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메이트>에서 하은을 연기한 배우 전소니.

영화 <소울메이트>에서 하은을 연기한 배우 전소니. ⓒ NEW


 
이 배우는 이런 이야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고, 흔들리다가 자신의 삶을 찾게 되는 이야기. 장르성이나 블록버스터 요소 일색인 최근 한국영화 흐름과는 좀 떨어져 있지만 본질을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만큼 귀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영화 <소울메이트> 개봉을 앞둔 10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전소니를 만났다. 그가 연기한 하은은 극중 미소(김다미)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며 숱한 내면 갈등을 겪는 인물. 대상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하은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단 꾹꾹 누르고 있다가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미소와 묘한 대칭을 이루며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 전복과 서로 달라진 삶을 다루고 있다.
 
선물 같았던 시간
 
2017년 영화 <여자들>로 데뷔한 후 전소니는 <악질경찰>,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등으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여러 장르 영화, 독립영화에서 활동해 온 그는 특히나 <소울메이트>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어 보였다.
 
"시나리오를 받고 하은 역을 하게 됐을 때부터 이야기 안에서 행복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 흔들리다가 길을 찾는 그런 이야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 있잖나. 그런 사람을 영화 속에서 만나며 삶이 바뀌어 가는 게 참 좋았다. 감독님도 스태프분들도 모두가 한 마음으로 대화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소중했다.

하은은 자신보다 타인을 많이 살피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우선시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말을 뱉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람, 마음에 오래 품고 있다가 고심하며 말하는 하은이라고 감독님도 말씀하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생각나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제가 먼저 하은을 좋아하고 사랑하려 했다."

 
이미 과거 개봉한 중국 원작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봤다던 전소니는 "여러 겹의 정서가 쌓인 섬세한 이야기라는 원작 장점에 우리 현실에 맞게, 한국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는 지점이 (리메이크작에) 담겨 있다"며 <소울메이트>의 매력점을 한껏 짚기도 했다.
 
 영화 <소울메이트> 관련 이미지.

영화 <소울메이트> 관련 이미지. ⓒ NEW


  
"(시사회 때) 영화를 본 친구들이 저마다 눈물 흘린 지점이 다르더라. 저도 지금까지 세 번 봤는데 그때마다 눈물 나는 지점이 달랐다. 최근엔 영화 후반부에 어른이 된 미소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아이와 함께 보는 장면이 크게 다가오더라. 과거 모습이 그림이 되어 그걸 마주 본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관계 문제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다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저도 생각이 계속 바뀌겠지만 일단 지금은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을 나중에 못보게 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잘하자는 주의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표현도 풍부하게 하는 편이다. 영화 속 하은과 미소도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앞날은 아무도 모르고, 인연이라는 게 있으니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난다. 그런 희망적 메시지가 영화에 담겨 있다고 본다."

 
조급했던 순간을 관통하며
 
6, 7년 연기 경력을 이어오면서 분명 부침 또한 있었다. "연기를 정말 사랑해서 그만둔다는 생각은 거의 못 했는데 딱 한 번 그 생각이 들 때 만난 작품이 <악질경찰>"이었다고 그가 강조했다. 바로 그 영화를 민용근 감독이 보고 전소니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함께 작업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은 우연히 상갓집에서 혹은 다른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반복해서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가 오가다가 출연이 성사된 경우였다.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했기에 절 배우로 생각해주셔서 기뻤다. 그런 우연도 참 신기했는데 작품을 주시기 전까지 감독님은 제 삶과 관계성 이야기를 궁금해하셨다. 점심 때 만났다가 7시 넘어서 헤어진 일도 있었다. 스스로는 연기를 할 능력이 되나 확인받을 길이 없어서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악질경찰>도 만났고, 이후 감독님도 만나게 됐다. 함께 한 다미 배우에게도 많은 걸 배웠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끔 하더라. 연기할 때 그의 대사나 표정을 보면 제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그 재미를 찾게 해준 배우였다."
 
VIP 시사회 때 응원차 온 송혜교의 말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었다. 전소니는 "현장에서 본 혜교 언니의 모습을 닮고 싶었다. 그래서 언니의 말이 크게 다가온다"며 "언니 덕에 드라마 현장이 밝고 건강한 분위기였다. 제가 고민이 있을 때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런 기억들로 전소니는 더욱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고교생 시절 친구들과 혹은 혼자 연극을 보러 다니며 내심 배우의 꿈을 키운 그는 "작품 하나로 많은 분들이 만나는 일 자체가 기적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어렸을 땐 전체를 보는 눈이 없어서 연기하는 사람만 들어왔고 그래서 배우 일을 꿈꿨던 것 같다. 개인 레슨을 받고 학교 입학 후 자연스럽게 독립영화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가상의 이야기는 비록 가짜라는 걸 알지만 마치고 현실로 왔을 때 새삼 달라진 주변 공기를 느끼는 제 자신이 신기했다. 뭔가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더라.
 
제 생각대로 할 수 없는 게 사람이니, 먼 미래를 보기 보단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과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보며 최선을 다하려 한다. 코앞의 일 열심히 하다 보면 좀 더 멋져지지 않을까(웃음). 지금 당장 관심사는 <소울메이트> 개봉이다. 관객분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실지 정말 궁금하다."
  
전소니 소울메이트 김다미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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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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