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외비> 포스터

영화 <대외비>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감도면 호감도, 연기력이면 연기력, 한국에서 최고 주가를 달리는 두 배우를 한 테이블에 앉혔다. 막후 실세와 정치 신인의 불꽃 튀는 대결을 배우 이성민과 조진웅이 연기했다.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가 열연한 <데블스 에드버킷>, 어쩌면 전성기를 질주하던 할리우드 누아르 최고의 명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한 영화에 출연시켰던 전설의 영화 <히트>까지 떠오를 법한 구도다.
 
데뷔작 <대장 김창수>에서 조진웅을, 두 번째 작품 <악인전>에서 김무열을 만난 이원태 감독의 눈에 이번엔 대세배우 이성민이 띄었나 보다. 서사보다는 연출, 연출보다는 배우의 연기를 잘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에 기꺼이 이성민, 조진웅, 김무열이 합류하니,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바로 <대외비>인 것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못해 전형적이다. 부산 정치누아르를 표방하는 영화는 1992년으로 돌아가는데, 그곳엔 해운대를 기반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전해웅(조진웅 분)이 있다. 그는 든든한 뒷배의 지지를 겨우 얻어서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여당 공천을 약속받은 상태다.
 
 영화 <대외비> 스틸컷

영화 <대외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막후실세와 정면대결, 정치신인에게 벌어진 일
 
위기는 쉽게 찾아온다. 일이 꼬이려니 부산을 움직이는 실세 권순태(이성민 분)가 해웅 대신 다른 이를 해운대구에 공천하려고 기획하는 것이다. 해웅은 포부 큰 사내다. 큰 꿈을 앞에 두고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그는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순태가 내세운 후보를 잡겠다 결심한다.
 
이야기는 해웅이 부산을 휘어잡은 조폭 김필도(김무열 분), 자금원 정한모(원현준 분)와 합세해 총력전에 나서며 속도를 낸다. 그러나 순태는 쉽지 않은 적이다. 순태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해웅 앞엔 넘어서기 쉽지 않은 파도가 연거푸 몰려든다.
 
영화는 거악처럼 보이는 막후실세에 맞서 신인 정치인이 서서히 악에 물드는 과정을 그린다. 이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듯, 이원태 감독은 선이 무엇인지 악은 또 무언지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관객 안에도 들어있을 선악에 대한 인상에 기대어 강자와 약자, 악한과 그에 물드는 자의 모습을 그려낼 뿐이다. 이 같은 모호함은 캐릭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순태는 무엇으로 그 같은 자리에 올랐는지, 해웅은 어떻게 여당 공천을 받았으며 어째서 정치에 꿈을 가졌는지, 무열은 또 어떤 이유로 해웅을 돕기를 선택했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 <대외비> 스틸컷

영화 <대외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의 힘으로 돌파하는 지점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영화가 아주 못 볼 지경인 것은 아니다. 이원태 감독의 장점, 이를테면 제약을 최소한만 함으로써 배우가 스스로 풀어갈 여지를 많이 주는 태도가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영화엔 순태와 해웅이 수차례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감정을 풀어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 순간마다 이성민과 조진웅이라는 이 시대 명배우들의 역량이 스크린이 떨리도록 넘실대는 것이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연기가 영화를 어디까지 고양시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밖에 없다.
 
영화에 두 차례에 걸쳐 나오는 대사가 있다. 공천에 탈락하고 "더럽고 서럽다"며 울먹거리는 해웅에게 순태는 이렇게 말한다. "원래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고. 누아르의 대사로 이 만큼 멋진 말도 흔치는 않다. 본래 명대사란 서로 다른 각자의 사정에 절묘하게 공명하는 진실이 담겼어야 한다. 이 대사만큼은 여러모로 쉽게 쓰인 듯 보이는 이 영화에서도 유독 인상적이라 하겠다.
 
 영화 <대외비> 스틸컷

영화 <대외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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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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