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와 블러드문 포스터

▲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포스터 ⓒ 판씨네마(주)

 
달이 정신병과 연관이 있다는 건 오래된 믿음이다. 오늘에야 그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부정되었으나, 과거엔 이 같은 믿음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태양은 둥근 것이 큰 변화가 없는데, 달이란 것은 매일매주가 다르게 얇아졌다 두꺼워졌다 그 모양이 바뀌었다. 그뿐인가. 달의 주기에 맞춰 사람의 신체에도 변화가 이는데, 여성의 생리주기와 월력이 제법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기도 했던 것이다.
 
달과 정신건강 사이에 연관이 없음을 논증한 캐나다의 어느 연구에선 조사대상 의사의 64%가 달의 주기가 환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달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는 몰라도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여겨지기는 한다는 뜻이겠다.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스틸컷

▲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스틸컷 ⓒ 판씨네마(주)

 
특별한 그녀의 탈출, 이야기의 시작
 
붉은 달이 뜨던 밤이다. 팔이 앞으로 묶인 모나(전종서 분)가 침을 질질 흘리며 정신병원 방 안에 앉아 있다. 어딘지 심상찮아 보이는 그녀의 방에 직원 하나가 들어서고 이내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모나는 방을 나서고 다시 병동을, 병원을 빠져나간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뉴올리언즈, 그곳에서 모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자가 추적을 피해 도피하는 이야기다. 체제를 전복시키지도, 억압을 깨부수지도 않고 그저 추적을 피해 멀리멀리 달아나는 얘기다. 모나에겐 대단한 대의나 적의 따윈 없다. 그저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이 정도로 107분에 달하는 장편을 채우느냐 싶겠으나 영화는 나름의 승부수로 이를 극복한다.
 
영화가 기대는 건 분위기다. 모나에겐 남들에게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 하나는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 말하자면 미쳤다는 것이다. 정상인 이들은 조현병 환자라는 말로 쉽게 치부하고 넘어가지만 그녀의 문제는 현실의 흔한 조현병 그 이상이다. 그녀는 정신병으로 파양된 이력을 갖고 있는데, 그건 단순한 병이 아닌 남다름 때문이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통하려 해도 도통 통할 수 없는 다름이 그녀를 바라보는 이에게 이질감을 자아낸다.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스틸컷

▲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스틸컷 ⓒ 판씨네마(주)

 
자유를 얻으려는 한 여자의 도주극
 
그러나 붉은 달이 뜬 그날 이후로 그녀는 그렇게 이상하지만은 않다. 병원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조금씩 인간다움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DJ퍼즈(에드 스크레인 분), 그녀를 거둬주는 스트립댄서 보니(케이트 허드슨 분)와 같은 이들이다. 모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지만 세상 누가 대가 없이 사랑을 나눌까. 이들은 모나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선생님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성실히 모나의 뒤를 쫓아오고, 모나에겐 거듭 어려움이 닥쳐온다.
 
영화는 모나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자유를 얻기 위한 도주극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어떤 우정은 피어나고, 또 어떤 믿음은 배신된다. 어떤 사랑은 좌절되나 어떤 기대는 달성된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모나의 삶 역시 한없이 불운하지도 끝없이 행복하지도 않은 것이다.
 
애나 릴리 아미푸르의 영화는 분명히 나름의 색깔을 지녔다. 그 이야기가 대단히 새롭거나 치밀하진 않으나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은 되는 것이다. <버닝>부터 <콜>과 <연애 빠진 로맨스>까지 제 색깔을 한껏 펼쳐냈던 전종서에게 할리우드로의 진출은 마땅한 기회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그 첫발로 부족함 없는 영화다. 모나에게 찰리(에반 휘튼 분)가, 찰리에게 모나가 그러했듯, 할리우드와 전종서의 만남이 서로에게 충만하길 바라본다. 그녀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므로.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스틸컷

▲ 모나리자와 블러드문 스틸컷 ⓒ 판씨네마(주)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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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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