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자컬링세계선수권에 나서는 춘천시청 선수들. 왼쪽부터 김수진 선수·양태이 선수·김혜린 선수·하승연 선수·이승준 코치.

2023 여자컬링세계선수권에 나서는 춘천시청 선수들. 왼쪽부터 김수진 선수·양태이 선수·김혜린 선수·하승연 선수·이승준 코치. ⓒ 박장식

 
여자 컬링을 대표하는 '영건' 춘천시청이 생애 두 번째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스물 한 살의 나이로 나선 첫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던 선수들은 이제 다른 메달 색깔로의 희망을 안고 스웨덴으로 향한다.

3월 18일부터 스웨덴 산드비켄에서 2023 여자컬링세계선수권이 열린다. 신흥 컬링강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도 어김없이 이번 대회 대표팀을 파견한다. 대표팀으로 나서는 춘천시청 선수들은 생애 두 번째, 그리고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에 다시 나섰다.

4년 전과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팀 재편 과정을 거쳐 2000년생 막내 하승연이 스킵으로 올라섰고, 1999년생 동갑내기 김수진·김혜린·양태이가 '막내 스킵'과 함께 나선다. 하지만 패기만큼은 그대로다. 선수들은 지난해 극적으로 국가대표에 오를 때부터 '이번에는 메달 색깔을 달리해서 가져오겠다'고 또렷한 목표를 세웠다.

스물 하나의 패기로, 스물 다섯의 간절함으로

이번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춘천시청은 4년 전이었던 2019년 덴마크 실케보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팀이다. 그 때 춘천시청 선수들의 나이는 스물 한 살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팀 킴'을 꺾으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지만, 생애 처음으로 나서는 세계선수권인 만큼 긴장으로 제 성적을 못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춘천시청은 자신만만한 작전, 그리고 낙천적인 팀컬러를 바탕삼아 9승 3패, 예선 라운드로빈을 2위로 통과해 준결승에 직행했다. 아쉽게도 한국 팀들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스위스 '팀 티린초니'를 만나 패퇴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으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만나 극적으로 승리해 한국 컬링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세계선수권 메달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춘천시청이 한국을 넘어 세계컬링의 '슈퍼루키'로 떠올랐지만, 이후에는 투어, 국내대회 등에서 성과를 냈지만 유독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던 춘천시청. 특히 지난해에는 학창시절부터 줄곧 스킵을 맡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춘천시청에게 한국 세계썬수권 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안기며 '영광의 시대'였던 2019년 세계선수권.

춘천시청에게 한국 세계썬수권 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안기며 '영광의 시대'였던 2019년 세계선수권. ⓒ 세계컬링연맹 제공 / Celine Stucki

 
하지만 의연해진 선수단에는 간절함이 드러났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것도 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 없이 처음으로 치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그 선수가 이적한 팀을 결승전에서 만나 우승하는 만화같은 이야기를 그려내며 4년 만에 국가대표 자리에 다시 올랐다.

그 때의 간절함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선수권과 아메리카챌린지를 통합한 대회인 범대륙세계선수권에 춘천시청이 첫 출전했는데, 춘천시청은 일본·캐나다·미국 등 쟁쟁한 국가들 사이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태극마크로서의 저력이 어디가지 않음을 입증했다.

'후반전'에 우승후보 포진... 체력 안배 필요해

그렇다면 춘천시청 선수들이 상대할 국가는 어떻게 될까. 여느 스포츠가 그렇듯 한국 컬링에서도 '숙적'인 일본, 그 중에서도 두 번의 올림픽에서 '팀 킴'과 맞붙어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도 익숙할 로코 솔라레(스킵 후지사와 사츠키)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로코 솔라레는 지난 범대륙세계선수권에서 춘천시청을 결승에서 만나 누르고 우승하기도 했다.

다른 '컬링 강국'들도 조우한다. 유독 한국 팀만 만나면 강했던 스위스의 '팀 실바나 티린초니'가 출전한다. 올 시즌 동료인 알리나 패츠를 제외한 리드·세컨드 선수가 교체된 가운데, 4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조우하는 '팀 티린초니'와 '춘시'의 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스웨덴에서는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팀 안나 하셀보리'가, 캐나다는 지난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낸 '팀 케리 에이나르슨'이, 미국과 덴마크는 각각 '팀 피터슨'과 '팀 듀폰트'가 엔트리에 명단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과 국제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팀을 만나 가장 긴장되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기록이 띄는 팀도 보인다. 튀르키예(스킵 딜사트 알디즈)는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강팀에는 승리를 따내고, 되려 약팀에는 패배하는 '강약약강'의 모습으로 컬링 팬들에게 생경함을 줬던 팀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역사상 처음으로 출전하는 뉴질랜드(스킵 제시카 스미스)도 많은 이들에게 눈길을 끌 전망이다.
 
 스톤을 투구하는 춘천시청 선수들.

스톤을 투구하는 춘천시청 선수들. ⓒ 박장식

 
춘천시청 선수들에게 변수가 있다면 경기 전반, 그리고 후반을 기점으로 상대하는 팀들의 세계무대 성적이 확 바뀐다는 점. 춘천시청은 라운드로빈 12경기를 치르는데, 초반 6경기에 노르웨이·이탈리아·덴마크·뉴질랜드·스코틀랜드·독일을 만나고, 후반 6경기에 튀르키예·캐나다·일본·스웨덴·미국·스위스를 만난다.

그런 탓에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 6경기에서 최대한 승리를 벌면서 이후 6경기에 대한 체력을 쌓아두는 것이다. 특히 초반 경기가 비교적 약팀들이 포진한 만큼, 빠르게 아이스의 경향을 읽어 후반 경기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18일 밤 10시 첫 경기... '본방사수' 해볼까

춘천시청은 대회 개막 전 미리 스웨덴에 도착해 순드베리 컬링클럽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순드베리 클럽은 이번 대회 강력한 경쟁자인 팀 안나 하셀보리의 홈 경기장이기도 하다. 4년 만의 세계선수권에 나선 선수들의 각오가 엿보인다.

이번 대회는 TV 중계가 되지 않아 컬링 팬 매체의 '그림판 중계'에 의존해야 했던 지난해와는 다르게 JTBC Golf&Sports 채널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생중계된다. 첫 경기인 노르웨이와의 경기는 18일 밤 10시부터, '숙적' 일본과의 경기는 23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유독 기대했던 다른 종목에서의 결과가 아쉬웠다면, 이번 주말, 그리고 플레이오프가 있는 다음 주말에는 스물 다섯, 그리고 스물 넷 선수들이 펼치는 얼음판 위 이야기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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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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