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BNK가 한국 여자농구의 최강팀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원과 박정은 감독이 지휘하는 BNK 썸은 오는 19일부터 5전3선승제로 열리는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BNK는 정규리그 1, 2등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각각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2경기 만에 가볍게 제압하며 챔프전 진출 티켓을 따냈고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6경기에서 BNK에게 5승1패로 확실한 우위를 만든 바 있다. 특히 승리한 5경기에서 평균 16점의 점수 차이 났을 정도로 우리은행은 BNK를 상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BNK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을 2경기 연속 두 자리 점수 차이로 꺾은 것처럼 단기전 결과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시즌 WKBL 챔피언 결정전이 많은 농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6시즌 만의 우승 탈환 기회 잡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를 막지 못하면 BNK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를 막지 못하면 BNK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과 4위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을 때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우리은행의 우세를 예상하면서도 혹시 모를 이변의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다. 특히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첫 시즌에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김단비와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고 리그 득점왕에 오른 김소니아의 에이스 대결은 농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플레이오프는 단 2경기 만에 우리은행의 완승으로 일찍 막을 내렸다. 1차전은 23득점 15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단비의 '원맨쇼'에 힘입어 우리은행이 14점 차로 승리했다. 김단비가 14득점으로 주춤(?)했던 2차전에서는 베테랑 포워드 고아라가 3점슛 4방을 포함해 18득점을 올리는 깜짝활약 속에 우리은행이 또 한 번 22점 차의 대승을 거두고 챔프전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는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17.17득점(2위) 8.8리바운드(5위) 6.1어시스트(2위) 1.5스틸(2위) 1.3블룍슛(1위)으로 프로 데뷔 후 첫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김단비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평균 18.5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챔프전에서도 김단비가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우리은행의 우승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1차전에서 5득점에 그쳤던 또 한 명의 에이스 박혜진이 2차전에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16득점을 올리며 자신감을 끌어 올린 것은 우리은행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트로이카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박지현이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평균 8득점에 그친 것은 위성우 감독을 걱정시키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의 최장신(183cm) 박지현은 공격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BNK의 '더블포스트' 진안과 김한별 중 한 명을 막아야 한다.

'디펜딩 챔피언' KB스타즈가 박지수의 부재 속에서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정규리그에서 25승5패 승률 83.3%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높은 우리은행은 자신들의 황금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더욱 우승에 목 말라 있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챔프전을 위한 확실한 워밍업(?을 끝낸 우리은행은 BNK를 상대로 2017-2018 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박정은 감독, 또 하나의 역사를 쓸까
 
 BNK의 박정은 감독은 오는 19일 WKBL 챔프전 무대에 서는 최초의 여성감독이 된다.

BNK의 박정은 감독은 오는 19일 WKBL 챔프전 무대에 서는 최초의 여성감독이 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여자배구에서는 2018-2019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박미희 감독이나 2019-2020 시즌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정규리그 1위로 견인한 이도희 감독 같은 성공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이옥자 감독(2012-2013, KDB생명 위너스)과 유영주 감독(2019-2021, BNK)이 프로팀을 이끌었지만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초라하게 물러났다.

하지만 BNK는 유영주 감독이 물러난 후 다시 한 번 여성사령탑인 박정은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박정은 감독은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팀에서도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보인 데다가 삼성생명에서만 20년 넘게 선수와 코치를 역임한 인물이라 BNK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박정은 감독은 부임 첫 시즌 여성감독 최초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이번 시즌엔 챔프전에 진출한 최초의 여성감독에 등극했다.

BNK의 최대장점은 역시 '젊음'이다. 물론 한채진(신한은행)의 은퇴로 WKBL 최고령 선수 자리를 물려 받은 김한별이 있지만 BNK는 김한별을 제외하면 안혜지와 이소희, 진안, 한엄지 등 주전 선수들은 물론이고 김시온, 이사빈 등 벤치 멤버들도 대부분 20대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BNK가 12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엄청난 폭발력으로 15점 차를 뒤집은 것처럼 노장이 많은 우리은행도 BNK의 스피드와 폭발력에 고전할 확률이 적지 않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지만 BNK 역시 주전선수에 대한 의존이 큰 팀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4쿼터 초반 진안과 이소희가 5반칙 퇴장을 당한 후 위기가 찾아온 바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안혜지의 안정된 경기운영과 김한별의 투혼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파울 트러블'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BNK를 창단 첫 챔프전으로 이끈 박정은 감독은 지난 16일 변연하, 김영화 코치와 함께 BNK와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챔프전 우승에 도전할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BNK는 이번 챔프전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대이변을 노려야 한다. 과연 WKBL 역사상 최초로 챔프전에 진출한 여성지도자 박정은 감독은 '여성감독 최초 챔프전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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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미리보기 우리은행 우리원 BNK 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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