 못했지만 프리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예상보다 높은 성적을 받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김채연의 활약으로 한국의 세계선수권 배정 티켓이 그대로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준 것 같아 기쁘다"라며 "사실 티켓 유지도 신경 쓰면서 경기를 펼쳤다"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이번 대회 의상을 만들어줬다는 김채연 선수는 "아무래도 연기하는 중에 불편한 부분을 바로 어머니께서 수정해주셔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음 시즌 김채연은 주니어와 시니어 무대를 병행한다. 채력적인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김채연은 "제일 바빠도, 가치가 있는 시간일 것 같다"라며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의연함을 드러냈다. 

김채연 선수는 25일 오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펼쳐진 스몰 메달리스트 시상식에서 이해인 선수와 함께 메달을 품에 안았다. 한국을 넘어 세계 피겨가 주목하는 '슈퍼루키'가 된 김채연의 다음 시즌은 누구보다도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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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피겨 스케이팅 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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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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