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뮤직비디오에는 생각보다 많은 함의가 들어 있습니다. 그 속에 든 상징과 비유를 짚어보고, 창작자의 의도를 더듬어가면서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과잉해석일지 모르지만, 그럼 뭐 어때요?[기자말]
 코드 쿤스트 '55' 뮤직비디오 한 장면.

코드 쿤스트 '55' 뮤직비디오 한 장면. ⓒ AOMG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너는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낱말이다. 하지만 그걸 기억하고 매 순간 실감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모두가 알지만, 알지 못한다. 자신도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메멘토 모리를 가슴에 새김으로써 현재를 잘 사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다다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이 뮤직비디오를 추천한다.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CODE KUNST)가 지난 16일 발표한 정규 5집 <리멤버 아카이브(Remember Archive)>의 선 공개곡 '55'의 뮤비다. 이 곡은 백예린과 웬디가 피처링했고, 백예린은 작사에도 참여했다.

노래 제목 '55'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 55분을 뜻한다. 코드 쿤스트는 앞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이 곡을 만든 배경을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제가 테라스에서 별을 보고 있는데 '저 별이 실제로는 엄청 크겠지?', '저게 만약 지구로 떨어지면 어떻게 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이 끝나기 55분 전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55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노래다"라고 설명했다.

막연히 내가 죽는다는 것을 가정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55분 후에 유성이 떨어져서 이 지구가 끝장나고 그래서 나도 죽고 너도 죽고 모두가 사라져버린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죽음이 실감나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변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55' 뮤비는 종말 55분 전의 풍경을 그린다. 죽음 직전의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들이 그려지는 가운데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는 55분 카운트다운이 쉬지 않고 흘러가며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한 남자에게 달려가 안기는 여자, 혼자 음악에 푹 빠져서 드라이브를 하고 춤을 추는 여자, 핸드폰을 던지고 물건을 부수며 분노하는 남자, 친구들과 우르르 모여 멸망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라도 하듯 세상을 파괴하는 젊은이들, 아기를 안고 들여다보는 엄마, 지하실로 내려가 테이프로 문을 봉인하며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며 괴로워하는 청년, 서로의 모습을 그림 그려주고 술래잡기도 하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노부부, 어린 아이처럼 침대 위를 방방 뛰며 서로를 끌어안는 연인... 
 
 코드 쿤스트 '55' 뮤직비디오 한 장면.

코드 쿤스트 '55' 뮤직비디오 한 장면. ⓒ AOMG


뮤비 속 인물들은 이렇게 제각각의 마지막을 보낸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부지런히 줄어, 드디어 떨어지는 유성이 육안으로 보이고, 건물은 흔들리며 균열이 간다. 사람들의 표정은 미묘하다. 끝내 55라는 숫자가 소진되면서 뮤비는 끝이 난다. 

뮤비 끝에 꼭 이런 문장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당신은 지구가 멸망하기 55분 전, 무엇을 할 건가요?"라는 질문 말이다. 뮤비 안에 이 물음에 대한 창작자의 답이 그려졌지만, 가사를 통해서도 그 답을 읽어볼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도 너와 함께라면/ 그럼, 괜찮을 것만 같아 난."

"네 눈 그리고 빛/ 사랑을 나눌 때의 말들/ 우린 다시 또 사랑에 빠질 거야."

결국 사랑이었다.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 이것이 죽음이 눈앞에 도래할 때 우리가 추구할 정답이었던 거다. 그렇다면 늘 가슴에 품었던 메멘토 모리에 대한 답도, 유성과 지구와의 충돌 직전 우리가 떠올리는 답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이 카르페 디엠을 위한 답이기도 할 것이다. 직장생활에, 사업에, 육아에... 바쁜 일상에 치여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지구 멸망 55분 전에 해야 할 일'과 일치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한 가지 답만이 전부는 아니다. 뮤비에도 그려지지만, 사람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온전히 남은 생을 음미할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대자연 속에서 새소리를 듣는 것도 멋진 일일 것이다. 그러니, '나의' 55를 완성하는 게 '나의' 인생의 진짜 중요한 한 가지를 찾는 길이 될 것 같다. 혹시 이 뮤비를 보는 것만으로 나만의 정답 찾기가 힘들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도 함께 보시면 좋겠다.
 
 코드 쿤스트

코드 쿤스트 ⓒ A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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