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차 승리 거두는 LG 세이커스 1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76-75로 승리한 LG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1점차 승리 거두는 LG 세이커스 1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76-75로 승리한 LG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거북이 같은 2위가 토끼같은 1위를 잡아냈다.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이던 프로농구 우승 경쟁도 안갯속에 빠졌다.
 
3월 16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 시즌 6라운드 경기에서 원정팀 창원 LG가 홈팀 안양 KGC를 치열한 접전 끝에 76-75, 1점 차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올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판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최대의 분수령으로 꼽혔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KGC는 이날 2위 LG를 잡으면 승차를 3.5게임으로 벌리며 상대전적 우위까지 확정짓게 되어 정규리그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LG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삼 마레이가 21득점 16리바운드의 더블-더블로 골밑을 장악했다. 이재도가 16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정희재는 11득점 3어시스트로 지원 사격했다. 이에 맞서는 KGC는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했던 오마리 스펠먼이 복귀하여 18득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오세근이 16점으로 활약했다.
 
"지는 줄 알았는데..."

 
치열한 공다툼 1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KGC 아반도와 LG 임동섭이 리바운드볼을 다투고 있다.

▲ 치열한 공다툼 1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KGC 아반도와 LG 임동섭이 리바운드볼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LG는 전반까지 마레이의 골밑 장악과 스펠맨에 대한 효과적인 도움 수비, 벤치멤버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점수차를 10여 점 이상 벌려 주도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KGC의 수비와 스펠맨의 3점슛이 살아나며 추격을 허용했다. KGC는 4쿼터 중반 약 4분여간 LG의 공격을 연이어 틀어막으며 빠르게 점수차를 좁혔다.
 
승부는 경기 종료 직전에야 갈렸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레이가 경기 막판 자유투 4개 중 3개를 놓쳤고 상대에게 파울로 자유투까지 헌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KGC도 2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아반도가 자유투를 1개 날리며 동점 기회를 놓쳤다.
 
LG의 마지막 공격에서 이관희의 점프슛이 빗나가자 리바운드를 잡아낸 KGC의 공격 기회는 이번에도 아반도에게 돌아갔다. 아반도는 아웃넘버 상황에서 단독 속공으로 골밑까지 돌진하여 레이업을 시도했다.
 
조상현 LG 감독과 선수들도 사실상 패배를 직감하고 굳어버렸으나, 거짓말처럼 아반도의 슛은 간발의 차이로 림을 벗어났다. 코트 곳곳에서 아쉬움과 환호의 탄성이 교차했다. 하마터면 대역전패를 당할 뻔했던 LG 입장에서는 행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이재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레이가 자유투를 연이어 놓칠 때 마음 속으로 욕을 많이 했다. 아반도가 마지막 슛을 시도할 때는 솔직히 졌다고 생각했다. 운이 우리에게 왔다. 잘하다가 계속 따라잡혔는데, 만일 이 경기를 졌다면 타격이 컸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전반까지는 히어로, 후반엔 역적이 될 뻔했던 마레이도 "자유투도 모두 놓치고 아반도에게 파울까지 저질렀다. 최악의 상황이 다 나왔다"고 머쓱해하면서도 "다행히 아반도도 첫 자유투를 놓쳤고, 레이업도 실패해서 이길 수 있었다. 내게는 최고의 필리핀 선수"라고 농담을 던지며 미소지었다.

LG는 이날 승리로 32승 16패를 기록하며 선두 KGC(34승 15패)를 어느새 1.5게임 차까지 추격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이번 시즌 KGC와 3승 3패의 호각세를 유지했다.
 
KGC는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려면 4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다만 동률일 경우에는 KGC가 골득실에서 31점을 앞서고 있어서 아직은 좀더 유리한 상황이다.
 
변수는 최근 양팀의 분위기가 극과 극이라는 점이다. 약 한 달 전인 2월 15일 KGC가 LG를 22점을 대파할 때만 해도 양팀의 승차는 4.5경기였고 KGC의 조기 우승이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구단 역사상 2번째이자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거의 근접해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KGC는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챔피언스 위크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온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공백이 치명타였다. 앞선 2경기에서는 스펠맨이 무릎부상으로 결장했고, LG전에서는 스펠맨이 복귀하자 이번엔 대릴 먼로가 종아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백업슈터 배병준도 부상으로 빠졌다.
 
정규리그 우승 경쟁자이자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LG에게 상성상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도 찜찜하다. KGC의 에이스 스펠맨은 다른 팀을 만날때보다 LG를 상대로는 다소 부진했다. 복귀전이었던 지난 경기에서도 야투 성공률 35%, 3점슛은 30%에 그쳤다. 스펠맨이 내외곽이 모두 가능하지만 정통빅맨인 마레이와 골밑에서 매치업하기에는 힘든 데다 협력수비도 뛰어나 고전하기 일쑤다. EASL 우승 이후 첫 홈경기에서 정규리그 우승싸움을 확정짓고 '더블 축제' 분위기를 만들려던 KGC의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LG 내친김에 정규리그 대역전 우승까지?
 
KGC 수비 뚫고 슛하는 LG 마레이 1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LG 마레이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 KGC 수비 뚫고 슛하는 LG 마레이 1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L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 LG 마레이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LG는 4년 만의 봄농구에 이어 내친김에 정규리그 대역전 우승까지도 꿈꾸고 있다. LG는 지난 2018~2019 정규리그에서 3위, 플레이오프 4강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 봄농구였고, 이후 3년간 9위(16승 26패)-10위(19승 35패)- 7위(24승 30패)로 그치며 침체기를 겪었다. LG는 김진 감독 시절인 2013-2014시즌 유일하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나, 창단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과는 아직 인연이 없었다.
 
LG는 조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시즌, 두터워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더블 스쿼드' 시스템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다른 팀에 비하여 다양한 조합과 상대팀에 따른 맞춤형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안정감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정규리그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한 KGC가 '토끼'라면, LG는 느리지만 기복없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거북이'같은 페이스로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뒷심이 돋보인다. 3연패에 빠진 KGC와 달리, LG는 3월에만 5경기에서 4승 1패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는 6경기, KGC는 5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LG는 역시 3위 SK(30승 15패)와의 격차가 2경기 밖에 되지 않아서 4강 직행이 보장된 2위 경쟁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4위 울산 현대모비스(29승 19패)까지 30승팀만 4팀 이상이 나올 것이 유력한 역대급 상위권 혼전 속에서 우승과 4강 직행을 확정지을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아직은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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