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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정기총회를 통해 세 명의 공동대표를 선출했다. 공동대표 가운데 눈에 띄는 이력 가진 사람이 있다. 김종미 공동대표다. 보통 기독교 시민단체 리더는 목사가 맡는다. 그러나 김종미 공동대표는 평신도일 뿐만 아니라 활동가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표로 활동한 지 한 달이 지난 2일 서울 용산역에서 김종미 공동대표를 만나 한 달에 대한 얘기와 함께 교회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김종미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김종미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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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가 되셨잖아요. 간사부터 시작해서 대표가 돼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는데 어떠세요? 

"정신없이 한 달 지난 것 같아요. 활동가 출신이 공동대표가 됐다는 것, 그리고 젊은 여성이 대표로 선출됐다는 점을 많은 회원이 기뻐해 주셨어요."

- 활동가로 있을 때와 지금 대표되니 기분이 다르지 않나요?

"활동가와 대표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기 때문에 다른 역할에 서 있다는 것 자체도 새롭기는 해요. 또 실무자 때는 실무적인 것 챙기느라 바빴는데 공동대표로서는 조금 더 넓은 눈으로 봐야 하고, 단체 재정적인 부분도 챙겨야 하니 어깨가 굉장히 무겁죠."

- 대표에 나설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대표가 된 데에는 개인적인 동기도 있고 단체의 상황도 있었어요. 개혁연대가 작년에 창립 20년이 돼서 20주년 행사를 여러 가지 했어요. 그때 20주년 기념 선언문도 발표했는데, 거기서 나왔던 얘기가 '리더십이 더 젊어져야 된다, 조직이 변화되어야 살 수 있다'는 논의들이 있었어요.

20년 전에는 교회 개혁 운동하는 단체도 저희뿐이었지만 20년 동안 운동의 성과로 지금은 교회 개혁을 외치는 단체들이 엄청 많아졌고 전문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지형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인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었어요. 윤선주 공동대표의 임기도 끝나면서 제가 추천됐고 신입 집행위원도 30대 두 분이 들어왔어요. 젊게 가보자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 그럼, 자의인지 아니면 타의인가요?

"타의로는 그렇게 제안받았고 저도 조직의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요. 만약에 예전 같았으면 공동대표는 제 자리가 아니니 절대 안 한다고 했을 거예요. 그랬는데 제 개인적으로도 이번엔 한번 도전해야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왜요?

"퇴사 후 저의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18년 활동 중에도 어떤 제안을 받았을 때 두렵지만, 했다면 내 자신이 조금 더 발전해 있고 다른 모습으로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동기가 있었어요. 물론 저의 활동은 제 기질에 딱 맞았지만요.

또 단체 초기를 생각해 보니까 박득훈·방인성·오세택 목사님, 백종국 교수님도 40대부터 시작을 하셨고 그때 엄청나게 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셨거든요. 제가 이제 그 나이가 된 거죠. 제가 단체에서 받았던 사랑도 있고, 단체 때문에 발전하고 배워온 게 크니까 이제 제가 마땅히 감당해야 된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 교회개혁실천연대 초창기부터 하셨는데 그전에도 교회개혁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저희 집안이 모태 신앙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교회가 저의 삶의 중심이고 모든 추억이 있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오랫동안 다녔던 교회에서 목사님이 이단성 있는 설교, 재정·인사 전횡으로 교회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때는 제가 어렸을 때여서 나와서 다른 교회에 갔는데 그런 분쟁의 경험이 개혁연대 활동에도 잘 투영됐어요. 처음에 개혁연대를 자세히는 몰랐지만, 교회 상담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같지가 않고 삶의 근간인 교회가 흔들릴 때 그 아픔과 절망과 어려움을 저는 겪어 봤으니까 더 마음에 와닿았던 거 같아요,"

- 기독교단체는 대부분 목회자가 대표를 맡잖아요, 그러나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공동대표로 평신도도 대표를 맡는 게 다른 점인 것 같네요.

"개혁연대는 초기부터 3명의 공동대표가 공동 리더십으로 활동했어요. 교회에서 누군가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단체니까, 우리 스스로도 뭔가 결정할 때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걸 가장 경계했어요.

