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찬란한 나의 복수> 관련 이미지.

영화 <나의 찬란한 복수> 관련 이미지. ⓒ 씨네소파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형사는 모든 걸 잃은 것처럼 보인다. 꾸역꾸역 삶을 살아가며 전국 곳곳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사고의 범인이라 주장하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잊고 있었던 지옥이 다시 소환된다. 형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22일 진행된 언론 시사에서 첫 공개된 영화 <찬란한 나의 복수>는 제목과 그 내용이 배치한다. 사실 제목을 이루는 단어들 자체가 서로 형용모순이기도 하다. 사건 공소시효가 지난 지 3년 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해당 작품은 미스터리나 스릴러 요소보단 휴먼 드라마 요소가 강한 작품이었다.
 
왜 하필 공소시효 이후였을까. 공권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주인공인 형사 류이재(허준석)를 몰아넣고, 시시각각 갈등하는 모습을 포착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 <달려라 자전거> 이후 15년만에 장편 영화를 공개하게 돤 임성운 감독은 "생의 한 가운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남자가 떠올랐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에서 이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영화적 분위기가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영화 <찬란한 나의 복수> 관련 이미지.

영화 <나의 찬란한 복수> 관련 이미지. ⓒ 씨네소파


  
 영화 <찬란한 나의 복수> 관련 이미지.

영화 <나의 찬란한 복수> 관련 이미지. ⓒ 씨네소파


 
복수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정작 이재는 그조차 쉽지 않음을 잘 안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공무원이기도 하고, 범인임을 자백한 노인 임학촌(이영석) 또한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적 복수를 하자니 그 분이 풀리지 않을 게 분명하고 의미 또한 퇴색될 게 뻔하다. 영화는 이재로 하여금 파탄 난 옛 가족 이후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모습을 제시한다.
 
죽어가는 범인 앞에서 보란 듯 새로운 희망을 품는 게 진정한 복수임을 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도가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구성에 잘 담겼다면 좋았겠지만, 너무도 일찍 주인공의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영화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재의 새로운 사랑 상대로 등장하는 소현(남보라)과 그 아들이 이야기 안에서 얼마나 화학적으로 녹아들었는지 의문이 들 법하다.
 
배우들 연기와 촬영 자체는 무난하지만 중요한 서사 골격과 캐릭터성이 희미해져 있다. 중저예산 한국영화의 재기발랄함이나 도전적인 화두 제시. <찬란한 나의 복수>에서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그 결기나 힘이 온전히 작용하지 못한 듯하다.
 
한줄평: 저예산, 독립영화의 분투를 꿈꾸며
평점: ★★★(3/5)

 
영화 <찬란한 나의 복수> 관련 정보

감독: 임성운
출연: 허준석, 이영석, 남보라
제작: (주)고래픽처스, 시금치 픽처스
배급: 씨네소파
러닝타임: 89분
개봉: 2023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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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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