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3월 29일 오후 1시 40분]

사이비의 나라다. 같지만 같지 않은 자들, 종교의 이름으로 사익을 취하는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들 사이비가 소유한 부동산이 어마어마하고 그들 중 일부가 대선이며 총선에 개입한다는 풍문까지 떠돈다. 재판부가 버젓이 사이비교주라 지목한 자가 현 정권의 막후실세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이중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금의 한국이 사이비로 크게 오염돼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많은 사이비의 존재는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적잖은 수의 사이비 교단이 이미 포화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최근 공개돼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사이비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네 개 집단을 전격적으로 지적한다. 모두 여덟 편으로 공개된 다큐는 첫 세 편으로 기독교복음선교회, 즉 JMS를 다뤘다. 선정적이라는 비판에도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이 시리즈는 네 번째 편에 다음 목표를 내건다. 다름 아닌 오대양이다.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넷플릭스

 
왜 하필 오대양인가?
 
다큐의 시작부터 의아한 마음이었다. 첫 세 편에서 그토록 눈길을 휘어잡은 이 다큐가 어찌하여 물 다 빠진 오대양을 선정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대양 하나만으로는 화제성도, 의미도 찾기가 어렵지는 않은가 그런 마음이었다. 오대양이 한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건 사실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아무 영향력도 갖지 못한 사라진 단체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야기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8월 경기도 용인 한 공장 지붕에서 서른 두 명의 남녀가 집단 자살한 사건이 비친다. 당시 언론은 오대양을 사이비 종교가 운영하는 기업이라 했고, 사망한 대표 박순자가 그 교주라고 했다. 교주부터 서른한 명을 하나씩 죽인 뒤 목매달아 죽은 마지막 이가 오대양 공장장이었다. 채무에 몰린 사이비 집단의 집단자살극, 그것이 당시 검찰이 내놓은 결론이었다.
 
다큐는 차근히 당시의 결론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집단자살에도 교주가 가장 먼저 죽는 사례가 없다는 점, 스스로 목을 매다는 경우 나오기 어려운 상흔이 마지막 사망자에게 발견된 점, 여성 중 상당수 질 안에서 남자 정액이 발견됐다는 점, 무게를 실어 서 있기도 어려운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현장에 버려진 의미심장한 메모 등이 하나씩 거론된다. 여기에 더하여 오대양의 사업구조와 자금흐름에 대한 추적가능성까지 살펴본다. 그로써 마땅히 주목되었어야 했을 문제에 조금씩 다가선다.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빛바랜 옛이야기 속 등장한 현재적 인물
 
<나는 신이다> 오대양 편이 인상적인 건 현재적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박영수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별검사로 지명돼 전국적 명성을 얻은 바로 그다. 그는 이후 화천대유 이른바 '50억 클럽'에 올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에 오르내렸다.

그가 바로 오대양을 수사한 책임자였던 것이다.
 
다큐는 여러 근거를 들어 수사당시 이미 제기됐던 타살설에 힘을 싣는다. 언급된 근거 또한 꽤나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당시 검찰이 이를 제대로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수많은 증거가 흩뿌려진 상황에서 박영수 검사가 내린 당시 판단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 증거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박이 부재하며, 당시 언론 역시 이를 제대로 문제 삼지 못한 채 넘어가고 만다. 결국 사건은 오대양이란 사이비 종교의 집단자살극으로 마무리되고 만다. 그렇다면 오대양이 모집한 천문학적 자금은 대체 어디로 흘러들었다는 말인가.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한 명의 검사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나는 신이다> 오대양 편은 그저 사이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한 명의 검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사건은 얼마나 많은 의문점을 남기게 되는지,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억울한 이를 생겨나게 하는지를 내보인다.

비록 다큐가 당시 피해자를 충분한 만큼 확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깊이 있게 내보이지 못했음이 아쉽지만, 또한 박영수 검사의 등장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당시 검찰 관련자에게 접근하지 못했단 것도 안타깝지만 말이다.
 
사이비는 같지만 같지 않은 것을 뜻한다. 다큐를 보고 나면 오대양이 삼십오 년이 넘도록 미스터리로 남게 된 게 그저 이들이 사이비였기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다름 아닌 검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그로부터 수많은 억울함을 남겼기 때문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 시절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기에,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진실을 영영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어쩌면 사건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신이다> 오대양 편이 겨냥한 것이 그저 오대양만은 아니어서 이번 편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나는 신이다 스틸컷 ⓒ 넷플릭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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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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