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드 3> 영화 포스터

▲ <크리드 3>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아폴로'의 아들이자 '록키'에게 복싱을 배운 제자 크리드(마이클 B. 조던 분)는 헤비급 통합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 복싱계를 정복하는 데 성공한다. 화려한 커리어를 마친 후 은퇴한 크리드는 코치였던 듀크(우드 해리스 분)와 함께 체육관을 운영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아내 비앙카(테사 톰슨 분), 딸 아마라(밀라 데이비스 켄트 분)와 가정생활을 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어릴 적 친형제 같은 사이로 복싱 유망주였지만, 총기 사건으로 인해 18년 동안 교도소에 있었던 데미안(조나단 메이저스 분)이 나타난다. 복싱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데미안은 크리드의 도움을 받아 그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엄청난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금세 주목받는다. 점차 폭주하던 데미안은 급기야 크리드의 모든 것을 빼앗겠다며 위협하기에 이른다.

무명 복서가 세계 챔피언과의 경기를 계기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록키>(1976)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록키 2>(1979), <록키 3>(1982), <록키 4>(1985), <록키 5>(1990), <록키 발보아>(2006)까지 시리즈는 이어졌고 주인공 록키가 복싱 코치로 등장하는 스핀오프 <크리드>(2015), <크리드 2>(2018)까지 만들어졌다.

<크리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크리드 3>(2023)은 전편에서 스승인 '록키'의 가르침과 훈련을 통해 챔피언에 오른 크리드가 자신의 숨겨진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물러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치는 내용을 그린다. 크리드 역할을 맡은 배우 마이클 B. 조던은 이번엔 메가폰까지 잡았다. 그는 "이야기 전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었고. 크리드 가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출에 대한 도전이 더 많은 동기 부여가 됐다"고 밝힌다.
 
<크리드 3> 영화의 한 장면

▲ <크리드 3>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편들이 아버지 아폴로의 친구 록키의 도움을 받아 피나는 노력 끝에 챔피언으로 성공하는 크리드의 탄생을 다뤘다면 <크리드 3>은 은퇴 후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크리드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는 데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오롯이 크리드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록키 역할의 실베스터 스탤론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배경도 필라델피아에서 LA로 옮겨졌다. 

비록 록키는 나오지 않으나 <록키> 시리즈, <크리드> 시리즈에 줄곧 사용되었던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남', '자신감을 잃은 챔피언(또는 선수)', '다시 일어서며 지옥 훈련에 돌입', '링에서의 승부'란 전개는 <크리드 3>에서도 계속된다. 언덕을 달리고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끌며 나무에 주먹을 날리는 등 시리즈의 특징과도 다름없는 훈련 장면도 당연히 나온다.

지금까지 <록키> 시리즈와 이전 <크리드> 시리즈가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빛'을 주로 그렸다. 반면에 <크리드 3>은 절망으로 가득한 '어둠'을 조명한다. 데미안은 크리드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과거의 유령이다. 그는 서사를 추동하는 복수의 존재이며 동시에 폭력과 빈곤의 늪에 빠진 도시, 사법 제도의 불공평성, 흑인 차별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가 투영된 자다. 크리드의 저택 2층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는 설정은 무척 상징적이다. 마치 성공한 소수의 흑인에 감춰진 다수의 흑인이 처한 진실을 보라는 외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크리드 3> 영화의 한 장면

▲ <,크리드 3>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크리드 3>은 복싱 영화이기에 경기 장면 연출이 핵심이다. 마이클 B. 조던 감독은 이전 <록키> 시리즈와 <크리드>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을 경기 장면에서 보여준다. 과장된 슬로우모션과 극한의 클로즈업은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연상케 하기에 신선하진 않다. 놀라운 건 클라이맥스 순간이다. 군중을 사라진 텅 빈 경기장이 나오고 안개와 철창으로 가둬진 링 위에서 크리드와 데미안이 싸우는 모습을 흑백으로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연출로 놀라움을 준다.

평소 마이클 B. 조던 감독은 SNS와 인터뷰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에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크리드와 데미안은 <나루토>에서 캐릭터들의 관계나 주인공의 성장 과정의 영감을 얻었고 경기 장면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나루토> <드래곤 볼>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배우와 감독을 겸하고 있는 덴젤 워싱턴, 브래들리 쿠퍼와 이야기를 나누며 연출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프랜차이즈의 후속작의 감독을 맡는다는 건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다. 아마도 록키의 유산을 단순히 반복했다면 <크리드 3>은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이클 B. 조던은 가족 드라마, 스포츠 드라마, 캐릭터 탐구, 사회적 문제가 골고루 녹아있는 흥미로운 각본을 기반으로 개성 넘치는 경기 장면 연출을 섞어 매혹적인 한 편의 복싱 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아폴로와 록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크리드 3>은 아도니스 크리드의 새로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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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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