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먹방 예능의 대명사 iHQ <맛있는 녀석들>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일 방영된 419회를 끝으로 원년 멤버 문세윤이 하차한 데 이어 김민경, 홍윤화도 3월말 프로그램을 떠난다. 이로써 기존 멤버 중 유민상 1인만 남게 되면서 <맛있는 녀석들>로선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5년 1월 iHQ채널의 전신 코미디TV에서 첫 방영된 <맛있는 녀석들>은 유민상-김준현-김민경-문세윤 조합의 이른바 '뚱4' 멤버들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시청자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그런데 지난 2021년 7월 김준현이 하차를 하면서 출연진에 변화가 생겼다. 이후 김태원-홍윤화의 합류로 5인 체제로 변신했지만 올해 1월 김태원이 갑작스레 하차한 데 이어 남은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떠나게 되었다.
최근 2년 사이 프로그램의 침체와 맞물려 제작진 및 출연진의 변화가 발생한 <맛있는 녀석들>로선 8년여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채널만 돌리면 나온다" 할 만큼 수년간 케이블 TV의 단골 방영 프로로서 확실하게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던 원조 먹방 예능은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맛있는 녀석들>도 피하지 못한 장수 예능 딜레마
▲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오랜 기간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연차가 쌓이면 어느 순간 정체기를 맞이하는 게 다반사다. 비슷한 구성의 내용이 수년에 걸쳐 소개되면서 더 이상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워지고 그에 따른 화제성 마련도 쉽지 않기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맛있는 녀석들> 역시 코로나19가 한창 진행되던 2021년부터 묘한 상황을 맞이했다.
프로그램 인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이영식 PD가 퇴사와 더불어 E채널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먹방 예능 <토요일은 밥이 좋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후 김준현의 하차 → 게스트 체제 → 김태원+홍윤화 합류로 재정비에 돌입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았다.
정규 방송과 별개로 꾸준히 제작되어 왔던 <운동뚱> <댄스뚱> 등 유튜브 콘텐츠물 역시 막을 내리거나 과거 대비 낮아진 조회수 등 방영 초기에 비해 기세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새 멤버의 규합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이렇다한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맛있는 녀석들>은 최근 담당 PD 교체와 맞물려 기존 멤버들의 하차 또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먹방 예능의 흐름이 달라졌다... 타 예능들의 약진
▲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맛있는 녀석들>의 부진은 최근 달라진 방송가의 먹방 예능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E채널 <토요일은 밥이 좋아>에선 평소 입이 짧고 잘 먹는 것과는 거리가 먼 박명수를 적극 활용하는 등 대식가 위주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쏠쏠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선 많이 먹는 것 대신 박소현+산다라박의 <밥맛없는 언니들>처럼 소식가들의 웹 예능이 역으로 관심을 모으며 순항중이다.
여전히 대식가 먹방 채널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적게 먹거나 미식 위주의 내용이 점차 주목을 받고 구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토요일은 밥이 좋아>의 주역 박명수는 자신의 웹예능 <할명수>를 통해 과자, 케이크, 라면, 치킨 등 다양한 음식 소재 내용을 부정기적으로 방영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하기도 한다.
기존 채널들 역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먹방을 활용한다. 굳이 전문 먹방 예능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 프로그램 안에서 적절히 녹여내는 것이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일명 '팜유라인(전현무, 박나래, 이장우)'을 간간히 활용하면서 슬랩스틱에 가까운 코미디와 웃음을 유발시킨다. 연예인들의 무인도 생활기를 다룬 <안싸우면 다행이야> 역시 3명 정도의 초대손님들이 각종 신선한 재료들을 활용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요리를 직접 해 먹으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먹방 예능도 변화만이 살 길
▲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불과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사이 5명 고정 멤버 중 4명이 하차했거나 떠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은 <맛있는 녀석들>의 위태로운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식당 찾아가서 많이 먹는 것만으로는 급격히 달라진 시청자들의 취향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급자족으로 만들거나 조금 덜 먹더라도 즐겁게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전과는 180도 다른 방향의 제작이 <맛있는 녀석들>로선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탄탄한 케미 및 저마다 확실한 캐릭터 마련이 뒤따를 수 있는 멤버들의 영입 또한 이 프로그램으로선 빠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해를 거듭할 수록 OTT 및 유튜브 예능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비 CJ 계열 케이블 채널의 대표 주자였던 <맛있는 녀석들>의 돌파구는 '변화' 뿐이다. 출연자 몇 명 새로 영입하는 차원이 아닌, 맛의 즐거움과 웃음을 함께 선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만의 비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