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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2.9%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전당대회 시작 전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 등으로 사실상 김기현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당내 개혁 목소리를 내온 천하람 변호사(전남순천 당협위원장)가 출마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천 변호사는 14.98%를 얻어 3위 기록했다. 당 대표 선거 완주한 소회가 궁금해 지난 13일 천 변호사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서울 마포구 채널A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서울 마포구 채널A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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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셨지만, 3위로 끝났죠. 먼저 당 대표 선거 완주하신 소회가 어떠신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기대가 컸기 때문에 제가 2위가 아니라 3위로 마무리했다는 걸 들었을 때는 굉장히 실망이 컸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선거를 뛰었던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 모두 낙선했기 때문에 발표를 들을 당시에는 하늘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출마 선언한 것 자체가 굉장히 늦었잖아요. 그리고 컷오프 통과한 다른 후보들에 비하면 인지도나 정치적인 체급도 훨씬 떨어졌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선거였다고 평가합니다."

-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당의 개혁을 바라는 당원들이 최소한 15%가 있다는 거죠. 저는 그게 하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천하람은 정치 방송을 많이 보신 분들이야 아셨겠지만 인지도가 굉장히 낮고 정치 신인에 가까운 인물이었잖아요. 그런데도 개혁의 방향성과 선명성에 동의해 주시는 분들이 당원에서도 15%나 된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보고요. 만약 제가 인지도가 안철수 후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안 후보 이상의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 결선에 갔다면 (개혁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확장 가능한가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건 아쉽죠."

- 초반 출마 선언 후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잖아요. 그에 비하면 아쉬운 점도 많지 않나요?

"그렇죠.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표심이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 초반에 많이 상승했고, 그 상승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막판까지 꽤 이어졌습니다. 저희가 선거를 앞두고 당원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에선 대부분 제가 2등으로 실버 크로스 한 걸로 나왔었습니다. 막판까지 '무조건 2위로 결승에 간다'라고 했던 게 저희 희망 사항이거나 '뇌피셜'은 아니고 나름대로 데이터를 갖고 얘기 드린 거였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여론조사에서 응답하는 당원분들도 (선거) 고관심층이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당원분들은 대부분 고관심층이니까 설마 천하람을 모르시겠어'라고 생각했었는데, 투표하는 중에도 이준석 대표한테 SNS로 메시지를 보내서 '누구 찍으면 돼요, 이번에는 누구 나왔어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고 심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론적으로 투표가 끝날 때까지도 '천하람은 도대체 누구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인지도의 격차를 극복을 못한 것 같습니다."

"뚜껑 열고 보니 조직표 많아... 인지도 낮았던 게 한계"

-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이 높았잖아요. 이게 변호사님께 플러스였을까요, 마이너스였을까요?

"황교안·안철수 후보에게는 마이너스였고 천하람·김기현 후보에게는 그냥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였던 것 같습니다. 투표율이 높다고 나왔을 때 굉장히 큰 플러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 운영에 대해서 불만 내지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개혁 성향의 당원들이 훨씬 더 많이 투표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조직표도 굉장히 많이 가동된 것 같습니다.

제가 끝나고 나서 다른 캠프 이야기 들어보니, 대선 때처럼 조직표를 바닥까지 박박 긁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김기현 후보가 많은 표를 기록한 것 같고, 개혁 성향 당원들도 충분히 많이 투표하시지 않았을까 싶고요. 다만 개혁 성향의 당원들이 저희가 한 15만 정도는 된다고 봤는데 그분들이 특별하게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이번에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있었잖아요. 이걸 안 좋게 보는 당원들이 투표를 많이 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천하람, 안철수 그리고 넓게 봐서 황교안 후보가 얻은 표까지 합치면 47% 정도 되지 않습니까.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거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느낀 당원들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개혁 성향의 당원들이 다른 분들에게 '천하람을 찍어야 된다'고 열성적인 선거 운동할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드리진 못한 것 같아요."

- 왜 그게 안 됐나요?

"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서사나 체급에 비해서는 꽤 성공적인 캠페인을 벌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준석 대표 같은 경우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원외 정치인이었지만 정치를 한 지 그래도 10년 정도의 세월이 쌓여 있을 때 (당 대표 선거를) 했습니다. 게다가 이 전 대표는 소위 '박근혜 키즈'로 굉창히 화려하게 데뷔했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케이스도 아니었고 당협위원장으로서 당 생활을 한 지 이제 만으로 한 3년 정도 돼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서사나 이야깃거리가 별로 쌓이지 않은 정치인입니다. 따라서 개혁 성향을 공유하는 분들도 천하람이라는 사람이 가진 생각과 철학이 뭔지 아직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선거 운동에 불이 확 붙지 않았던 부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또 이 전 대표가 선거에 나갔을 때는 출마 선언하고 첫 번째 토론회, 연설회 이런 걸 시작할 때 이 전 대표가 1위권 주자로 진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전 대표가 하는 말 한 마디, 또 내놓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연설회, 토론회를 할 때 황교안 후보와 3, 4위 경쟁을 하는 구도로 시작했습니다. 김기현,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 하에서 그걸 뚫어내지 못했던 것이 저의 상대적인 부족함이고, 패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번에 이준석 전 대표가 선거운동 전면에 나섰잖아요. 그것 때문에 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에 많은 메시지를 냈습니다. 호남 연설 같은 경우도 스스로 굉장히 뿌듯한, 저만이 할 수 있는 좋은 연설이었다고 생각하고 대전에서는 '국민의힘이 제3노조의 역할을 해야 된다. 우리가 민주노총의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동시에 양대 노총보다 일하시는 국민들께 더 도움이 되는 제3노조 같은 역할을 해야 된다'라는 메시지도 내놨습니다.

