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포스터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극장가를 누비는 동안 DC 코믹스의 영웅들이 이를 지켜보기만 한 건 아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이른바 DC 확장 유니버스(DCEU)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그 이후 판도는 바뀌지 않았다.  

​야심차게 내세운 <저스티스 리그> 참패 이후 <아쿠아맨>이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판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조커>, <더 배트맨>는 기존 세계관과 무관한 독자 노선으로 제작되다 보니  DC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파편화될 뿐이었다. 그 와중에 헨리 카빌 주연의 <슈퍼맨> 차기작 제작은 무산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1억달러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되었던 <배트걸>은 완성도 문제 등에 따른 내부 판단으로 아예 극장 개봉 뿐만 아니라 OTT 공개마저 포기하고 폐기 처분되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5일 개봉된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는 어수선한 DC의 현주소를 그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아틀라스 딸들의 공격... 위험에 빠진 인간 세계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의 주요 장면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의 주요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형제 자매 이상으로 우애를 지닌 빌리 뱃슨(재커리 리바이 분, 아역 애셔 엔젤)을 비롯한 위탁 가정 6남매는 지난 1편에서 초인적인 힘을 얻으면서 슈퍼 히어로로 거듭 태어났다. 하지만 배트맨, 슈퍼맨 같은 근사한 이름 조차 없이 그저 필라델피아를 시끄럽게 하는 말썽꾼 취급을 받는다.  

​맏딸 메리(그레이스 풀턴 분)은 영웅으로서의 생활 보단 학교 수업 준비하기에 바쁘고 프레디(애덤 브로디 분, 아역 잭 질런 그래이저)는 여전히 학교에서 힘 좀 쓰는 학우들의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다. 여전히 철부지 행동을 멈추지 않는 빌리는 이제 성인이 되면 이곳을 떠나 독립해야 한다는 메리의 현실 조언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긴다.  

​그런데 조용하던 인간 세상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고대 신화 속 복장을 한 두 여성이 박물관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 두 사람은 아틀라스의 딸들인 헤스페라(헬렌 미렌 분), 칼립소(루시 리우 분)로 앞서 1편에서 빌리가 파괴한 마법의 지팡이를 다시 손에 넣어 잃어버린 힘을 되찾으려고 한다. 여기에 동생 앤시아(레이첼 지글러)까지 가세한 3자매가 인류의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는데. 

가족-액션 코미디로 확실한 색깔 마련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의 주요 장면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의 주요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지난 2019년 개봉된 <샤잠!>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가족 코미디와 슈퍼 히어로물의 장점을 결합시켜 중구난방에 가까웠던 이전 DC 작품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2편 <샤잠! 신들의 분노>는 1편 속 몇 가지 설정에서 이야기를 확대시켰다.   

여전히 몸만 컸지 정신 연령은 10대에 불과한 빌리와 가족들은 이들에 맞서 싸우지만 무찌르기는 커녕 되려 힘을 빼앗기는 등 위기에 몰린다. 마블과 DC의 기존 히어로물이었다면 이 과정에서 엄청난 피의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었지만 <샤잠! 신들의 분노>에선 여전히 잔혹한 장면 없이 순한 맛 구성으로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19금 액션물에 친숙한 성인 관객 입장에선 다소 심심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가족 코미디물을 표방한 작품으로선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에 힘입어 <샤잠!> 시리즈는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확고히 채워 넣는다. 청소년 성장 드라마 같은 요소도 첨가하면서 까불기만 하던 빌리가 이제 진정한 영웅 샤잠으로 거듭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믹 액션 히어로물의 임무 만큼은 충실히 이행했다. 기대치 않았던 기존 DC 히어로(원더우먼)의 카메오 출연은 작품 속 양념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준다. 

불확실한 시리즈의 미래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의 주요 장면

지난 15일 개봉된 '샤잠! 신들의 분노' 의 주요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런데 <샤잠!> 시리즈는 과연 3편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여전히 불확실하다. DC 스튜디오의 CEO로 부임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은 기존 DECU 대신 올해 8월 <블루비틀>, 12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앞세우며 새로운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판을 갈아 엎기로 했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2025년 7월 11일 개봉 예정의 <슈퍼맨 레거시>를 직접 연출하기로 16일(한국시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존 시리즈는? <아쿠아맨> 등 일부 히어로는 유지되지만 기존 DECU는 올해 6월 <플래시>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아직 <샤잠!>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극중 수많은 시공간대로 이동하는 문이 등장하는 만큼 이를 이용하는 식의 새 유니버스 합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언급되기도 한다. 또는 <조커>, <더 배트맨> 처럼 독자 시리즈로 유지되는 방법도 아주 없진 않아 보인다.  

​한편 이번 <샤잠! 신들의 분노> 쿠키에선 DC의 또 다른 슈퍼 히어로 집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언급되면서 눈길을 모았다. 호크맨, 샌드맨, 닥터 페이트 등 국내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이제는 낯설어진 캐릭터들이 중심을 이루다보니 이 단체 이름에 대한 빌리의 입담이 짧은 영상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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