단체가 시작할 때 교회개혁 운동은 목회자만의 운동이 아니고, 이것은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 협력해서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부터의 개혁이 다 돼야 한다는 기조가 있었어요. 그래서 3명 공동대표도 목회자와 비 목회자로 구성했고, 항상 남성과 여성, 목회자와 교인, 청년과 장년, 활동가와 비활동가로 균형 있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 평신도라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고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점은 일단 교회 상담으로 오시는 분들은 거의 평신도가 많은데, 그분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교회 문제에 있어서 목회자의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평신도의 수동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고요. 그리고 목회자만 있으면 이게 균형이 안 맞고 더 넓은 눈으로 현안을 얘기할 수 없는데 평신도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으니까 서로 좋죠. 어려운 점은 제가 신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니까 신학에 관한 전문적인 부분 얘기할 때는  어려움이 있죠."

- 교회개혁실천연대 활동하면 교회의 비리나 잘못된 모습 많이 접하셨을 것 같은데 그게 대표님 삶에 악영향을 주진 않았나요?

"저희는 교회의 가장 어두운 면 보지만 반면에 교회의 가장 밝은 면도 저희는 본단 말이에요. 교회답기 위해서 노력하는 공동체들, 성도들, 목회자들을 만나고 지역에 찾아가서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런 참 좋은 교회도 있고 노력하는 목회자와 성도분들도 있다는 걸 보면 힘이 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며 활동했어요.

그리고 개혁연대는 교회개혁과 교회개혁을 통한 사회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회개혁 운동으로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또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데 그런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사회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고 하셨잖아요. 왜 기독교 시민단체가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내냐는 비판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교회가 건강하게 되는 것, 교회개혁은 모두가 동의하는 개혁연대의 미션인데, 그럼 건강해져서 뭘 할 거냐죠.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사는 건 기독교 신앙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그 교회가 사회에서 어떤 제도 때문에 고통받고 어떤 일 때문에 피해를 당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을 품는 것이 빛과 소금 된 교회가 아닐까요.

이게 기독교 신앙이기 때문에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이 당연히 연결되지요. 참사를 겪은 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위로하고 하지만 또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내야 할 것이고요. 예로부터 3.1운동에 기독교인이 많이 참여한 것처럼 우리만 행복하게 살자는 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개혁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 20년 가까이 교회개혁 문제를 다루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기억에 남는 게 정말 많은데 교회 상담,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응, 교회 세습 반대운동, 교단총회 참관 활동, 지역투어,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월례 기도회, 개혁교회 네트워크 연합운동회, 10주년 행사 등 다 특별해요. 그중에 교회 상담은 단체 초기 2002년 10월부터 바로 시작했던 사업이거든요. '고통받는 성도들과 함께하기'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교회 내 비민주적인 행위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예를 들어 재정·인사 횡령, 세습 등에 대해서 상담했어요. 그게 가장 개혁연대 기초가 되는 운동이고 교회 상담을 하다가 그 문제를 가지고 대응하는 이슈 파이팅으로 나가든지, 필요한 교육을 한다든지. 모든 저희 운동의 모체는 교회 상담이에요.

저도 사실 활동가로 하겠다고 결심했던 게 교회 상담을 들으면서 이 일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상담이 많을 때는 하루에 두세 건씩, 한 번 들어가면 2~3시간을 집중해서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 무척 고된 일이에요. 내담자들의 눈물과 한숨을 다 받아주면서 활동하셨거든요. 또 교회 상담은 단시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서 그 문제가 20년 동안 계속 가는 교회도 있고 또 의외로 단시간 해결되는 교회도 있어요. 그때같이 함께 울며 웃으며 했던 분들이 지금도 계속 교회 개혁 운동에 회원이 되셔서 계속 활동하는 그런 끈끈함이 생겼죠."

- 20년 동안 교회 분쟁 겪는 교회도 있어요?