강원에서는 '이제 종북 좌파, 빨갱이 이런 색깔론을 넘어서야 한다. 보수 진영이 먼저 북한에 대해 보다 유연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들도 내놨습니다. 제가 만약 1위권 주자였다면 이런 메시지들이 크게 다가오고 크게 소비됐을 겁니다. 근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전 대표도 저와 상의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이준석 전 대표가 워낙 화제성과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본인이 '천아용인'을 위해서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해 이 전 대표가 더 돋보였다면, 제가 더 좋은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부족함 때문이지 이준석 대표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 당 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대표의 땅 문제가 이슈였죠. 당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를 두고 싸워야는데, 이런 논란들 때문에 그게 안 됐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울산 땅 문제 같은 경우, 검증이 필요한 이슈예요. 크게 봐서는 네거티브 이슈겠지만 그 이슈를 다루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토론회 과정에서도 정치 개혁 등 여러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김기현 후보가 1위 후보로서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에 다른 정책들이 주목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도 울산 땅 의혹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 최고위원에서 천아용인 팀 2명의 후보 모두 낙선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천아용인'이라고 하는 브랜드가 저희 딴에는 잘 알려졌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정치 뉴스를 매일 보시지 않는 당원들도 많이 계시다 보니까 견고한 하나의 투표 블록을 형성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다 낙선해서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당 대표가 되거나, 최고위원이 2명 이상 입성하는 게 아닌 이상 괜히 어설프게 한 명만 들어가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건 오히려 더 어색했을 것이고,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길게 보면 또 괜찮은 결과가 아니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기현·천하람 지지층도 납득할 만한 정치 펼쳐야"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천하람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천하람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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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당대회 후 신임 최고위원들이 '천아용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데.

"김기현 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기현 대표의 취임 일성이 연대, 포용, 탕평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고위원들이 선거 바로 다음날 여러 언론 매체에 출연해서 '영구 추방을 해야 된다'느니 '훌리건'이라느니 '천하람은 부를 필요 없다'느니 이런 식의 얘기를 하면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이 무의미해집니다. 최고위원들이 그 자리의 무거움을 인식하고 대표에게 해가 되는 행동들은 가능하면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요. 

정치 도의적으로 보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이긴 쪽에서는 어느 정도는 포용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내 선거에서까지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당 대표의 메시지와 최고위원들의 메시지가 모순되면 우리 당 지도부의 통일된 입장이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 김재원 최고위원이 5.18을 헌법 전문에 넣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게 알려져 논란인데.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느냐 안 넣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남 지역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냐 하는 겁니다. 이번에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게 '호남 지역은 열심히 해도 찍어주지도 않는데 거기 가서 왜 아부하냐'란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 교회에 갔을 때, 전 목사가 '그런다고 전라도 표 안 나온다. 전라도는 영원히 10%다' 이런 얘기들을 했을 텐데 사실이 아닙니다.

호남에서도 이종현, 정운천 같은 분들이 당선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출마한 모든 광역단체장이 15% 이상 득표했고 이정현 전 대표 같은 경우 최소한 순천에서는 3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진정성 있게 꾸준히 노력하면 호남에 계신 분들도 당연히 국민의힘 후보 선택해 주십니다.

꾸준히 열심히 한 적도 없으면서 잠깐 잠깐 해놓고 '호남은 우리 안 찍어줘'라고 말하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정치인은 유권자 탓을 하면 안 되죠. 2020년 총선 때 제가 (득표율) 3%를 받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2~3% 받았을 때에 비하면 지금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습니다. 노력을 해야지 왜 노력도 안 해보고 호남에서는 우리에게 표를 안 준다는 소리를 합니까."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우리 당이 천하람을 선택한 개혁 성향, 중도 성향의 당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총선에서도 어려운 결과 직면할 수 있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천하람 지지층을 다 빼앗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현 대표께서 천하람 지지층도 납득할 만한, 지지할 만한 개혁적이고 중도 확장성 있는 정치를 펼쳐서 국민의힘 개혁 세력이 점점 더 커지고 우리 당의 지도부를 지지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태그:#천하람, #국민의힘,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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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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