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동메달을 따낸 차준환이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23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동메달을 따낸 차준환이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 박장식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고려대)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 수성의 오부능선을 넘었다.

차준환은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커리어 사상 가장 좋은 연기를 펼쳤다. 차준환은 총점 99.64점으로 쇼트 프로그램을 마쳤다. 최종 순위는 3위.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각 프로그램에 주어지는 스몰 메달을 품에 안았다.

앞선 대회에서 고난을 겪었던 차준환이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은 부츠 문제로, 올해는 체력 문제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세계선수권을 목표로 다시 일어섰다. 프로그램 구성을 바꾸고 훈련에 몰입했다. 그렇게 한국 남자 피겨 첫 역사를 쓴 차준환은 25일 그 역사를 완전히 확정짓기 위해 다시 은반에 오른다.

음악에 압도되던 차준환, 마이클 잭슨을 압도했다

올 시즌 마이클 잭슨의 'Can you feel it', 'Billie Jean', 'Smooth Criminal'을 차례로 메들리한 음악을 자신의 쇼트 프로그램에 사용한 차준환. 하지만 차준환은 이번 시즌 노래와 자신의 프로그램이 크게 매칭이 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계체전이 끝난 후 차준환의 선택은 프로그램 개편이었다.

그 개편의 결과를 알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 차준환은 마지막 조인 6조의 첫 번째 순서로 경기에 나섰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빙판 위에 선 차준환은 리듬을 타며 연기를 시작했다. 트럼펫 소리가 멈춘 때 뛰어오른 쿼드러플 살코 점프는 성공이었다. 좌중에 박수가 쏟아졌다.

기세를 탄 차준환은 트리플 럿츠 점프와 트리플 루프 점프까지 연달아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붙였다. 'Can you Feel it'의 리믹스 사운드에 맞추어 플라잉 카멜 스핀까지 레벨 4로 안정적으로 수행한 차준환은 바뀐 음악 'Billie Jean'의 안무를 시작했다. 연결동작에서 차준환은 'Billie Jean'의 문워크를 정확한 안무로 보이는 여유도 보였다.

트리플 악셀도 클린하게 성공한 차준환은 체인지 풋 스핀 역시 레벨 4로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음악은 'Smooth Criminal'. 시퀀스와 스핀 동작만이 남은 차준환에게 관중들은 너도나도 리듬에 맞추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차준환은 본 경기가 아닌 갈라쇼를 뛰는 것처럼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스텝 시퀀스와 체인지 풋 콤보 스핀까지 레벨 4로 수행하며 자신의 연기를 끝낸 차준환. 관객들의 박수는 어느새 기립박수로 바뀌었고, 차준환은 올 시즌 부진을 모두 털어놓은 후련한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23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마친 차준환이 후련한 듯 고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23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피겨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마친 차준환이 후련한 듯 고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앞선 국내대회, 그리고 국제대회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압도되는 듯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차준환은 이날 경기만큼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완벽히 압도한 모습을 보였다. 3분 30초간 차준환은 '차이클 잭슨'이었다.

이어진 결과. 차준환은 모든 연기를 클린하게 처리하며 기술점수 55.04점, 예술 점수 44.60점으로 도합 99.64점을 기록했다. 100점에서 딱 0.36점이 모자란 점수였다. 하지만 쇼트 스몰메달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했다. 차준환은 그렇게 한국 남자 피겨의 새 역사를 썼다. 본인에게도 퍼스널 베스트 점수였다.

"자신감 회복되어 다행... 만족하는 경기였다"

경기를 마친 후 믹스드 존에서 만난 차준환은 "사대륙선수권 때 준비를 잘 했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 때문에 아쉬웠다"며, "그랬던 자신감을 세계선수권을 통해 회복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차준환은 "잘못된 점을 보완하는 무대를 펼치려고 생각했는데 시즌 베스트는 물론, 퍼스널 베스트까지 기록해서 너무 좋았다"며 자신의 개인 기록 경신을 기뻐했다. 특히 차준환은 "사이타마는 두 번째 방문"이라며, "4년 전 세계선수권 때는 쇼트 실수가 너무 아쉬웠지만, 그때의 아쉬움도 다 털었다"고 웃었다.

"이번에는 만족하는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차준환은 팬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차준환은 "유관중으로 진행되는 묘미가 있지 않느냐"며,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 분들께서 박수도 리듬에 맞춰 쳐 주시고, 기립박수까지 보내주신 덕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차준환은 이해인 선수 등의 활약에 대해서도 "여자 선수들 또한 너무나도 잘 해주고 있다"며, "어제 선수들이 잘 해준 것이 나에게 응원이 되었다"고 웃었다. 차준환은 "쇼트에서 너무나도 만족했기에 프리에도 더욱 집중하겠다"며, "프리에서도 시즌 베스트를 꼭 기록하고 싶다"고 각오했다.

차준환은 25일 저녁 열리는 남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한국 남자 피겨의 첫 역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차준환이 프리 프로그램에서 펼칠 연기에 기대가 모여진다. 아울러 24일 저녁에는 이해인·김채연·김예림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도 열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차준환 피겨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남자 피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