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웅남이>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를 알린박성광 감독.

영화 <웅남이>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를 알린 박성광 감독. ⓒ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바이 바이 두바이야~"까지. KBS 공재 22기 개그맨으로서 박성광은 많은 유행어와 인기 코너를 남기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런 그가 2011년 서울초단편영화제에 <욕>이라는 영화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영화를 전공한 개그맨의 일탈 정도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10여 년이 지나 그는 어엿한 상업영화 감독으로 관객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우 박성웅, 이이경, 오달수, 염혜란 등과 함께 한 코미디 액션 영화 <웅남이>로 말이다. 마늘과 쑥을 먹다 사람이 된 웅남이(박성웅)가 유사 가족과 함께 범죄조직 일원이 된 형제 웅복이(박성웅)를 쫓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진지했다. <욕> 이후 단편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7), 그리고 <끈>(2020)을 연이어 선보이며 나름 감독 경력을 쌓아왔던 것이다. 해당 작품들로 수상도 했다. 누가 봐도 영화인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해도 될 텐데 16일 서울 삼청동의 모처에서 만난 오히려 그는 "여러 선배님, 후배님들에게 누가 될까 자신 있게 감독이라 인정받기엔 많이 부족하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웅남이>와의 인연
 
장편 연출 데뷔도 우연의 결과만은 아니었다. 본인이 수년 전부터 준비하던 여러 아이템이 거절당하는 과정을 겪던 차에 지금의 제작사에서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박성광은 "감독 데뷔한다고 스스로 너무 주제넘게 욕심냈나 싶어 내려놓던 차에 온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전에 준비하던 작품을 함께 해보자는 제작사가 있었는데 제가 개그맨이라는 걸 알고 거절한 경우가 있었고, 시나리오 수정을 요청해서 1달간 수차례 수정했더니 연락을 끊은 제작사도 있었다. 그러다 한 곳에서 <웅남이>라는 대본이 있는데 보러 오겠냐 해서 봤더니 괜찮더라. 제안 주시면 액션 코미디 영화로 각색하고 싶다고 요청드렸고, 결국 맡게 됐다."
 
본래 휴먼 드라마에 가까웠던 시나리오에 수사물, 코미디 장르를 물씬 가미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박성웅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그는 밝혔다. 2009년경 처음 인연을 맺으며 호기롭게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14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된 셈. <웅남이> 각색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다섯 차례 이상 만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웅복이와 범죄조직 보스 이정학(최민수) 캐릭터가 원래 버전에선 악랄했다가 인간적 면모가 생긴 것도 박성웅의 아이디어였다.
 
이번 작품을 책임지게 되며 강한 주장도 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나 배우 캐스팅에서 경찰 윤나라 역의 백지혜나 광역수사대 서 형사의 서동원 등은 박 감독이 강하게 고집한 결과다.
 
"제작사에선 다른 배우를 제안하긴 했는데 이왕이면 새로운 얼굴이면 싶었다. 극구 반대해서 제가 딱 한 번 강력하게 이야길 했다. 독립영화가 아니니까 제작사 말을 듣는 게 맞다 싶었는데 운명처럼 백지혜 배우를 알게 됐다. 짧은 머리를 한 그의 사진을 보고 바로 다음날부터 연습하자고 말했지. 서동원 배우의 성 형사는 사실 가장 애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제 모습을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거든. 저의 제안에 처음엔 갸웃하시더니 대본을 보시고 다음날 바로 결정해 주셨다. 염혜란 배우님도 <더 글로리> 촬영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침 중간에 일정이 비게 돼서 합류하시게 됐다."
 
 영화 <웅남이>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를 알린박성광 감독.

영화 <웅남이>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를 알린 박성광 감독. ⓒ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편견에 맞서다
 
인터뷰 중 그는 여러 차례 선배, 후배 개그맨을 언급하며 말을 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심형래, 이경규로 대표되는 개그맨 출신 감독의 행보를 그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배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심형래 출연, 감독인) <영구와 땡칠이>는 지금도 기억난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그때 제가 엄마에게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더라. 이경규 선배님도 여러 영화에 도전했고 실패도 했잖나. 역시 영화는 자기 돈 써가며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우기도 했다(웃음). 선입견이 있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일부러 단편 영화부터 찍어 왔다. 두 번째 세 번째 단편은 웃음기를 뺀 작품이기도 했다. 나름 편견에서 조금은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사실 코미디가 가장 쉬울 줄 알았는데 각색 과정에서부터 어렵더라. 개그를 쓸 때는 제가 연기할 거니까 예상이 가능한데 영화는 배우를 설득해야 하고, 일일이 제가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다.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개그맨이니 싸구려처럼 만들었겠지? 하거나 엄청 재미를 기대했다가 의외로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제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웃긴 장면이 엄청 많았는데 흐름이 끊긴다 싶으면 과감하게 뺐다. 그런 점이 좀 아쉽지만 이야기에 방해가 된다면 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초보 감독으로 여러 부족함이 있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는 개그 무대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고 고백했다. 여러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동료나 후배들이 유튜브 등에서 활약하게 된 것에 그는 "새로운 길이 생겼다고 본다"라고 나름의 소신도 밝혔다.
 
"무대 준비하는 데에 정신이 쫓겼다면 유튜브를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위기였지만 동시에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죽을 때까지 개그맨이고 싶다. 개그맨인 게 자랑스럽다. 대학 때도 사실 연기를 전공하지 못해서 연출과를 선택한 것이고 개그동아리를 만들며 그 갈증을 채우기도 했거든. 개그가 재밌어지면서 한편으로는 연출을 배웠으니 1편 정도는 만들어 봐야 하지 않나 싶어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연출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는 감독으로서 소수의 관객이라도 인생 영화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다음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말은 아직까지 건방질 수 있기에 차근차근 스텝을 하나씩 다지려 한다"며 그는 "<웅남이> 속편이 나올 수만 있다면 기적이다. 그냥 생각은 해볼 수 있지 않나"라는 말과 함께 웃어 보였다. 
박성광 웅남이 박성웅 이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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