"네. 대치동에 있는 강남제일교회라는 곳이에요. 개혁연대 초창기쯤 2003년 4월 초에 담임 목사의 세습과 권위적인 교회 운영 때문에 분란이 났는데 목사 측은 2층에서 예배 드리고 교인 내담자 측은 1층에서 예배드리면서 법적인 대립도 많고 했죠. 두 쪽 다 강경하게 버티고 있고 내담자(개혁파) 측은 목회자도 없이 20년 동안 대치 상태로 지내고 있어요."

- 2023년 현재 교회개혁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교회개혁실천연대 창립 10주년 때 나온 '10주년 선언문'이 있는데 그때는 10가지 선언문 중에 8가지가 교회 내부적인 개혁을 향한 선언이었고, 두 가지가 사회를 향한 선언이었어요. 이번 '20주년 기념 선언문'에는 교회 내부적인 개혁 선언 5가지, 사회를 향한 개혁 선언이 5가지가 있어요."

- 예전엔 교회 개혁에 비중을 뒀는데 왜 반반으로 한 거예요?

"예전에는 교회개혁 운동에서 교회 내부 개혁에 대한 의지가 더 높았다면, 앞으로의 20년에는 개혁연대가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을 비중을 반반으로 하여, 조금 더 활발히 사회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현장에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 지난 2월 24일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결국 세습을 허용한 거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저희가 명성교회 세습 반대운동을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그동안 교회와 노회, 총회 앞에서 시위를 셀 수 없이 했고, 교단총회 참관은 물론이고, 기독 변호사들이 모의재판도 하고, 촛불 문화제, 기도회도 하고, '교회 세습하지 맙시다' 책도 출판하고 할 수 있는 활동은 다 했는데 법원 판결 결과가 이렇게 돼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1심(2022년 1월)에서는 개혁 측 의견을 들어줬죠. 그러나 지난해 10월 2심에서는 명성교회 측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났단 말이에요. 2심에서 세습이 별로 문제없다고 손바닥 뒤집듯 반대의 결과가 나오니까 참 신뢰할 수 없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2심 재판부가 세습 찬성하는 쪽의 입장과 논리를 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고, 5년 지나면 김삼환 목사의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그것은 이 교회의 생리를 전혀 모르고 판단한 거죠."

- 만약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명성교회를 아예 안 갔다면 5년 지났으니 영향력이 없을 수도 있죠. 근데 김삼환 목사는 은퇴하고도 설교 대부분 했고 아들 목사를 후임으로 세웠는데 그게 5년 지났다고 영향력 없을 수가 없잖아요.

"그게 누가 봐도 상식적인 건데 이 재판부가 어찌 된 일인지 2심에서 뒤집어버리면서 그 뒤 상고에서도 별다른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진 것이 안타까워요. 교단에서 세습금지법을 마련했고 세습을 막으려고 내부 개혁 세력들도 노력했는데 104회 총회 때 갑자기 김삼환씨가 등장해서 설득하는 바람에 수습안이 가결되고 이런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요.

좋은 뜻이 펼쳐질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다시 뒤집히고 또 뒤집힌 것이 안타깝고, 교회 안에서도 정치적 영향과 돈의 영향이 이렇게 깊숙이 박혀 있다는 것 자체가 기독교인으로서 너무 부끄럽죠."

- 앞으로 임기 동안 어떻게 다른 공동대표님과 개혁연대를 함께 이끄실 생각이에요?

"임기가 2년이거든요. 한 달 지났는데도 지금 어깨가 매우 무거운데 개혁연대는 공동 리더십이었으니까 3명의 공동대표와 집행위원들이 한마음으로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가보자는 분위기고요. 세 명의 공동대표가 사실 다 실무자·활동가 출신이라 현장에 달려가는 일들을 더 많이 하면서 활기가 띠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혁연대가 활동한 20년 동안에 교회개혁 운동의 지형과 상황이 단체 초창기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처음에 교회개혁 운동을 하는 단체는 저희뿐이었지만 지금은 관련 단체가 많이 생겼고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도 분쟁으로 상처 난 교회를 상담하고, 그 현안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은 개혁연대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사업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려 나갈 생각이에요."

태그:#김종미, #교회개혁실천연대, #명성교회,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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